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 쪽지

2014-01-01 14: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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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공부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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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흐름을 이해하라.

 

흐름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

 

‘왜?’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지?

 

왜? 이런 제도가, 이런 민란이, 이런 전쟁이 벌어졌지?

 

‘왜?’라는 의문을 갖고 한국사책을 들여다보다 보면 흐름이란 건 자연스럽게 쌓이게 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죠.

 

공부를 하다 보면 ‘개혁정치’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조광조의 개혁정치, 영‧정조의 개혁정치(탕평정치), 흥선대원군의 개혁정치 등등.

 

그런데 개혁정치라는 건 ‘왜?’ 나타나는 겁니까? 현재 아무 문제없이 모든 게 잘 풀려가고 있는데 개혁을 부르짖나요? 아니죠. 지금 뭔가 문제가 생겼으니 개혁을 꺼내드는 겁니다. 정치가 부패하고, 경제가 흔들리고, 그로 인해 사회 전반의 기강이 문란해지니 개혁정치를 꺼내드는 거죠.

 

조광조 시절에는 중종반정으로 인해 권력을 틀어쥔 훈구파에 의한 국정농단이 개혁정치의 원인이었고, 영조 시절에는 서인과 남인의 독주로 인한 일당전제화, 그를 바로잡기 위한 숙종의 환국정치가 정계에 잇단 피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조정이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었던 게 탕평정치의 원인이었습니다. 흥선대원군 때에는 세도정치 60년 동안 정치의 타락과 이로 인한 삼정의 문란, 그로 인한 전국적 규모의 농민 봉기가 그의 개혁정치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원인을 찾아내면 이제 그 현상, 개혁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아, 그래서 조광조가, 그래서 영조가, 그래서 흥선대원군이 개혁정치를 했구나. 그럼, 그 개혁정치를 한 이후에, 마땅히 그에 대한 결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개혁정치를 해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느냐. 여기에도 당연히 궁금증을 가져야 합니다.

 

크게 나누면 개혁정치가 성공이냐 실패냐로 갈리겠죠. 조광조의 경우에는 실패하여 기묘사화로 이어져 사림세력이 큰 화를 입었고, 영조의 탕평정치는 일정 부분 성공하였으나 그의 정치적 기반(노론에 의해 왕위에 올랐다는)의 태생적 한계와 외척에 힘이 실린 정국 운영(세자의 장인인 홍봉한 집안과 영조 자신의 계비인 정순왕후 김씨의 집안으로 파벌이 갈린)으로 인해 적극적 탕평을 펼칠 수 없었다는 한계가 있었죠. 흥선대원군의 개혁정치는 분명 성공적인 것이었으나 경복궁 중건 과정에서의 무리한 공사는 양반과 백성 모두의 원망을 받았고, 근대화가 아닌 전통적 지배체제 내에서의 개혁이라는 한계를 일정 부분 담보하고 있었고요.

 

그렇다면 또다시, 그 개혁의 성공, 혹은 실패로 인한 어떤 사건이 벌어졌다는 걸 이제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그 결과는 다시 어떠한 일의 원인이 되는 법이죠.

 

흐름을 알려고 노력하면 뭐가 좋으냐. 암기할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알다시피 한국사의 양은 다른 과목들을 가볍게 능가합니다. 비록 개정되어 이전 7차 교육과정보다 그 양이 확연히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자잘한 연도, 수많은 인물들의 향연은 수험생으로 하여금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죠.

 

그러나 ‘왜?’라는 의문을 항상 갖고 사건의 원인과 결과, 인과관계를 따져들며 공부하여 흐름을 머릿속에 그려 넣게 되면 암기할 양은 줄어듭니다.

 

1894년 1월 고부 민란부터 1896년 2월 아관파천까지 약 2년의 시간동안 숨 쉴 틈 없이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 또한 그렇습니다.

 

고부군수 조병갑의 탐학으로 인한 백성들의 우발적 봉기가 사건의 도화선이 되어 모든 사건들이 인과율이 꿰맞춘 듯 순차적으로 일어납니다. 조정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안핵사 이용태를 파견하지만 그는 사건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봉기한 백성들을 잡아다 벌주는 등 별반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3월 고부 백산에서 전봉준의 격문으로 1차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게 됩니다.

 

성난 민심이 관군과 부딪혔고 황토현 전투, 장성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농민군은 4월 27일 여세를 몰아 전주성을 점령했죠. 이에 기겁한 조정이 황급히 청나라에 원군을 요청했고, 10년 전 갑신정변 당시 청과 맺은 텐진조약에서 청과 동등한 조선 파병권을 획득한 일본 역시 군대를 파병합니다.

