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503694] · MS 2014 · 쪽지

2021-09-14 00: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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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기 독학으로 논술 최초합한 썰 (책벌레들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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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 휴면해제한 기념으로 쓰는 글. 귀찮아서 그냥 음슴체로 씀.




한 줄 요약: 어릴 때부터 책 좋아했던 사람이면 논술ㄱㄱ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엄청나게 좋아하던 책벌레였음. 왜 쉬는 시간마다 책 꺼내 읽다가 수업 시작한 줄도 모르고 책 읽고, 점심 시간이면 학교 도서실 가서 책 빌려오는 문학 덕후들 있지? 그게 나였음. 어, 이거 내 이야기 같다? 그러면 논술 추천.


나는 국어가 항상 쉽고 재밌었음. 국어는 공부 안해도 쉽게 고득점 받고, 교내 논술 대회 나가면 논술이 뭔지도 모르면서 상 타오고, 학기 초에 국어 교과서 받으면 시랑 소설 나오는 부분 재밌다고 미리 읽어보고.


근데도 논술을 칠 생각은 딱히 안했음. 나는 지방러에 돈도 별로 없는 집 애였던터라 논술 과외가 그렇게 비싸다고 하고, 첨삭은 더 비싸다고 하고, 서울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논술 배운 친구들이 바글바글하다고 하는데 내가 무슨 논술이야? 이렇게 생각했었음.




그런데 어쩌다 논술을 치게 됐느냐? 요즘은 문이과 통합이다 뭐다 하는데 라떼는 문과와 이과가 나뉘어있었음. 근데 내가 고2 때 이과를 선택했다가 고3 때 문과로 전향함. 당연히 수시로는 대학을 못가게 됨. 필요 과목 이수도 안되어있고, 학점 산출 안되고. 나는 신경 안썼음. 원래도 내신은 그저그런데 모의고사만 치면 성적이 잘나왔던 탓에 정시로 대학 가려고 했거든.


다만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음. 수시라는 카드를 아예 버린다는 게 너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셨는지 여기저기 전화해서 상담을 해보더니 나보고 논술을 넣으라고 함. 엥? 싶었지만 계속되는 설득에 일단 ㅇㅋ함. 수능 잘 치면 논술 시험 안가면 되는거니까.


지금쯤 눈치 챘겠지만 나는 수능을 망했음. 뭐 어디가서 망했다고 할 성적은 아니었지만 내 기준에서는 망했음. 목표 대학 중 가장 낮은 대학이나 겨우 갈 정도? 그제서야 논술이라는 카드가 간절해졌음. 이럴 줄 알았으면 연대 논술 좀 열심히 칠 걸 싶은 마음이 들었음. 가채점해보니 지망 대학들 논술 최저 등급은 다 맞출 수 있어서 더 그랬고.




그래서 수능 끝나고 난 이후부터 논술 독학을 시작함. 앞에서 말했다시피 돈 없는 지방러라 1회에 n만원이라는 논술 과외나 첨삭은 꿈도 못 꿈. 오르비에서 큰 맘 먹고 논술 인강을 결제했던가 안했던가 긴가민가한데 만약 신청했더래도 논술까지 시간이 너무 안남아서 못봤던 듯.


논술 독학 공부를 어떻게 했냐면 (이건 따로 쓸까 하다가 딱히 읽는 사람도 없을 거 같아서 그냥 여기에 간략하게 씀. 혹시나 호응 있으면 따로 글 쓸 수도?)

- 오르비에 올라오는 논술 관련 팁, 칼럼, 후기 읽기

- 인터넷에 논술 자료 검색해서 있는대로 다 읽음

- 학교별 논술 특징 서치해서 따로 정리함

- 학교별 과거 논술 및 모의 논술 문제와 해답지 다운받아서 체크해가며 읽음

- 논술을 기본적으로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찾아봄

- 실제로 논술 시험 치듯 연습 몇 번 해봄

뭐 이 정도였음. 한 거 별로 없지. 사실 돈 있었으면 걍 과외나 학원 갔을 듯?




그리고 시험 보러 갔음. 논술에서 몇 가지 중요한 지점이 있는데 그것만 주의해서 답안 썼음. (이것도 따로 쓸까 하다가 몇이나 읽겠나 싶어서 생략함.) 특히 한 대학은 마지막 문제가 함정 문제였는데 다 쓰고 다시 흝어보다가 출제 의도 파악하고 부랴부랴 고쳤음. 지방에서 왔다갔다하느라 힘들고, 수능 끝나서 친구들은 다 노는데 나 혼자 논술 공부하느라 괴로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 


결과가 어땠냐면, 오늘 신청해서 며칠 내로 배지 달리긴 할텐데 서성한 라인상경계열을 논술로 최초합함. 추합을 따로 통보 안해주는 상위 대학 결과는 따로 안봤음... 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이냐 왜 그랬냐 저주한다 싶은데 당시에는 굳이? 귀찮게? 싶었음. 참고로 합격한 대학은 함정문제를 잘 풀어냈던 그 곳이었음.


아무튼 수능을 망치고 논술 덕분에 목표 대학 중에서 나름 나쁘지 않은 대학을 들어감. 버카로 여겼던 논술이 나를 살린 꼴.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내가 독특한 케이스인 거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음. 내 친구 중 한 명이 또 나랑 똑같은 케이스로 합격했거든. 걔는 대학 안간다고 했던 앤데 몇 년 있다가 대학 갈까? 고민하길래 내가 '너는 책덕후니까 논술해봐ㅇㅇ 책 많이 읽고 이해력 높은 애들은 논술 ㄱㅊ음'하고 추천해줬더니 놀랍게도 n년 전에 나름 명문대를 독학으로 논술해서 들어감.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점이 뭐냐. 논술은 독학으로 충분하다는거냐? 아님. 당근 돈 있으면 과외 가고 학원 가는 게 좋겠지. 다만 책을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사교육 받은 사람보다 합격이 쉬울만큼 논술에서앞서있다는 거임.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문해력과 독해력이 남들과 압도적으로 차이나기 때문. 많은 학생들이 논술 지문 읽기를 힘들어함. 지문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워서 논술용 배경지식을 따로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음. 근데 이런 사람들은 그런 게 딱히 필요하지 않음. 지문 읽기 쉬움. 이해도 어렵지 않음. 일단 여기서 먹고 들어가는 거임.


게다가 이 문해력이 지문 뿐만이 아니라 문제를 읽어내는 데에도 적용되어서 출제자의 의도 읽기도 능숙함. 논술이라는 게 글을 아무리 잘써봐야 출제자가 의도된 정답대로 쓰지 않으면 말짱 꽝임. 그럼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시작점에서부터 지문 읽기+문제 이해를 깔고 시작함.


그 뿐이냐? 아님. 어휘력도 넘사벽임. 그렇다고 일반인보다 글을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논술에서 중요한 게 그게 아님. 지문과 문제를 잘 이해해서 적확한 언어로 출제자가 원하는 답을 원하는 스타일로 쓰면 땡임. 유려한 글쓰기? 필요 없음.


한 마디로 논술은 독서광한테 유리한 게임임. 남들보다 늦게 논술 공부를 시작했더라도 책을 평소에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이미 출발선이 한참 앞서있음.




책 읽는 습관이 있는데 논술 생각 안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한 번 고려해보길 바람. 쉽게 갈 수 있는 길이면서 만약을 대비한 길임. 찔러라도 보는 게 맞음.


하고 싶었던 말은 여기까지임.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댓글 달면 가능한 선에서 대답해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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