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 - 나상 삼수생 ver. 수정본
형은 또 울었다. 모의고사가 끝나고 나서도 어머니를 불러 가며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동생도 형 곁에서 남모르게 소리를 죽여 흐느껴 울었다.
그저 형의 설움과 울음을 따라 울 뿐이었다. 동생도 이렇게 울면서 어쩐지 마음이 조금 흐뭇했다.
6월 모의고사는 정말 어려웠다.
어느새 강대엔 성적표가 흩날리고 있었다.
형은 울음을 그치고 불쑥,
“야하, 성적표가 나온다, 성적표가, 성적표가. 6월이 다 끝나가네.”
물론 조교들의 감시가 심하니까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대지도 않고 이렇게 혼잣소리만 지껄였다.
“저것 봐, 저기 저기, 에에이, 모두 공부만 허구 있네.”
동생의 허리를 쿡쿡 찌르기만 하면서…….
어느새 6월도 끝났다. 하루하루는 수월히도 저물어 갔고 하늘은 변함없이 푸르렀을 뿐이었다.
재수생도 N수생도 공부하고 있었다.
빌보드의 점수를 바라보는 형의 얼굴에는 천진한 애들 같은 선망의 표정이 어려 있곤 했다.
날로 날로 풀이 죽어 갔다.
어느 날 저녁 자습시간이었다. 조교들도 모두 퇴근했을 무렵, 형은 또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대고, 이즘에 와선 늘 그렇듯 별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 새끼 생각이 난다. 성적이 꽤 좋았댔이야이.”
“…….”
“난 원래 수학에 담증이 있는데이. 너두 알잖니. 요새 좀 이상한 것 같다야.”
“…….”
동생은 놀라 돌아다보았다. 여느 떄 없이 형은 쓸쓸하게 웃으면서 두 팔로 동생의 어깨를 천천히 그러안으면서,
“동생아. 야하, 흠썩은 무섭다.”
“…….”
“저 말이다, 엄만 날 늘 불쌍히 여겼댔이야, 잉. 야, 동생아, 동생아, 등급컷이 좀 이상헌 것 같다야이.”
“…….”
동생의 눈에선 다시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형은 별안간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동생의 얼굴을 멀끔히 마주쳐다보더니,
“왜 우니, 왜 울어, 왜, 왜. 어서 그치지 못하겠니.”
하면서도 도리어 제 편에서 또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튿날, 형의 백분위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혼잣소리도 풀이 없었다.
“그만큼 공부했음 무던히도 공부했음서두. 에에이, 이젠 좀 그만 공부하지덜, 무던히 공부했지만서두.”
하고는 주위의 강대생들을 흘끔 곁눈질 해 보았다.
강대생들은 물론 자기 공부하느라 바빴다.
바뀐 조교들은 꽤나 사나운 패들이었다.
그날 저녁 자습시간, 형은 동생을 향해 쓸쓸하게 웃기만 한다.
“동생아, 너 서울대에 가거든 말이다, 서울대에 가거든.…”
하고는 또 무슨 생각이 났는지 벌쭉 웃으면서,
“히히, 내가 무슨 소릴 허니, 네가 서울대에 갈 땐 나두 갈 텐데, 안 그러니? 내가 정신이 빠졌어.”
한참 뒤엔 또 동생의 어깨를 그러안으면서,
“야, 동생아!”
동생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쳐다보기만 했다.
형의 성적표에선 백분위가 새었다. 바늘구멍같이 좁은 정시판 대학문이 습기 어린 소리를 내며 열리고 닫히곤 하였다. 문이 열릴 때마다 대학생들의 모습이 부유스름하게 뻗었다.
동생의 눈에선 또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형은 또 성을 벌컥 내며,
“왜 우니, 왜? 흐흐흐.”
하고 제 편에서 더더 울었다.
몇 달이 지날 수록 형의 백분위는 더 떨어졌다. 자습시간 교실 안에서도 별로 혼자 소릴 지껄이지 않았다.
평소의 형답지 않게 꽤나 조심스런 낯빛이었다.
둘레를 두번거리며 조교들의 눈치를 흘끔거리기만 했다. 이젠 자습시간에도 동생의 귀에다 대고 이것저것 지껄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강대 밖 대학생들이 술 마시는 소리 같은 것에는 여전히 흠칫흠칫 놀라곤 했다. 동생은 참다못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형은 왜 우느냐고 화를 내지도 않고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았다.
