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이란 무엇인가? -4편
여러분은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 기준을 아시나요? 어떤 것이 과학인가요? 수학? 실험? 객관적인 것? 흰색 가운을 입고 입증하는 것? 그럼 ‘과학’의 반댓말인 ‘비과학’은 무엇인가요? 종교나 손금? 관상?
‘과학’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어디서 언제 하느냐에 따라 도출되는 결론이 비슷하거나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1+1 의 답은 누가 하든지 어디서 하든지 언제 하든지 똑같거나(혹은 예외적으로 뒤집히는 경우가 있는데 논외로 칩시다) 비슷해야 합니다. 어떤 수식을 계산할 때 선생님이 하든 학생이 하든, 새벽에 하든 낮에 하든 값이 똑같아야 합니다. 일정한 규칙과 약속만 지킨다면 누가 언제 어디서 하든 그 값은 일관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일관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비과학’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어디서 언제 하느냐에 따라 도출되는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사상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주장이 가능하고,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습니다. ‘정의가 무엇이냐?’라는 물음은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대답이 달라지고, 어떤 시대에 살아가느냐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얻을 수 있는 답들이 비일관적입니다. 개성이 있고 특징이 다양합니다. 사람에 따라 달라지며, 또 그 같은 사람이 어느 시대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 디케상. 누가 심판대에 오르던지 과학적이고 일관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3편에서 설명한 컴퓨터의 알고리즘은 과학입니다. 같은 알고리즘을 다른 컴퓨터에 돌린다고 해서 결론이 달라지면 안됩니다. 똑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세세한 차이(속도라던지 화질이라던지)가 있을 뿐이지 근본적인 대답은 같습니다. 컴퓨터를 새벽에 돌리거나 저녁에 돌린다고 해서 다른 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컴퓨터에게 개성이나 주관은 없습니다. 컴퓨터는 같은 알고리즘에 대해서 동일한, 일관된 결론을 도출해야 합니다.
10의 약수개수를 구할 수 있으면서, 그와 같은 유형의 문제인 42347732의 약수개수는 구하지 못하는 중학생은 비과학적입니다. 만일 그 학생이 약수개수를 구하는 문제에 대해서 과학적이려면, 숫자만 바꿨을 뿐이지 근본적으로 같은 방법으로 풀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의 머릿속에 정확하고 구체적인 알고리즘(시냅스)가 있다면, 같은 유형의 문제에 대해서는 같은 논리와 과정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학습은 과학적이어야 한다”입니다. 내가 어떤 유형의 문제를 푸는 일련의 알고리즘을 학습했다면, 나는 다음에 그 동일한 유형의 문제에 대해서도 답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일관된 논리를 익혔다는 것은, 같은 유형의 문제에 대해 동일한 풀이과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과학적인 학습방법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과목은 수학이 되겠지요. A라는 유형의 수학문제를 풀 때 a라는 풀이과정을 썼다면, A'라고 숫자나 겉모습만 바꾼 문제도 a라는 과정으로 풀려야 합니다. 2x2가 되었든 3x4가 되었든 2456x178이 되었든 모두 같은 곱셈 문제입니다. 내가 곱셈에 대해서 제대로 된 풀이방법(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면, 이 세 문제 모두 풀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걸리는 시간이 살짝 다르다는 점만 있겠지요.
‘이중잣대’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지방 수령이 세금을 거둘 때는 큰 자를 이용해서 많이 뽑아먹고, 중앙 정부로 보낼 때는 작은 자를 이용해서 적게 보냈다는 말입니다. 이것 또한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문제상황(세금)을 풀 때 똑같은 기준(똑같은 길이의 자)을 사용해야 합니다. 오늘은 기분이 좋다고 해서 긴 자를 쓰고, 내일은 기분이 꿀꿀하다고 해서 짧은 자를 쓰면 안됩니다. 같은 일을 처리할 때에는 반드시 같은 논리로 해결해야 합니다.
수학을 못하는 친구들(저 또한 한때 이 친구들에 속해있었습니다)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 바로 이런 일관성이 결여되었다는 점입니다. 어떤 문제를 풀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답지를 보고 이해했다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답지를 까먹고 한달 후에 똑같은 문제를 맞닥뜨립니다. 못 풀거나 그때 본 풀이와 다른 방법으로 끼워맞출려고 애씁니다. 결국 시간은 많이 잡아먹고 시험지에 낙서도 많이하지만 효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그 시험은 망하고 맙니다.
보통 학생들은 그 문제 자체를 아예 외워버립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일관되게 외우는 것입니다. 약수개수 구하는 문제를 공부할 때, 10의 약수개수를 아예 외우면 안됩니다. 10의 약수개수를 구하는 방법, 과정을 머릿속에 익혀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더 큰 수나 10이 아닌 수가 나왔을 때에도 풀어낼 수 있습니다.