 

외세가 개입할 것을 우려한 동학군은 5월 조정과 화약을 맺고(전주화약) 해산합니다. 전주화약에 따라 전라도에는 집강소라는 민정기관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정부는 동학군과 약속한 폐정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교정청을 설치하는 한편 원군으로 와준 일본군에 철병을 요구하였으나 조선 지배 야욕에 꿈틀거리던 일본은 이에 응하지 않고 6월 21일 돌연 경복궁에 군대를 난입(경복궁 쿠테타), 고종을 비롯한 민씨 일파를 끌어내리고 내정개혁을 단행케 하는데 이것이 바로 1차 갑오개혁입니다.

 

그럼 왜 일본은 우리나라의 내정개혁을 단행케 했느냐. 일본이 특별히 우리나라를 가엽게 여겨? 천만에요. 지들이 뜯어먹기 좋게 만들기 위해 내정개혁을 시킨 겁니다. 왕실과 정부의 사무를 분리해 왕권을 약화시키고, 화폐 제도를 개혁해 일본 화폐의 유입을 쉽게 만드는 등 조선을 뼈째 발라먹기 위한 물밑작업을 튼실하게 시행한 셈이죠.

 

그래서 갑오개혁은 봉건적 전통질서를 타파한 최초의 근대적 개혁이면서도 외세의 간섭에 의한 타율적 개혁이라는 한계 또한 분명한 개혁이라고, 우리는 배웠습니다.

 

이런 식으로 흐름을 잡아가며 공부를 하고 나면 소위 뼈대가 세워지게 돼 한국사 공부가 쉬워집니다. 그 다음부턴 이 뼈대에 살을 붙이는 작업만 남기 때문이죠.

 

 

2. 그래도, 암기는 해야 한다.

 

그러나 이해했으니 암기할 양이 줄어든다는 것이지, 이해했으니 암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한국사는 결국, 암기과목입니다.

 

앞서 흐름을 잡고 뼈대를 세우라는 말은 암기가 수월하기 위한 선수작업을 하라는 겁니다. 본말을 전도해서는 안 됩니다.

 

왜 암기를 해야 하느냐. 두 가지 측면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정확성입니다. 사람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시험을 앞둔 수험생은 절대 자신의 기억력을 과신해서는 안 됩니다. 기억이란 건 제멋대로라 언제나 저 편한대로 흘러가게 마련입니다.

 

가령 위에서 설명한 동학농민운동부터 아관파천까지의 역사를 이해만 하고 암기는 안 한 채 넘어갔다 칩시다. 나중에 시험에서 순서를 올바르게 구하라는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우리의 기억이 과연 이해한대로 되살아날까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럼, 저 위에서 제가 쓴 글은 과연 100% 정확한 것일까요? 혹 여러분은 제가 쓴 저 당시의 서술을 읽으면서 뭔가 하나 빠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셨나요?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여러분의 한국사 지식은 상당히 정확한 것일 겁니다. 그러나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여러분의 한국사 뼈대는 아직 올바르게 세워지지 않은 거예요.

 

맞습니다. 경복궁 쿠테타에서 갑오개혁의 사이에는 한 가지 중대한 사건이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바로 청일전쟁의 발발이죠. 청나라의 항의를 묵살한 일본은 6월 21일 경복궁 쿠테타를 일으키고 곧바로 23일 아산만 앞바다에 있는 풍도에서 청나라 병사를 태운 북양 함대를 급습하여 격침했습니다(풍도해전). 이것이 청일전쟁의 시작인 겁니다.

 

사람의 기억은 간사하여 믿을 바가 못 됩니다. 이해를 했다 하더라도 머릿속에서는 제멋대로 중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임의로 구분하여 중요하다 싶은 부분만 기억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내칠 수가 있죠. 갑오개혁은 중요하니 기억하고, 청일전쟁 발발은 중요하지 않으니 기억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1895년에 이르러 시모노세키 조약과 러‧프‧독 삼국간섭에 이르게 되면 “어라? 이게 여기 왜 있지?”하게 되는 겁니다. 원인이 되는 청일전쟁을 쏙 빼놓은 채 결과인 조약과 서구 열강의 견제만이 남게 되는 거죠.

