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Y한 독도바다 [1005719] · MS 2020 · 쪽지

2021-11-01 23:58:18
조회수 1,404

오늘은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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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가셔용



물의 철학자 - 함성호


떠든 말마도 오류고

설계한 집마다 비가 새나


다 어기고

단 한 말씀을 어기지 않은 죄로

청개구리가 울고


비만 오면 내 전화기는 울어댄다

(능소화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로부터)

비가 샌다고

물이 찬다고


나는 무엇을 어기지 않은 것일까?

말씀의 하자보수기간이 영원하다면

말씀의 건축은 영원히 보수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물의 욕망을 다 들여다보았다,

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안다,

고 할 수는 없다


보는 것과 아는 것 사이에서

나는 당황하고 있을 뿐이다


농부는 물의 정치가다

때맞춰 가두고

때맞춰 보낼 줄 안다


나는 물의 철학자다

전전긍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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