제가 3편에서 “학습은 알고리즘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알고리즘을 제대로 세우는, 학습을 제대로 하는 학생들은 숫자나 겉포장지가 바뀌어도 충분히 풀어냅니다. 알고리즘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학생들은, 심지어 숫자가 똑같은 문제를 다시보아도 풀지 못합니다.
학습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과학적이어야 합니다. 똑같은 유형에 대해 숫자나 내용만 다른 문제를 보면, 충분히 풀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일관된 논리, 일관된 과정에 따라 문제를 접근해야 합니다. 알고리즘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컴퓨터는 돌아가지 않듯이, 우리의 머릿속에 시냅스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다면 그 문제를 일관되게 풀어낼 수가 없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좋아요 0
-
수학 기출문제집 0
수학 노베라서 과외중인데 쌤이 개념 하면서 기출도 같이 하자고 하셔서용 자이나...
-
엄,,
-
소문의 벽은 되게 감명 깊게 봤는데
-
진힉사 합격컷 23수능 때로 대충 보면 비슷하려나? 서울대 이과 정도 빼고
-
대체 뭐지 0
난 이감을 시즌 1,2,3을 사뒀음. 난 이감을 2-2까지만 풀고 1부터...
-
ㅎㅇㅎㅇ 6
-
견생..
-
갑자기 왜 확통이 안좋은쪽으로 기우는거지. . . 올수 기하65고 국숭세단공대 목표임
-
근데 모 덕코 걸라는데 저 xdk인가 그건가용?
-
누구 하나는 분명히 죽을텐데 누가 죽을까
-
지1:고2 내신 때 빡세게 해놓음 지2:고3 내신 대비 같이 할 수 있음 같은...
-
나만 두개 배웠나
-
1200 플마 120자 인건가요..? 한 1100자 쓰고 글자 수 다 못채웠는데..떨어질까요..
-
ㅈㅂ
-
내신도 해가 지날수록 빡세게 보는 것도 맞지만 전공 연계 교과이수과목도 점점 많이...
-
너무 꼰대틀딱 같음ㅠ 나름 좀 고민해서 써봤는데 너무 잔소리하는 것 같네 ㅇㅡㅇ
-
어떤 여성분 나루토 부모님 죽는 장면 보고 울던건 귀여웠음.
-
검11고 다시쳐야겠구만
-
수리과학부 전정 컴공 여기는 진짜 높네
-
내신은 20수 박아도 안사라지니까 정시파이터한다고 던져놨으면 인생 망하는거 맞죠?...
-
주변에 다 시간남았던데 이번에 난이도 쉬웠나요?
-
반가워
-
프사 6
너무 저질인가..?
-
내일 몇시인가요?
-
(아무도 궁금하진 않겠으나) 2024 이대 자연계 논술 손풀이 0
해답지랑 약간 다르게 푼 부분도 있습니다만, 방향은 거의 비슷합니다. 중간에 낚시...
-
만약 내가 무인도에 불시착 했을 때 살아남으려면 어떤 학과를 전공했어야 살아남을 수...
-
근데 (푸근한)... 일본 여배우상
-
공군 질문받음 5
뜨끈뜨끈한 845기에요
-
오전에 부산대 논술치고 바로 대구 이동해서 경북대 논술 쳤는데, 시험지 받았는데...
-
탑5+고의는 안되는건가
-
경금은 못본거같은데
-
6 7번 제일쉬웠음 자기생각말하기임 1 2번 물리문제 자유낙하실험 시간측정하면서...
-
물론 대학 떨어지면 병약해질 예정임
-
문제 형식이나 풀이 틀린 점 있으면 말해주세요
-
다른 건 암기가 되는데 역사만더럽게안됨뇨..
-
좀 쉬웠던거 같긴한디
-
하나도 후회 안 됨
-
작년에 16만명까진 확인함
-
Canonical 때문에 미치겠네
-
생윤 지구 지엽 2
뭐가 더 많아요?
-
진짜다메닝겐이네 9
왜살지
-
난 그래도 뭐든 평균 이상은 되니까 만족하고 살래 14
❤️❤️ 남과 나를 비교하지 말고 나를 사랑해주기 ❤️❤️
-
한완수 기하하면 3
기출 문제집 살 필요가 없네 ㅋㅋ 걍 기출문제집 문제수랑 별 차이가 없음 그...
-
서성한 어문, 사학과 철학과 등 낮과 vs 이대 상경 어디가 낫다고 보시나요...
-
약을 안먹었구나
-
조용히 손들어볼까?
-
운전면허 2
운전면허 따는데 얼마나 걸리나여
-
올해 서연고 카이스트 면접 다 가봤는데 저는 포스텍이 제일 어렵더군요…
-
취미를 만드는 계기가 됨 강제로 혼자있는 시간이 전보다 많아지니까 남들이 뭘...
-
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