 

그래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암기하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효율성입니다. 우리는 수능 시험장에서 20문제를 30분 안에 풀어야 합니다. 마킹할 시간이 필요하니 사실상 20~25분 안에 풀어야 하죠. 문제당 주어진 시간은 1분 남짓인데 문제마다 주어진 보기 지문을 읽고 해석하는 데 쓰는 시간, 선지를 분석하는 시간이 만만찮습니다(물론 수능이 올해처럼 나온다면 별 어려움은 없겠지만 시험 난이도라는 건 언제나 손바닥 뒤집듯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해하고 암기해 정리한 지식은 머릿속에서 금방금방 꺼내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에서 그친 지식은 꺼내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요 마치 우리가 삼각함수의 덧셈정리의 증명과정을 이해해서 원 안에 P점과 Q점, 두 점을 잡고 언제든지 덧셈정리 공식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쓰고 입으로 중얼거리며 암기하는 것은 실전에서 매번 공식을 유도할 수는 때문이죠.

 

사실 수능 한국사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는 사건의 순서배열과 시대 구분 문제입니다. 이 부분이야말로 100% 암기에 의해 풀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가령 2012년 수능 한국근현대사 11번 문제는,

 

동학농민운동으로 인한 일본군 상륙 - (가) - 군국기무처 첫 회의 - (나) - 홍범 14조 반포

 

이렇게 두고 (가)와 (나) 시기의 동학군의 활약으로 옳은 것을 묻고 있습니다. 동학농민운동의 전개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암기하지 않았다면 맞히기 어려운 고난이도 문제죠. 실제로 정답률도 30%대였습니다.

 

또 여행기나 가상일기 따위를 지문으로 주고 그 시대에 일어났을 법한 일로 알맞은 것을 묻는 문제는 근현대사 파트의 단골손님입니다.

(전근대사 파트의 문화사 문제는 사실 암기할 게 많아서 그렇지 시대 구분은 비교적 쉬운 편이죠. 조선 전기냐 후기냐, 삼국시대냐 고려냐의 차이라서 시대 구분이 편합니다. 그러나 근현대사는 길게는 2~30년, 짧게는 5~10년 단위의, 참 치졸하다 싶을 정도의 지엽적인 시대 구분을 필요로 하기에 정확한 연도 암기가 생명입니다)

 

원산학사가 1883년 세워졌고, 경의선이 1899년 완공되었으며, 대한매일신보가 1904~1910년 사이에 발행됐고, 원각사가 1908년에 지어졌다는 걸 암기하고 있지 않다면, 시대 구분 문제는 맞히기 어렵습니다. 흐름으로 이해하고 있더라도 거를 수 있는 선지는 맥시멈 3개, 고로 최종적으로 선지 2개가 남아 우리를 괴롭힙니다.

 

 

3. 암기에는 정도도, 사도도 없다.

 

암기는 어떤 식으로든 머릿속에 집어넣기만 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암기방법에는 제약이 없다는 겁니다. 자기 편한대로 하면 됩니다.

 

설민석이 ‘미미광어’를 가르친다죠. “신(미)양요는 (미)국과 (광)성보에서 (어)재연이 싸웠다”고 하여 미미광어. 해당 동영상을 보고 처음에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리곤 참 기발하다 생각했죠.

 

저런 식으로 외우는 걸 소위 ‘두문자 암기법’이라고 하는데요. 암기할 양이 방대한 공무원 수험가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법입니다. 공무원 수험가에서는 아예 두문자 정리책도 따로 나올 정도이니까요.

 

고종훈이나 강민성 같은 소위 ‘정통파(?)’ 강사들은 싫어하는 방법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안 외워지면 저렇게라도 외우는 수밖에요. 외워서, 시험장에서 써먹을 수만 있으면 그걸로 된 겁니다.

 

우리는 한국사라는 학문을 하려는 게 아니에요. 한국사 수능 만점이 목표인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외우기만 하면 장땡인 겁니다.

 

강사가 가르치는 대로 따라 외워도 좋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저도 한국사 공부 초창기에는 안 외워지는 걸 제 식대로 만들어서 외웠더랬죠.

 

안봉극, 영부무, 예수대.

 

뭔지 아시는 분?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예산 수덕사 대웅전. 네, 고려시대 주심포 양식의 건축물입니다. 수험생일 때 저게 그렇게 안 외워져서 두문자 따서 노랫말처럼 흥얼거렸습니다.

 

‘영’조는 이응이 들어가니 ‘완’론탕평, ‘정’조는 지읒이 들어가니 ‘준’론탕평.

 

‘사’림파는 시옷이 들어가니 ‘사’장이 아닌 ‘경’학, 훈구파는 '관'학파여서 기역이 들어가니 '경'학이 아닌 '사'장.

 

외우다 보면 정말 희한하게 구멍이 나는 부분이 생깁니다. 그런 부분은 어떻게든 자기 걸로 만들어야 해요. 명심하세요. 우리는 맞히면 장땡입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결론은 뭐냐.

 

흐름을 이해하고 뼈대를 세운 뒤 어떤 방식으로든 암기하라.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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