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님에게 감사의 글.
이건
아까 오후에 소설가가 된 후배에게 선물받은
인증샷을 올리며
감성터진김에 인스타에 썼던 글인데요.
국어강사이면서 글 쓴 게 ‘강사’에만
많이 치우쳐있다보니
오밤중 감성더해 ‘국어’강사스럽게 글 하나 남기고갑니다.
그리 길진 않지만
짧지도 않게 살아보니,
매순간이 입시이고, 매순간이 도전이며
매순간이 위기이고 희망입니다.
막상 저 친구도 퇴사하고나서 불안해하기도 많이하고,
지금은 어엿하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하자마자
다음해 젊은작가상 대상 받고
하나하나 필모다져가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소설밖에서 그와 둘이 나누는 대화는
그렇게 상처투성이인 자아들의
위로들이 대부분입니다.
여러분들도 항상 괜찮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은 것 다 알아요.
그래서 힘이 되어주려 계속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같이 열심히 해봅시다.
열심히 살다보면,
가끔 내가 생각한 내 삶보다
내가 생각한 내 모습보다
더 멋진 일도 일어나기도 하더라고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는 아직도 국어 수업을 하며
첫 시간에 내 꿈은 시인이었다 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것은 일부는 진실이고 일부는 거짓이다.
진실은 '꿈이 시인이다'라는 사실이고, 거짓은 '-이었다' 정도.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
소설은 '너무 많은 말을 해야하니까'였다.
"말을 많이 하기 시작하면, 이해받고 싶어질테니까."
세상에 돈이 많고, 일을 엄청나게 잘 하고,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는
운과 기회들이 모두 갖춰져 있고,
너무 잘 생기고 예쁘고 하는-
여러 남부러운 일들이 많이 있지만
그런 것들을 시샘한 적은 별로 없다.
물론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해
컴플렉스를 느껴본 적은 있지만,
입버릇처럼 되뇌이곤 하는 말들 중
'후회해서 바뀔 일이 아니라면
후회할 시간에 일이나 하자'라는 게
아직까진 내 일상의 좌우명같은 것이라서.
암튼, 그렇게 부러운 게 없는 사람이
하나 부러웠던 것은
'글을 잘 쓰는 능력'이었다.
나는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이었으므로
자신의 감정들과 일화들을 꺼내면서 교묘하게
진실과 허구의 중간즈음을 조율해 나가는 작가라는 것이
과히 대단하고, 시샘이 나 죽겠었다.
후배는 대학 시절 절친은 아니었으나,
내가 알던 몇 안되던 후배의 친구라
건너건너 소식은 듣곤 했었고
그러면서도 그의 글은 몰래 염탐하곤 했다.
몇 안 되는 후배들 소식 중
신기한 것이
누구보다 위태로워 보이던 인생이었던 누구는
말로 세상의 허탈함을 종종 뱉어내곤해서였는지
일찍 사회에서 멀쩡히 자리잡고 잘 살아내고 있고,
누구보다 아름다워 보여 매 순간 화려해보였던 누구는
술로 못다한 말들을 삼켜내서였는지
일찍 사라져버렸다.
그런 허망한 일상들 속에서
그래도 버티고 살다보니 나도 서른이 넘어버렸는데,
내가 시샘하던, 종종 염탐하던 그의 글들이
모여 이제 세상에 보이고,
어엿하게 셀럽이 다 되었다니.
선물로 받은 책을 보며
사실 이것이 소설이 아닌 에세이라는 것에
그는 웃으라고 쓴 것같은 내용들에
나는 내내 슬픔을 삼켰지만,
그래도 그는 이제 이렇게 허탈함을 뱉어냈으니
앞으로 더 잘 살아내리라 믿는다.
나도 아직 배우지 못한
인생을 꺼내는 법을 벌써 깨달아
타인을 위로하기까지 하는 삶에 경의를 표하며.
- 오늘 밤은 치맥이 그대와 함께하길.
항상 행복한 소설가가 되시길.
마음을 담아.
Love유현주선배.
박상영 작가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
덩치만 크지
속은 말랑한 청년입니다 :)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지듣노 1
even if the world ends tomorrow 내일 이 세상이 끝난다...
-
11-12월에 수능 끝나고 질문 많이 올라오나요? 반수생이라 그때 돈 땡기고 싶은데
-
삶이 너무 피폐해지고 우울해지는 것 같습니다. 수능 공부를 좀 오래(?)하다 보니까...
-
특모문제인데 A관성계에서 관측할때 사건 P,Q는 다른장소에서 일어나고 A기준 이때...
-
제곧내입니다... 기숙사 딸린, 갓반고에 가까운 비평준화 일반고 다니고 있습니다 고...
-
수학은 조건 (가)부터 내려가면서 풀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안짜놓으면 문제 퀄리티...
