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시계 [342948] · MS 2010 · 쪽지

2013-02-20 22:14:15
조회수 8,651

삼수생이 됩니다.

게시글 주소: https://i1000psi.orbi.kr/0003610543

오늘을 기점으로 저는 잉여생활을 청산하고 세번째 수험생활을 시작합니다. 이제는 불운을 탓하지 않습니다.부끄럽지만 모든 원인은 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그런 제가 미치도록 밉기도 했습니다.저는 저 자신을 싫어하는 저의 그 모습또한 미치도록 싫었습니다.저는 저를 사랑하고 싶었습니다.잘난 것 하나 없는 저지만..그래서 남들에게 별로 호감을 주지도 못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저만큼은 자신을 사랑하고 싶었습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오랜 성찰의 시간 끝에 삼수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현역 재수 때는 단순히 좋은 대학에 가는 것, 그래서 성공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그 삶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자신을 사랑하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 공부를 할 것입니다.

벼랑끝에 서있는 지금의 제 삶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하지만 아픈만큼 이 삼수라는 어둠의 터널을 거쳐가며 얻어가는 것이 있겠죠. 평범한 길은 아닌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 평범하지 않은 경험이 훗날 저의 꿈을 이루었을 때, 어떠한 자리에 있더라도 교만해지지 않을 겸손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 그리고 저보다 못한 이들을 감싸안을 수 있는 포용력과 배려심을 가진 더욱 멋진 나를 만들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독하게, 독하게 이 가시밭길 위를 걷고나면 그 끝엔 그토록 바라던 행복이라는 열매 역시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압니다. 
 
많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 삼수. 그러나 저보다 앞서, 그리고 저보다 오랜기간의 수험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끈 선배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곤 만신창이가 된 마음을 추스리고 강철과 같이 단단하고 굳게 정신을 무장시키고 다시 이 고독한 길 위에 한걸음을 내딛습니다. 많은 이들이 떠나갔지만 아직 내 곁에 남은 고마운, 고마워서 눈물이 나는 사람들, 그리고 비록 조금 떨어져 있지만 저와 함께 이 여정을 같이하는, 어딘가에서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고 있을 N수생 동지들을 생각하며 힘을 얻습니다. 다시 이 길을 걸어갈 힘을 냅니다.

해 내겠습니다. 견뎌내 보겠습니다.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더 큰사람이 될 미래의 나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될 미래의 나를 위해.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jilli701 · 425429 · 13/02/20 22:38

    힘내요.. ㅜㅜ 14학년도입시 같이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 PNaNuNNo력 · 400176 · 13/02/20 23:04 · MS 2012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현각스님 · 425609 · 13/02/20 23:10

    으앙 ㅜㅜ 삼수생들은 필력들이 ㅎㄷㄷ 하군요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 부끄럽지만 모든 원인은 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

    저도 이구절을 깨닫는데 2달이 걸렷습니다. ㅜㅜ 정말 힘든과정이였어요..
    앞으로 펼쳐질 길이 , 상상도 할수없을만큼의 가시밭길임을 알고있기에 ..
    누구보다 고독한 길임을 잘 알고있지만..
    이렇게 힘든 결정을 내린 n수생여러분 !
    힘들겁니다. 존x 힘들거에요 .
    하지만 우리는 꿈을 먹고 살면 됍니다.
    매 순간순간 초라하고 비참한 과정의 연속일거에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꿈이있고. 목표가 있습니다.
    매일매일 그 목표를 먹으며 견뎌냅시다. 이겨냅시다.
    그 초라한 과정과 노력이 모여, 빛나는 현실이 될거에요.
    함께 이겨내요 ! 화이팅!

  • D@RK공 · 376670 · 13/02/21 00:04 · MS 2017

    같은 입장으로써 엄청 공감되네요ㅜ.ㅜ
    님 글보고

    "자신을 동정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라는 구절이 생각나네요
    정말로 독하게 화이팅 합시다.... 님은 정말로 대단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고바우 · 351538 · 13/02/21 00:53 · MS 2010

    저희 아들이 삼수를 해서 님의 고통을 조금은 알듯 합니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투철한 의지가 이번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저와 같은 기성세대가 잘못 만들어 놓은 입시제도로 이렇게 훌륭하고 꿈 많은 청년들에게 고통을 드린 것 같아 맘이 아픕니다
    그러나 오늘의 이 고통의 시간이 님을 발전시킬 자양분이 될 것 입니다.
    결심이 흔들릴때는 오늘 자신이 쓴 글을 보며 결의를 다지시길....

  • 선발투수 · 425587 · 13/02/21 05:02

    성공합시다 !

