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하는 밤 [406820] · MS 2012 · 쪽지

2012-07-20 23:36:44
조회수 1,066

수능특강엔 두꺼비가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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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완성엔 문정희님의 '찬밥' 이네요...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1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우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품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바로 뒤에 박목월님의 시도 참 ㅜㅜ





아배요 아배요


내 눈이 티눈인 걸


아배도 알지러요.


등잔불도 없는 제삿상에


축문이 당한기요.


눌러 눌러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가이소.


윤사월 보리고개


아배도 알지러요.


간고등어 한손이믄


아배 소원 풀어들이련만


저승길 배고플라요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묵고 가이소.


*


여보게 만술 아비


니 정성이 엄첩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


亡靈도 感應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에


니 정성 느껴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





언어 하면서 느끼는건데, 진짜 감수성 풍부해질 수 있는 문학들 많이보는듭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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