-
조용히 좋아요만 박고 가시죠 인원 수 확인좀 하게 서로 좋잖아요
-
이해가 안 되고 해석 자체가 안 되는데 무슨 문제일까요
-
이거 등급컷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링크좀 주세요
-
AB 충돌후 상대속도를 v에 대해서 세우고 B는 벽과 충돌후 운동방향 바뀌니깐...
-
운동량+충돌 20번
-
영어듣기 3번 인터뷰 아닌가요?? 왜 요지로 된거죠? 바뀐건가요?
-
나 인증못해 슈벌 23
https://i.orbi.kr/00069371818/%EB%A9%94%EC%9D%B...
-
ㄹㅇ 이거 안좋아하는 사람 불쌍해요
-
먼저 몇 가지 간단한 용어 정의부터 하고 들어갑시다 - 산화: 최상위권 수험생...
-
안녕하세요 금테에요 16
다른 말로 오르비 한량입니다
-
고2 뉴런 질문 3
현 고2이고 지금 뉴런 수1,2 하려는데 내년 2026 뉴런은 개정된다는 말이...
-
수능은 온라인 조회되는데 모평은 성적 온라인 조회가 안된대.. 시험 친 모교는...
-
군대 가고싶음 나도 어디엔가 기여할 수 있는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기분을 느끼고 싶음...
-
두 명제가 모두 참인 것도 모두 거짓인 것도 가능하지 않은 관계를 모순 관계라고...
-
메가기숙 중에 필수수업 없고(적거나) 인강으로 자습 많이 할 수 있는 학원 있나요?...
-
군수생 달린다 4
달린다..
-
인간의 주관적 행위나 동기에 대한 의미 해석은 질적 연구에 해당하는 선지인가요? 3
가치나 주관적 인식을 파악할 수 있는건 양,질의 공통점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
뭔 시발 4페이지 가보지도 못하게 해놓고 실모라고 하는 거 보면 꿀밤 개마려움...
-
하나 찍맞이긴 하지만 그간의 노력의 결과가 보이는거같아 기쁘네
-
https://blog.naver.com/nplus0355/223416914856?t...
-
충돌과정에서 역학적에너지가 보존될 때 충돌 전후에 두 물체의 상대속도가 동일하다는데 왜 그런건가요?
-
라떼는 마리야 은테가 흔하지 않았어
-
설맞이미저기 5
HD랑MX 감동 스럽네 ..
-
주변에 시설좋은 독서실이 한곳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1인독립석이 다 차버리고...
-
왜또 시원해지는척만함?
-
ㅈㄱㄴ
-
ㄹㅇ 이해가 안되네
-
내년에 라이브로 현정훈쌤 들을 예정인데 현정훈쌤 DoP가 도대체 뭔지 약간만...
-
궁금...
-
감기걸림..머리깨질거같애..
-
8:30~12:00 국어 실모 풀고 오답, 해설듣기 13:30~15:00...
-
종아리 걷고..얇은 회초리로
-
경희대 수학과 희망이였습니다 고2-1까지 국영수사과 1,88 전교과 2.극초 정도...
-
tdyd가 좋다는 평이 많긴 한데 해설강의땜에 고민입니다 풀이방식이 다를것...
-
올해 잘보면? 또 보는거야~ 올해 못보면? 또 보는거야~ 수시로 가도? 또 보는거야~
-
과탐에 몰빵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물화러의 숙명...
-
지금 고2인데 언매 화작 중에 고민중이거든요 표점 보고 언매 선택하는건 너무 오만한...
-
이 세계에서는 확통도 다맞으면 100이 뜨는데 9평은 왜...
-
브릿지 전국브릿지 강k 강k+ 풀어봤구 백호모 종철모 시놉시스 oz모도 풀어봤어용...
-
1. 상대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자 가까운 사이라면 그 사람의 생각이 나와...
-
언매 89: 풀기 전에 구상했던 작전이 성공적 기하 88: 이거 역대급 난이도...
-
사탐런 의외의 복병 10
"분리변표"
-
김지영쌤 올인원 0
지금 들어도 괜찮을 강의인가요?
이 글만 봐도 쌤은 잘 쓰는 분이에여
박상영 작가님 역사저널 그날에 나오시는 그분인가요??
헐 저 분 혹시 대도시의 사랑법 작가님이신가요...? 그 책 잘 읽었었는데,,,wow
어제까지만해도 문학을 왜 배우는거지 ;;짜증난다 그냥 비문학만 배웠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 말하시는것을보면 세상에 문학이 꼭 필요하고 배울만한 가치가 있어보인다,,,
그냥 시인이 지금도 꿈이야 이렇게 말해도되는걸
저렇게 가슴에 확 다가오게 말하시네
헐!!! 저 저 작가님 책 다읽었는데!! 완전 신기해요
와.. 익숙한 이름인가 했더니 지금 제 책장에 있는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의 저자시군요.. 저에겐 나름 충격(?)적으로 다가온 책 중 하나인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