열혈이과대햏자 [70832] · MS 2004 · 쪽지

2008-10-08 01:56:56
조회수 6,625

[퍼온글]진로를 결정할 때

게시글 주소: https://i1000psi.orbi.kr/000134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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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cieng.net/zero/view.php?id=expo&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497

안녕하세요.

이 곳 사이트에 가입해서 고민을 하는 많은 분들의 글을 읽고

또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 이미 먼 길을 걸으신 분들의 내공 있는 글들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실제로 그 분들의 글에서 영향을 받아

제가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 많이 참고를 했던 사람 입니다.


한 때 많은 꿈을 꾸었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서 성공해 보이겠다

라는 그런 자신감도 많이 갖고 있었던 때가 저도 있었지만,

기나긴 시간 동안의 끝없는 고민과 생각 끝에 결국 지금은 안정적인

(혹은 주위에서 그렇게 말들 하는)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꿈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제 꿈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말 원하는 것과 그 당시 꿈이 가져다줄 것만 같았던 것의 허무함과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 보게 되니 이제 좀 더 저에게 맞는 꿈을 꿀 수 있게

되더군요.


그간 제가 했던 고민들을 명쾌하게 해결했던 포인트가 떠올라서 여기

고민하는 젊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글 한 번

써 봅니다.


먼저.


노력과 운 때가 잘 맞아 성공을 쥔 극소수 성공한 사람을 보고

진로를 정하면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우리가 착각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지금 극소수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그들처럼 되기를 바라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공하면 그것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거죠.

대부분의 경우 이것은 돈 보다는 명예와 남들로 부터 받는 존경심과 관련이 있습니다.

왜 돈이 아니냐고 했냐면, 만약 정말 돈 자체가 목적이라면, 자기 진로에 대한 생각,

자기가 뭘 공부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 같은 건 하지도 않고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길 -

아르바이트 부터 시작해서 후딱 졸업후 취직, 장사의 길로 가는 - 길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존경을 받고자 하고 영향을 끼치는 데에

돈으로 단순히 부유히 사는 것 보다 더욱 큰 쾌감을 얻는 존재라서 그렇죠.

결국 이것은 지금의 자기 인생을 별 가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런 상태에서 건강한 생각이 나올 수가 없고 제대로 된 진로 결정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진로, 일이라는 것은, 단순히 그 자체가 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사의 경우, 사람들은 그냥 애들 가르치고 정시 퇴근하고 월급은 조금 받지만

안정적이고 연금은 두둑한 직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직업과 비교해서 교사의

두드러진 장점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것, 다분히 인간적인 분위기고

특히 남자 초등 교사의 경우 주위에서 정말 좋은 대우를 받는,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삶의

질이 있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애들을 싫어하면 하루하루가 지옥일 것이고, 가르치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일 정도로 애들 관리와 학부모 관리, 수업 준비가 힘들다는 것이죠.

의치대의 경우 장점은, 흔히 알고 있는 경제적인 것이겠지만, 의치대를 다니면서 선후배간의

밖에 사람들이 이해 못할 딱딱한 인간관계, 자신이 도구화되어가고 있는 듯하는 데서 오는

회의감, 로컬에 나가서 환자 보는 것이 결코 즐겁지 않다는 데서 오는 허무감...이런 것은

큰 단점이 될 수 있겠죠.

이공계 쪽은 일 자체가 처음에 재미가 있을 지라도, 얼마 안있어 회사의 경직된 분위기,

자신이 작은 부품 하나 밖에 안되며 언젠가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안쓰는 데서 오는 외로움,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런 것이 단점이고, 장점으로는 단체 생활

잘 하는 사람이나 자영업 적성 아닌 사람, 사람 만나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좋을 수 있다는 것...



이처럼 흔히 간과하기 쉬운 것들이 실제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셋째, 결국 개개인은 이 사회의 작은 부품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합니다.

사회는 계속해서 잘 돌아가고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내게 맞는 것을 취사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남들 말을 전혀 들을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의 예를 따라할 가치도 없습니다.

늦게 일어나서 편하게 일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해봅시다. 이런 직업이 없을까요? 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여태껏 그런 직업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론 그런 직업을 찾았는데, 봉급이 작을 수는 있겠죠. 그럼 그 쯤에서 타협을 보는 겁니다.

참고로 얘기하자면, 있습니다.



넷째, 사회를 욕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슨 과를 우대해 주지 않는다느니,

그런 건 사회의 필요 때문입니다. 이 사회가 선진보다는 좀 못한 사회인데, 좀 못한 사회에서는

해당 과를 대우할 필요가 없나 보죠. 뭐 대강 이런 논리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할 가치가 있는가\' 를 생각해야지, 그것도 아닌데 계속 투덜댈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싫으면 떠나야죠.



