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램 [476057] · MS 2013 (수정됨) · 쪽지

2018-03-22 21: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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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 기출을 반복해서 봐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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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렸던 글 반응이 좀 폭발적이어서.. 행복하게 헤헤 거리고 있었는데


쪽지나 댓글 등으로 질문이 많이 왔더라구요. 하나하나 답장해드렸는데


꽤 많은 분들이 '기출반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뭐 뻔한 소리죠.. 기출 너무 많이 봐서 질린다.. 답이 다 기억난다...


그런 분들에게 답장으로는 그냥 '계속 보면 새로운게 보입니다. 수능 전날까지 보세요.' 라는 뻔한(?) 대답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도대체 그 '새로운' 것이 어떤거냐! 라는 물음에 대답을 드리기 위해 글을 씁니다.


(제가 휴학생 신분이 되면서 저에 대한 성찰을 참 많이 했는데, 역시 저는 관심을 많이 받을 때 행복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네요. 이번에도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길.. 하핳)



이번에 예시로 보여드릴 지문은 저번 비문학 칼럼에서도 사용했던 14수능 심신이원론 지문입니다.


사실 이 지문은 제가 첫 수업을 할 때마다 사용하는 지문입니다. 제 원칙이 정말 잘 녹아 있는 지문이거든요.

제가 수업을 한 지도 어느새 햇수로 3년째니, 얼마나 많이 봤겠습니까 이 지문을. 농담이 아니라 30번은 본 것 같네요.


그런데 최근에 이 지문을 보다가, 또 다시 배운 점이 있었습니다. 어떤 것이냐면



[. 이러한 상식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도 구분되는 것으로 보게 된다하지만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 또한 우리의 상식이다. 위가 텅 비어 있으면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는 현상두려움을 느끼면 가슴이 더 빨리 뛰는 현상 등이 그런 예이다.> 문제는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의 이질성과 관련성이라는 두 가지 상식을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이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론곧 심신 이원론은 그 두 종류의 사건이 관련되어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



평소와 다름 없이 <>부분을 스르륵 읽었는데, 뭔가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이걸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텐데,


정신과 육체가 '구분'된다는 것은 예시없이 제시해주고 있는데, 정신과 육체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건 굳이 예시를 들어주더라구요. 뭔가 '제발 이해해줘!!' 라고 하는 느낌..?? 생각해보니, 평가원은 우리에게 굳이 엄청난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데, 이렇게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정보들은 예시 혹은 재진술 등을 통해서 어떻게든 이해시켜준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사실 저 '긴밀히 연결'된다라는 부분은 얼핏 들었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정신과 육체 혹은 물질은 반대되는 어휘니까요. 연결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평가원이 예시를 들어주며 이해를 도와준게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저 내용을 이해해야, 화제인 '두 가지 상식의 조화를 위한 여러가지 이론들'이라는 내용이 이해가 되니까요. 그래서 다른 지문을 보면서 확인을 해봤습죠.


그 중 하나가 2018학년도 9평 LP 지문이었는데, 



[미시 세계에서의 상호 배타적인 상태의 공존을 이해하기 위해, 거시 세계에서 회전하고 있는 반지름 5㎝의 팽이를 생각해보자. 그 팽이는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 중 한쪽으로 회전하고 있을 것이다. 팽이의 회전 방향은 관찰하기 이전에 이미 정해져 있으며, 다만 관찰을 통해 알게 되는 것뿐이다. 이와 달리 미시 세계에서 전자만큼 작은 팽이 하나가 회전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 팽이의 회전 방향은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의 두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 하나의 팽이에 공존하고 있는 두 상태는 관찰을 통해서 한 가지 회전 방향으로 결정된다. 두 개의 방향 중 어떤 쪽이 결정될지는 관찰하기 이전에는 알 수 없다. 거시 세계와 달리 양자 역학이 지배하는 미시 세계에서는, 우리가 관찰하기 이전에는 상호 배타적인 상태가 공존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해당 지문의 2문단이었는데, 지문의 화제인 '상호 배타적 상태의 공존 가능성'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여길 보시면 팽이를 예시로 들어주고, 같은 말도 계속 반복하면서 '제발 이해해줘!!!'라고 소리치는 것 같죠.


그런데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LP에서 전건 긍정 규칙이 성립하려면, 조건문과 그것의 전건인 P가 모두 ‘참’ 또는 ‘참인 동시에 거짓’이라면 그것의 후건인 Q도 반드시 ‘참’ 또는 ‘참인 동시에 거짓’이어야 한다. 그러나 LP에서 조건문의 전건은 ‘참인 동시에 거짓’이고 후건은 ‘거짓’인 경우, 조건문과 전건은 모두 ‘참인 동시에 거짓’이지만 후건은 ‘거짓’이 된다. 비록 전건 긍정 규칙이 성립하지는 않지만, LP는 고전 논리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들에 답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서 의의가 있다.]



여기서는 불친절하게 한 번씩만 던져주고, 굳이 이해시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해도 문제를 푸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구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는, 이 부분과 관련된 문제인 30번 문제의 선지들이 모두 지문 내용을 그대로 읊어주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지문에서는 '조건문, 전건이 참인 동시에 거짓이면 후건은 거짓이다.'라고 말해줬는데, 평가원이 정말 이것을 이해하길 원했다면 문제에서 '조건문,전건이 참이면 후건은 뭐게???' 라는 식으로 물어봤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30번 문제의 선지를 보면, 조건문과 전건이 '참인 동시에 거짓'이거나 '참 또는 참인 동시에 거짓'인 경우, 즉 지문에서 나왔던 내용들만 물어보고 있죠. 이걸 이해하지 못해도, 저걸 찾아서 답을 고를 수 있냐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다시, 아까 2문단에서 봤던 부분과 관련된 31번 문제의 경우, 해당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즉 '거시와 미시의 차이점, 고전 역학과 양자 역학의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문 내용을 그대로 묻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평가원은 31번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저렇게 자세하게 써주며 이해해달라고 소리친 것이죠.


그렇다면 이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읽다가 이해가 안된다고 쫄지 말자. 정말 중요한 정보들은 어차피 평가원이 어떻게든 이해시키려고 애쓸 것이다.' 라는 태도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이 내용은 순전히 저의 생각입니다. 받아들이실지 말지는 여러분의 몫이죠.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기출이라는 놈은 양파같아서, 보면 볼수록 아주 적은 놈이라도 새로운게 나온다는 것. 


그리고 그 새로운 놈들이 모이고 모이면, 어마어마하게 큰 덩어리가 된다는 것.




만약 본인 스스로 기출을 많이 보고, 완벽하게 봤다라고 생각이 든다면,


지금 당장 아무 지문이나 펴놓고 해설지를 써보세요. 문제 뿐만 아니라 지문까지.


그 해설지들이 몇 개 모였을 때, 내가 수험생이라도 이게 책이면 산다! 라는 느낌이 드시면, 기출 그만 보셔도 됩니다.


아니라면, 제발 보세요. 그리고 뭐라도 얻어가세요. '기억'하려고 하지말고, 그 지문을 처음 봤다고 가정했을 때 '이 지문의 화제는 무엇인지, 어떤 전개 방식을 취하는지' 등부터 '이 문장은 왜 썼는지, 이 문제의 이 선지는 왜 나왔는지' 등등까지 말이죠.


막막하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해야합니다. 더 많이 얻어가고 더 많이 익히는 사람이 이깁니다. 여러분들 이왕 시작한 수험생활, 슬프지만 결국 남을 이겨야하는 싸움이잖아요? 이왕이면 이깁시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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