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논술 유형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 [1]
이 글을 보다 폭 넓게 이해하시고자 한다면, 다음의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2.yonsei.ac.kr/entrance/2013/susi/nonsul/2013_Susi_Nonsul_In.pdf
2013학년도 연세대 인문계열에는 그 동안 나오던 도표가 아니라 갑자기 그림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림이 제시문 중 하나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은 2005학년도, 2003학년도 정시논술에 한 번 나왔던 것이지만
학생들의 생소함과 멘탈붕괴는 이루 말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2013년 정부에서 논술을 쉽게 내라고 대학들에게 강제함에 따라
대학들은 논술 난이도를 대폭 하향시키는 대신 유형 비틀기를 통하여 변별력 아닌 변별력을 냈습니다.
이런 와중에서 등장하는 것이 그림이 뜬금없이 등장한다던가, 유형이 변형된다던가 하는 것입니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유형별 스킬에 의존한 기술적 '쓰기' 만을 강조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희 오르비 논술팀도 2013학년도, 기존의 절대구조에서 '초절기교' 를 발간하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제시문이라는 자원을 활용하여 / 답안이라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 '과정' 의 '일반화''
임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의 수업의 근간이 될 것인데, 대체 이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3학년도 연대 인문계열 2번 문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문제 2> 제시문 (라)의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를 평가하시오. (1,000자
안팎, 50점)
'다양한 관점' 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림인 제시문 (라)를 대체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
모두 처음 보는 말이기 때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합격자 답안이라는 좋은 스승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복기답안으로부터 연세대가 이들에게 원했던 것을 도출 가능합니다.
:: '경제적' 관점이라는 것을 사용하였고,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물방울' 이라는 부분을 '자연' 으로 동의어 치환함.
(가)는 인위적 개입을 배제하고 자연
상태에서 순리대로의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례로, 인위적으로
매화의 모양을 다듬으려 하면 모두 병에 걸려 버린다. 이는 곧 부작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인위적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경제적 가치가 가공되기 이전보다 높고, 부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사랑과 같은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가)는
이러한 인위성의 아름다움을 간과한 것이다.
이때
(가)의 입장에서 서투른 이들에 의한 인위적 가공에 의해
자연의 손실과 같은 부작용이 있음을 근거로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물방울 다이아몬드에서 ‘물방울’ 모양으로 가공한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다이아몬드를 가공할 때 ‘물방울’이라는
자연의 모습으로 가공하여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역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주장처럼, 가공된 다이아몬드에서 인위적인 아름다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조화되어 더 큰
아름다움을 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예전의 서투른 방식과 달리 과학기술이 점차 발전해 감에 따라 원석을 해치는 서투른 가공을 없앨 수 있다. 따라서 (가)의 논지는 타당하다고 보기 힘들다.
:: 똑같이 '경제적' 관점을 사용하였고,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물방울' 이라는 부분을 '자연' 으로 동의어 치환함.
(라)에서는 다이아몬드 원석과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등장한다.
이들을 다양한 관점에 의해 해석해 보면, 미적, 경제적
측면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우선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아름다움을 찾자는 (가)와 같은 관점에서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을 부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가)에서 매화를 인위적으로 가공하는 행위는 오히려 매화를 병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행위의 원인이 되는 것은 바로 돈이다. 원석을 물방울 다이아몬드로 가공하는 목적 역시
금전으로 추론 가능하다. (가)는 이를 비판한다.
하지만 인위의 개입을 통해서 아름다움이 배가되거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도 인위의 산물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하는 (나,다)와 같은 관점에서는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은 인정된다.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비록 인위적으로 가공되었으나 정성스레 갈고 닦아 연출한 작품이며, 나아가 물방울이라는 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과 인공물간의 조화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도 아름답다. 아름답기에 시장에서의
수요가 높아 원석보다 경제적 가치가 보다 높음은 두 말 할 나위 없다.
:: '경제적' 관점을 사용함.
또한 원석이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효용성의
관점에서 이를 해석 할 수 있다. 우선, 경제적 가치의 측면에서 원석은 가치를 가지는 부분이 한정되어 있는 반면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희소성을 통해 그 자체로 시장성, 즉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 '경제적' 관점이라는 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경제적 관점에서 (라)를 해석함.
제시문 (라) 그림의 다이아몬드 원석은 가공되지 않는 자연 그 자체를 의미하며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인위가 개입된 인공물을
뜻한다. 먼저 (가)의
화자와 같은 자연주의자의 관점에서 위 그림을 해석할 때 물방을 다이아몬드는 다이아 원석의 본연모습을 손상시킨 부정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하는 입장에서 위 그림을 해석하면, 다이아몬드 원석은 이용가치가
없는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이를 물방울 다이아몬드로 가공함으로써 수요 높은 귀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완벽한 계획성을 띄고 제작된 인공물이다.
::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물방울' 이라는 부분을 '자연' 으로 동의어 치환함.