동생은 이런 형이 서러워 더더 흐느꼈다.
그날, 강대엔 9월 모의고사 빌보드가 붙었다.
형은 불현듯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댔다.
“너 무슨 일이 생겨두 우리 형이 삼수생이라구 글지 마라, 어엉?”
여느 때 답지 않게 숙성한 사람 같은 억양이었다.
“울지두 말구 모르는 체만 해, 꼭.”
동생은 부러 큰 소리로,
“야하, 빌보드 붙었다.”
형이 지껄일 소리를 자기가 지금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형은 그저 꾹하니 굳은 표정이였다.
동생은 안타까워 또 울었다. 형을 그러안고 귀에다 입을 대고,
“형아, 형아, 정신 차려.”
수능날, 아침해가 뜨고 어느 수능 시험장 교실에 다다르자, 형은 동생의 허벅다리를 쿡 찌르고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형의 신분증을 주의해 보아 오던 감독관이 뒤에서 싸대기를 휘둘러 갈겼다.
형은 국어 문제를 풀다가 OMR카드 위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감독관은 OMR 카드를 찢어버리면서,
“삼수생이 대학에 가겠다구 뻐득대? 뻐득대길.”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너무 작으면 좀 그렇긴하더라
-
배고파지니까 0
자야겠다 다들 잘 자요
-
인형ㅇㅈ 5
항상이거안고잠 앞모습은비밀임
-
이번 겨울 방학 때하할 공부 계획입니다. 고2 11모고 국수영 333나옵니다. 다...
-
넌내작은키를좋아하지만
-
;;
-
군대까지만
-
아담배피고싶다 9
죽겟다
-
부모님 하도 싸워서 서로 말도 안 하시는 사이인데 나 키우겠다고 어떻게든 이혼 안...
-
내일 전공 어케가지 11
9시수업.. 7시기상..?
-
???:고백n번받아봤고연애도n번해봄 죽어
-
이게 탄핵이 안되면 그냥 성공할때까지 무한 계엄해서 국회,법원 무력진압하면 되는거...
-
낼 일어나서 0
닭강정시켜머거야지 어제저녁 그냥 굶었음
-
잠 다 깼네 2
-
자퇴왜했지...
-
뭐든지 할게여 왈왈오ㅓ에ㅔ
-
잡담태그달면 4
모아보기에서 안보이는건가? 작성글탭에서도 안보임뇨?? 어디서보이는거지
-
내가 문제네 설평 다조지고다녔네
-
링크하나만 줄사람... 찾아도 안나오네
-
몇번 받으셨나요 댓으로 고고
-
근데 이재명 말고 민주당에 대선 나올만한 사람 있나 2
진짜 ㅋㅋ 나라 망했네.
-
군대가기실타 1
걍 군수하지말까..
-
06이든 07이든
-
내적결핍은외적결핍에서온다
-
과자 ㅊㅊ받아요 8
예엡!
-
일어나면 낮인데?
-
옵창이되버린것에대해
-
맘에들어서 디엠자주했는데 결국못사귐 아직맞팔인데 다시 연락하기 에바겠지?
-
저도 자러감요 12
안녕히주무세요 오르비
-
뉴비 은테 마려움 잡담태그 꾸준히 닮
-
랩퍼블릭이나 밀린거 다봐야지 커리큘럼 오티도좀 듣고
-
기벡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데 이거 정상?
-
잠이 안오네 0
아직도 겜하고 유튜브 보는중 내가 미쳤나봐
-
그럼 그냥 현역가는게 나을수도 있을것같고...
-
하루하루 오르비 많이 안 해야지 다짐했는데 매번 실패하네
-
이제 사람없네 0
자야지 다들 빠빠요
-
나도 ㅇㅈ 8
건대에서 저를 보면 인사를 해주세요
-
ㅇㅇ
-
제 경험상 내적이나 외적으로 최소 하나 이상 결함이 있는경우가 많더라고.. 물론...
-
ㅇㅈ보다가내얼굴을보면비참해짐...
-
반가워요 9
-
경제 만표 100 기원 10
가즈아
-
ㅇㅈ 3
아와와와왕 이거는재탕아닌짤임뇨.
-
그래도 어쨌든 씻긴 씻는다
-
마지막 ㅇㅈ 23
펑 이제 담배피고 자야지 일어나면 도수분포표가
-
다들 안녕히주무십쇼
-
제발...
-
바이바이
-
남자인증좀 3
분노표출 하고싶음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