  • sky17 · 259161 · 13/02/21 09:17 · MS 2008

    용감한 결정 축하드립니다!!! 쫌 돌아가면 어때요! 벼랑끝 절망이나 슬픔 대신 번지점프 성공이 떠오르게 되어 기뻐집니다! 도전하실 수 있는 용기 또한 새로운 선택이니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요... 이젠 두려움과 슬픔 다~~~떨쳐버리시고 다시 힘내셔서 더욱 기쁩니다. 마지막 수능이 되어야 한다면, 가장 중요한 원서영역까지 잘 타협하셔서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모든 과목들을 다 잘해야만 하는 수능 빨리 졸업하시고, 자신의 꿈을 위해 특화된 '대학'에서 진정한 꿈을 이루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좌절하고 싶은 유혹 생길 때마다, 좌절이란 놈 발로 퍽!퍽!퍽! 차버리세요! 이렇게 많은 분들 응원하시는데, 더 이상 쓸쓸해하지 마시고요^^ ㅋ닉도 다시가는시계로 바꾸셔야하나요^^;; 힘든 생활 이겨내시려다 보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혹시 그런 순간이 오면, 기특한 길을 결정했던 자신을 기억하시면서, 씩씩하게 끝까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세요! 화이팅!!!

  • 한신 · 415875 · 13/02/21 10:46 · MS 2012

    하고 싶은게 있으면 삼수쯤은 할 수 있다고 봐요.

    "기초튼튼 복습철저"로 밀어 붙이시면 안될 것 없을 듯요.

    뒤에 앉아서 컴터겜 하는 우리아들한데 "삼수할 때 제일 힘들었던게 뭐냐?"고 물었더니

    "대학들어가니 다 까먹어서 모르겠네요" 무덤덤한 답이네요.

    이렇듯 인생의 한조각쯤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옳을 듯.

    그런데 이 한조각을 경험하는 과정에서는 어려웠어요. 아비는 기억합니다.

    꼭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 Obiwan Kenobi · 352789 · 13/02/21 13:02 · MS 2010

    저삼수했는데 ㅋㅋ 음.. 하고나면 뭔가 달라지긴하더군오 ㅠ

  • 한신 · 415875 · 13/02/21 14:29 · MS 2012

    삼수 해 보니 이런게 좋아지더라 하는 하나 정도만 적어 주시면 후배님들 힘 받으실 텐데..

  • dosjwl · 326024 · 13/02/21 13:59

    저도 삼수결심했습니다. 올해엔 같이 원하는대학 갑시다

  • 오올ㅋ · 420293 · 13/02/21 17:16 · MS 2012

    " 부끄럽지만 모든 원인은 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 이건 정말 진리입니다.

  • 계명대의예과간다 · 365495 · 13/02/21 19:40

    필력이 ㄷㄷ 힘냅시다 화이팅

  • 제발연세대 · 386228 · 13/02/22 00:14 · MS 2011

    힘냅시다 삼수생들 !!!!!!1 이번엔 꼭 목표달성!!

  • 구름때 · 407799 · 13/02/22 14:34 · MS 2012

    저는 사수생이 됩니다.
    재수하고 성적올라서 기고만장하게 삼수를 했고 결국 실패했습니다.

    삼수생들은 절대로 자만해서는 안됩니다.(저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겸손하게, 꾸준하게, 명확하게...

  • 빙월 · 442596 · 13/02/23 15:39 · MS 2018

    화이팅입니다 ㄷㄷ

  • 박햇살 · 422706 · 13/02/25 20:44

    14학년도 입시 같이 성공해 보아요!

    저도 님 게시물 보니까 자극이 많이 되네요ㅎㅎ^^;
    문과신지 이과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도 님한테 지지 않는 의지를 함양해서 꼭 해내보일거에욧~

    겸손하게, 치열하게, 차분하게 공부를 시작해 보아요ㅋㅋ

  • 밝은낭만 · 405459 · 13/02/27 15:59 · MS 2012

    멋진결정 축하드립니다.
    저도 재수생의 입장으로 제가 원하는 인생을 위해 공부할것입니다. 힙내세요...!!!화이팅입니다
    You believe iN You

  • 아직이지 · 328970 · 13/03/05 14:12 · MS 2010

    삼수했었습니다 저도,, 평가원때 연고대 걍 가는 점수나와서 자만했더니 이런 결과나오네요,, 사반수 생각중입니다.ㅠㅠ
    저도 님처럼 이런 다짐하고 삼수임했엇는데 사람이란게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결심을 잃기 마련입니다.. 끝까지 흔들리지말고 집중해서 같이 좋은결과 얻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