다섯째, 뭔가를 포기하고 선택하는 데 있어 겁을 낼 필요 없습니다.

인생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저는 전공이 두 개고, 두 개 다

안정적인 직업과 관련된 것인데, 먼저 졸업한 그 중 하나는, 저처럼 어린 애들은

불만을 많이 갖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이 들어 오신 분들 중에는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해서 하루하루 즐겁게 제 2의 인생을 살듯이 다니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여섯째....

인생의 모든 즐거움과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며,

그렇게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습니다.

다른 것의 도움을 받아 즐거움을 얻는 일들은... 잠깐의 쾌감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굉장히 불안하고 불안정합니다.

교수 밑에서 교수 딱까리 잘 해서 된 교수가(요즘은 그럴 수도 없지만) 맘 편히

자기 학문이니 뭐니 할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합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 머리 좋은 사람들 많이 봤습니다.

저랑 비슷해 보이는 애들인데, 시간이 지날 수록 넘사벽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에겐 굉장히 힘들고 재미도 없는 것들을 굉장히 재밌게,

쉽게 해결하는 그들을 보면서, 더 이상 그들의 길을 따라갈 필요도 이유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엔 성격이나 인내심, 지금 처한 집안 상황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구요.

물론 주위 상황이 안 좋은 동기들도 힘든 학문의 길로 가는 경우 많이 봤지만,

그건 역시 그들이 저와 매우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셈이 되었습니다. 정말로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저는 달랐던 것이죠.





참고로 저는 의료계쪽이며

이 바닥도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며

저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공과 전혀 상관 없는 일을 꾸미고 있는 중입니다.


스무살 이후의 인생은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은 것이므로

자신이 직접 설계해 나가야 하며, 남들이 보기에 욕심 많다

소리를 들어도 자기가 원하면 그렇게 해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

리플 중 하나

돌아온백수 (2008-09-30 01:21:55)  

좋은 글이네요.

제가 고딩때 대학입시로 인생이 결정되는게 불합리하다고 떠들었어요. 그러니까, 어른들이 공부하기 싫은 핑계 댄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게 아니라는 걸 증명 (참 순진했었죠) 하려고 대학에 갔습니다.

그리고, 또 떠들었어요. 대학입시로 인생이 결정되어서는 안된다고. 그랬더니, 대학 못간 사람들 배아프게 왜 그런 소리를 하냐고, 혼자 잘먹고 잘 살으라고 하더군요. (그때, 세상의 인심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에서 나옵니다.

하루 하루를 남에게 뒤쳐질까봐 매달려 가는 인생에 어떤 보람과 가치가 있을지 젊은이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사다리에서 떨어질까봐 두려운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실제로 뛰어 내려보면, 다치지 않을 수도 있고, 더 넓고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도 있습니다. 내려보지도 않고, 남들이 만들어 준 선입견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

평소에 어느정도 생각해왔던 바를 이 글에서 잘 정리를 해주었네요..

개인적으로 무언가 1g 허전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앞으로 자신이 어찌 살지에 대해서 이런 고민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이 글을 보고 어떤 생각들을 하시게 될지..

제가 퍼온 댓글 하나는 마지막 3줄이 명품인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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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一切唯我造 · 92531 · 08/10/08 12:59 · MS 2005

    얼마전에 싸이엔지에서 봤던 글이로군요

    인생에 답이 없다는 말이 제일 와 닿더라구요
    대학을 오기전에는 인생에는 답이 정해져 있는 줄 알았는데
    대학을 와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제일 와닿는 말이 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동운 · 204125 · 08/10/08 19:33 · MS 2007

    흠 제고민갔군요...딱 깊게생각해봐야겠네요

  • Devil\'s Advocate · 133162 · 08/10/08 20:03

    옹.. 사이엔지 글 반갑네요.
    돌백님은 유명하시죠 ㅋㅋ

  • · 243617 · 08/10/09 06:35

    좀 다른 말이지만,
    요즘 경제가
    무능이라 보기에는 너무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대해서 \'의도\'가 개입되었다는 시각이 싸이엔지 여론인듯싶은데요.
    이 측면에서 싸이엔지 여론을 살펴볼필요도 있는것같습니다. 관심있으면 사이엔지 자유게시판 참고하세요.

  • 야생마의꿈 · 64125 · 08/10/10 12:00

    예를 들어 교사의 경우, 사람들은 그냥 애들 가르치고 정시 퇴근하고 월급은 조금 받지만
    안정적이고 연금은 두둑한 직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직업과 비교해서 교사의
    두드러진 장점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것, 다분히 인간적인 분위기고
    특히 남자 초등 교사의 경우 주위에서 정말 좋은 대우를 받는,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삶의
    질이 있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애들을 싫어하면 하루하루가 지옥일 것이고, 가르치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일 정도로 애들 관리와 학부모 관리, 수업 준비가 힘들다는 것이죠.


