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독해가 같을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어독해를 공부한다고 하면 그냥 영어지문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만을 합니다. 그리고서 독해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즉 ‘해석=독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일부 인강 강의 역시 독해란 간판을 걸고 강의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해석법을 가르치죠. 하지만 해석과 독해는 같은 개념일 수 없습니다.
외국어영역뿐만 아니라 언어영역에서도 독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문학독해, 비문학독해라는 용어는 그 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언어영역에서는 해석의 과정이 없습니다. 이미 우리말로 되어 있는 지문으로 독해를 하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해석과 독해는 다르다는 개념이 잡혀야 합니다.
그렇다면 독해는 무엇일까요? 독해라는 것은 “읽어서 이해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단순하게 읽는 것은 독해가 아닙니다. 외국어영역에서 해석을 했다고 독해를 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학생들 중에서 해석을 하라면 잘 하면서 무슨내용이냐면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경우가 해석을 해도 독해를 못한 경우라 하겠습니다.
재수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상당히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요즘처럼 EBS가 중요한 시점에서는 더욱 질문이 많습니다. 문제는 EBS교재의 양이 너무 많아서 제가 받는 질문은 상당수는 제가 이미 읽어보지 못한 것들이란 점입니다. 수험생들은 제가 읽어보지 않았다고 봐주지도 않습니다. ㅋㅋ 대부분의 질문에서 학생들은 문장의 의미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체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문장을 모르는 경우이지요. 그런데 그 문장을 질문하러 온 학생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일차적으로 그 문장에 대한 해석입니다. 제가 해석을 해주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해를 합니다. 그러면 질문이 끝나는 거지요. 근데 여기에 하나의 숨겨진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이해를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해도 못하고 해석만 한겁니다. 제가 이해를 못하는데 학생은 신기하게 이해를 합니다. 저는 해석을 학생은 독해를 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학생이 와서 똑같은 문장을 질문했습니다. 제가 똑같이 해석을 해주었는데도 학생이 이해를 못합니다. 그러면 저는 원래의 지문을 가져오라고 말합니다. 원래의 지문에서 첫 문장부터 다시읽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지문의 내용이 이해가 되면, 지문의 내용을 넘어선 저의 경험에서나온 다를 예를 들어서 학생을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그 학생도 이제는 이해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원래의 지문이 존재할 때, 저도 비로서 독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학생을 이해시킬 수 있게되는 것입니다.
해석은 말 그대로 영어 문장을 우리말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문장 하나로 글쓴이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즉 읽는 사람이 정확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게 됩니다. 일종의 전략이 그 과정에 들어갑니다. 일단 문장의 개수를 증가시킵니다. 여러 개의 문장들에 하나의 내용을 넣어서 전달하면 그 내용이 제대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과정속에서 문장들 사이에는 관계가 생기게 됩니다. 독해용어로 이 관계는 “일관성, 통일성”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문장들을 배열하는 순서도 짜임새를 줍니다. 추상적인 것을 말했다가 더 구체화 시키는 방식이라든지 원인과 결과, 시간 순서 등의 방식을 사용합니다. 글 읽는 사람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합니다.
독해라는 것은 글쓴이의 이런 의도를 파악하고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과 문장 사이의 관계를 따지면서 해석해야 하며, 사전적 의미보다 문맥에 의해서 창조되는 문맥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얄미워 죽겠어”란 말이 사용되는 상황에 따라서 - 진짜 화났을 때, 또는 귀여운 아이를 보면서 말할 때 -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문장이나 문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의미역시 문맥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독해에서는 중요한 것입니다.
결국 독해라는 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문맥”을 잘 타야 합니다. 문맥이란 것은 마치 급류와 같아서 일단 그 안으로 빠져들면 내가 다른 곳으로 가려해도 급류의 방향으로밖에 흘러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즉 내 해석이 부정확해도 필자의 의도대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문맥을 타게 되면 글의 내용이 하나의 내용으로 귀결되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문제를 풀면서 잘 이해된 것들은 정답이 정확하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반대로 해석을 해도 뭔 내용인지 모르겠으면 답도 틀리는 것이 같은 맥락입니다.
문맥을 타세요. 그게 올바른 독해의 길입니다. 해석을 하는 것만 연습하지 마시고 문맥을 타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해석과 독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서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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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 때 학원에서 제시문 요약(summary) 위주로 공부해서
해석은 깔끔하게 안되는데 무슨 말을 하는 지 문맥은 잘 잡아요.
텝스나 토익같은 시험도 빠르게 skimming해서 답은 잘 찾아요.
영어공부를 이런 식으로 계속해도 괜찮을까여...?