또한 (나)의 관점에서 (라)를 해석한다면,
다이아몬드 원석은 자연의 모습만 보여주므로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에 아름답지 못하다. 하지만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인위적이지만 물방울이라는 자연의 요소가 조화되어 있으므로 아름다운
것으로 해석될 것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합격을 결정지었던 요소는
- 다양한 관점 가운데 경제적 관점이 반드시 들어가야 했으며,
-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물방울 형태로부터 이를 자연의 모습으로 동의어 치환 할 수 있어야 했다.
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 경제적 관점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바로 문제에서 평가하라고 했던 제시문 (가)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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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화가들은 마음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러한 기준으로 천하의 매화를 평가한다고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하지는 못한다.
또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곧은 것을 베고 빽빽한 것을 쳐내고 똑바른 것을 잘라 매화를 병들게 하고 매화를 빨리 죽게 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돈을 벌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매화를 틀어지게 하고 성기게 하고 휘어지게 하는 것은 돈 벌기에 급급한 우둔한 사람들이 그 머리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신 문인화가들은 자신의 괴벽한 취미를 매화 파는 사람에게 확실하게 알려서, 똑바른 것을 베어 곁가지를 키우고 빽빽한 것을 쳐내 어린 가지를
죽이고 곧은 것을 잘라 생기를 막음으로써 높은 값을 구하게 하니, 강(江: 장쑤성)과 절(浙: 저장성) 지방의 매화는 모두 병이 들었다. 문인화가들이
끼친 폐해가 이 정도로 심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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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게, 돈 벌기에 급급한 우둔한... 등 '돈'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한 가지의 일반적 원리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다양한 관점이라는 발문이 등장하면, 관련된 제시문에서 드러나고 있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돈 이야기면 경제적 관점...
또한,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물방울을 자연의 모습으로 보는 특별한 시각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바로 제시문 (나)에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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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석축들의 짜임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라나 고려 사람들이 지녔던 자연과 건조물의 조화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은 순리의 아름다움이라고 이름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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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건조물(인위)가 조화되어야 비로소 아름답다는 것이 (나)의 요지였습니다.
이 조화를 '인공물인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물방울이라는 자연의 모습을 띄고 있다' 로 연결지어 준 것입니다.
우리는 또 한 가지의 일반적 원리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그림이 등장하면, 그림을 설명해 주는 짧은 문구로부터 제시문과 동의어치환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이런 일반적 원리들을 하나로 모아서 전달해 주어야 하는 것이 논술을 가르칠 때의 첫째 책무인 것입니다.
단순한 해설 강의로는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배양 시켜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하나하나의 '출제 원리' 들을 각 수업의 테마로 삼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논술 대비 방식인 것입니다.
시간이 엄청나게 절약됨은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 깊은 논의로 들어가 봅시다.
'아무리 원리를 도출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새로운 것이 나오면 어떻게 하죠?'
이런 질문이 들지 않으실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배우지 않은 것에 대한 공포는 그야말로 무지막지하죠.
우리는 이제 그림이 한 번 나왔으니 그림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림이 아니라, 이를테면 '수식' 이 등장하거나 하면 어떡하죠?
변형에 대처하는 근본적인 자세는 바로
'어떤 변형이 일어나던 반드시 '대응(같은 것을 찾는 것)' 으로부터 해결된다'
라는 명제를 항상 강조하는 것 뿐입니다.
결국 우리는 2012학년도 낭비문제 변형에 합격자가 어떻게 대처했는가,
2013학년도 변형에는 또 어떻게 대처했는가.. 를 일반화하는 시도를 합니다.
------- [2] 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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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도.. 해당되는 내용인가요?
이과 논술에 대해서는 저희 팀에서 연구하던가 했던 일이 없어서요..
기본 원리인 ['제시문이라는 자원을 활용하여 / 답안이라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 '과정' 의 '일반화'' ]는 동일한것 같네요.
다만, 이과논술의 경우 [잘 쓰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잘 풀었느냐] 즉, 출제자의 의도대로 [고교과정 내에서 잘 해결했느냐]가 중심이지요. 문과논술만큼 글쓰기의 기교가 필요하진 않지만, 주어진 자료와 힌트만을 이용해서, 전체적인 틀을 잡은후 의도대로 이끌어나가는 능력은 공통적으로 해당된다고 생각되네요.
와 저 완전 거의 똑같은데 왜 떨어짐요???ㅠㅠㅠㅠㅠ제가 1번을 거지 발싸개처럼 썼나봐요...
1번이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고, 학과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슨 학과를 쓰셨는지요?
이 문제 1번은
아름다움에 있어서의 계산, 계획의 개입 여부 (가) VS (나),(다)
계산, 계획이 개입될 때 자연과의 조화인가, 아니면 순수한 계획을 통한 역설적인 자연미인가 (나) VS (다)
이렇게 갈라주면 되었던 걸로 생각됩니다.
독문과를 썼고 2번은 국문과 합격자와 문장 순서만 빼면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1번은 가vs나다로 나누고 다시 한 번 나vs다로 나뉜다고 적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상은 기억이 안나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