    초등학교서 공익하는 제 친구曰
    \'여자 교사는 천국의 삶인데, 문제는 그 천국의 삶만큼 남자교사한테 지옥의 삶이 생겨\'
    인간관계는 경쟁이 아니긴한데, 그 여성집단 특유의 남자로선 이해하기 힘든 일들...;;; 제친구는 여교사하면 학을 떼더군요-_-;;;

  • 一切唯我造 · 92531 · 08/10/12 02:41 · MS 2005

    - 아인쉬타인의 \"나의 세계관\"에서-
    철학적 측면에서 볼 때, 나는 인간의 자유를 믿지 않는다. 모든 사람의 행동은 외적인 강요에 의해서뿐 아니라 자신의 내적 요구에 따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려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은 어릴 때부터 내게 많은 영감을 주어왔다.

  • 서울대경영학과 · 102893 · 08/10/16 22:31 · MS 2005

    하루 하루를 남에게 뒤쳐질까봐 매달려 가는 인생에 어떤 보람과 가치가 있을지 젊은이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 글쎄요. 사람이라는 존재에게는 일정정도의 긴장감과 경쟁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매일매일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걱정하는 삶이라면 무슨 재미와 가치가 있겠냐고 윗 글은 말하고 있는데,
    사실 사람들 사는 사회라는 곳에 그런 경쟁과 그런 걱정이 없다면 오히려 무슨 재미로 살아가야 하나요??
    솔직히 다들 남을 이겨나가거나 혹은 남들보다 앞서나간다는 것을 통해 많은 보람들을 느끼지 않나요?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부정할 수 없는 거죠.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경쟁해서 이기고, 앞서면 좋아하고 희열을 느끼고 또 그걸 얻기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거고요.
    그냥 매일 안정적이고, 자연이나 보며, 걱정없이 반복되는 일상이라....오히려 루즈하고 더 지루하며 가치없는 삶이라고 생각됩니다.

  • 소좌 · 170875 · 09/01/17 23:29 · MS 2006

    맞아요 남들을 이기면서 느끼는 보람도 사는 즐거움에 한몫하죠. 제가 이런 지론을 확고하게 해준 존재가 영어회화학원 같은 반 학생인데, 본인은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최고라더군요. 거기까지만 알았으면 '뭐 저사람은 안이한 게 좋은가보다' 하고 넘어갑니다만 곧 졸업인데 토익 600이라는 사실에서 '아 이녀석 처 놀고 경쟁하면서 낙오자 되니까 그게 싫어서 이러는구나' 하는... 야릇한 선입견이...

  • 생각대로하면되고 · 167019 · 08/10/28 08:56 · MS 2006

    매일 머리감는것으로 아침을 시작하는게 싫어서 회사를 퇴직하고 여행을 나오셨다는 분의 인터뷰 글을 책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대학교와서도 경쟁이 이렇게 심할줄이야...사실 저도 글쓰신분처럼 의료계에 진학했는데..
    좀 더 여유로운 삶을 바라보고 선택한 길인데 학교다니는거 자체가 힘드네요 ㅠ게다가 과외까지..
    원룸에서 티비도보다가 지겨우면 음악틀어놓고 자다가 빈둥빈둥 댈 수 있는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하다는걸 요즘
    느껴요 ㅠㅠ

  • 생각대로하면되고 · 167019 · 08/10/28 09:02 · MS 2006

    교대남자얘기는..저도 얼마전에 친구한테 들은건데 정말 부럽더라구요.ㅎㅎ
    일단 주변에 여자 학우가 훨씬 많고.. 수업들어오는 교수며 강사며 여자분들께
    남자학우 얼른잡으라고... 심지어는 실습간 초등학교 담임선생님들도 다 그얘기를
    한다더군요.여행 많이다니는건 기본인거 같던데....

    근데......여자분들이 많이 모이면 단체 행동에 참여를 잘 안하는 경우가 많아서..
    남자학우들이 여자학우들을 안좋아하는 경우도있다는군요

  • 웃음의 여왕 · 100160 · 08/11/02 06:34

    저도 교대다니다 왔고, 친 남동생도 교대다니는데 별로 좋아보이진 않던데요..
    여자들한테 눌려서..;

  • 웃음의 여왕 · 100160 · 08/11/02 06:37

    퍼갑니당~ ㅋ 열혈이과대햏자님, 가을의 백양로는 잘 즐기고 계신지!

  • 소좌 · 170875 · 09/01/17 23:22 · MS 2006

    마지막 세 줄 명품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