정확한 해석공부는 꾸준히 하셔야 합니다. 토익같은 경우에는 정확한 해석을 요구하기 보다는 빠르게 중심 내용을 잡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즉 속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방식이 잘 통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하는 시험이라고 하는게 맞겠군요 ㅋ 하지만 정확성이 필요한 곳에서는 깔끔한 해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해석을 깔끔하게 못하더라고 문장의 구조는 제대로 볼 수 있어야지만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님이 국제 협상 테이블에서 영어로 만들어진 협상문을 읽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정확성이 없다면 큰일 나겠죠? ^^ 빠르고 정확한 것 모두를 잡으세요. 화이팅!
해석 잘 안되도 문맥 의미 잘잡는 분이 부럽내요 ..
근데 그러면 좀 불안한 감이 있어요. 저도 2학년때까지 문맥으로 때려맞추다가 이러다 수능때 털리면 어떻하지 라는 불안감때문에 3학년때부터 정확한 독해하려고 연습했습니다. 그냥 둘다 잘하는게 최고죠.
진지먹자면 그런식으로만 공부하면 수능날 망할 수 있습니다.
해석 잘 안 되는데 문맥을 파악한다는 건 배경지식이 풍부하단 뜻인데
수능은 배경지식만으로 풀 수 없는 추상적인 지문이 출제됩니다.
해석 안 되는데 문제 잘 푸는 사람은 절대 부러워 할 필요 없습니다. 그러다 훅 가요~ㅋ
Fluency는 Accuracy에 기반해야됩니다.
근데 해석이 잘 안되어도 문맥을 잡으시는 경우라면 결국 해석능력이 80%는 갖춰져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읽기 연습을 계속 하시다 보면 언젠간 결국 엄밀한 해석도 어렵지 않아질듯 합니다.
그리고 글 내용에 100% 공감합니다.
친구들이 외국어 학습하는 것을 보면, 너무 기계적인 해석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궁극적인 목표인 '독해'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콩감해용
독해는 내용을 파악
해석은 문장을 파악
이런듯
저는 예전에 도치 구문만 나오면 정신이 멍해지면서 해석이 안되더군요
그 외에도 복잡한 구문만 나오면 단어사이의 희미한 연결고리만 파악하면서 대충넘겼는데
예전 외국어는 그런 부분을 해석 안해도 풀렸는데
요즘 외국어는 그런 부분을 철저하게 이해해야만 풀린다는거 그게 차이 인듯해요 ㅋ
근데 그러니까 확실히 도움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요 저절로 문법 문제 공부까지 되는듯
단순한 배경지식형 문법말고
문맥상 적절한거 고르는 문법 문제와 관련이 있나요?
마지막 부분의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ㅠㅠ 일단, 단어만 가지고 대충하면 점수도 대충 나오는게 요즘 수능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며, 정확한 해석을 배우는 과정에서 저절로 어법문제까지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해석용 문법이라고 할까요? 그런게 분명히 있습니다. 저도 그런 강의를 하고 있구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런 독해론 등의 방법론에 빠지다 보면.. 끝도 없는 고민과 그로인한 고뇌들의 굴레에 빠지는 악영향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러한 피해자의 일부이구요.
특히 외로움이 심한 독학N수생 분들께서는 사견이든 객관적 견해이든 공견방법론적 글들과 자료들에 대해 조심성을 가지고 접근하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은 방법론이라기 보다는 "해석"과 "독해"에 대한 정확한 정의에 대한 글인거 같습니다. 그리고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 2줄에 해당되는 내용일텐데요... 사실 영어를 강의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문맥"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그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기훈선생의 강의나 이명학 선생의 리로직과 같은 강의도 결국 문맥을 공부하는 강의잖아요? 따라서 방법론이란 말로 위의 글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학생의 말처럼 이방법 저방법을 따라가는 것은 위헙한 일입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글에도 그런 내용이 있습니다. 그 글의 제목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였답니다. 수험생은 올바른 내용을 접해야 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서 밀고 나가야 합니다. 제가 쓴 글에 방법론적인 것이 있다면 역시 그런 선택사항 하나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정보화 사회에서 너무 많은 정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
아 죄송합니다. 제가 제목만 보고 먼저 리플을 달아버리는 실수를 범했네요;;(대표적인 방법론적 논의가 독해vs해석에 대한 논의라서요ㅎ)
글쓴 분의 의도가 제가 지적한 부분과는 좀 다른 것 같고 제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하시는 의견을 보여주시니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괜찮습니다. ^^ 저도 자주 실수를 합니다. 어쩌면 학생이 공부방법에 혼란을 느끼는 것에 가르치는 사람들의 잘못도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좋은 내용 덧붙여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__)
쌤 저 승래에요ㅋㅋ 살아있는 상변선생의 현강 제자로서 쌤 실력 인증합니다. 정말 감사했어요 ㅠㅠ 현역 때 한 번도 못받은 외궈 1등급을 내리신분 ㅠㅠ 덕분에 올1찍었어요 ㅋㅋ
축하해 승래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