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마 [99444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2-01-01 22:19:02
조회수 19,661

[지구과학1]오존층 형성 시기에 대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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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형성, 생성' 이라는 말을 혐오합니다. 


'형성하였다, 형성(생성)되었다.' 등의 말은 굉장히 애매모호함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형성하였다. 형성되었다.' 라는 말은 형성되기 시작했을 때에도 사용할 수 있고, 

형성되는 중일 때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형성이 완료되었다는 완료의 의미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안데스 산맥의 형성 시기가 대표적인 예인데, 안데스 산맥은 중생대~신생대에 걸쳐서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중생대에 형성되기 '시작'하여, 신생대에 어느정도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할 수 있죠.


이 때문에 안데스 산맥의 형성 시기에 대해 중생대에 형성되었다. 라고 말하는 자료도 있고, 

신생대에 형성되었다고 말하는 자료도 있습니다.


오존층 형성 시기를 말할 때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시생 누대에 광합성 생물이 등장하였을 때, 이 당시에 광합성 생물이 생성해낸 산소는

대부분 해수에 녹아있는 철을 산화시키는데 사용되었습니다. 

대기중의 산소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는 원생 누대가 시작될 무렵입니다.

오존층을 이루는 오존은 산소로부터 화학적 반응을 통해 생성되므로 

이에 따라 대기 중 오존 농도도 이 무렵부터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즉, 오존층은 원생 누대 시절부터 조금씩 대기 중 오존 농도가 증가하면서 서서히 형성되어 나간 것이 팩트입니다. 

그래서 천재 교과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시생~원생 누대: 철이 소모되고 대기로 산소가 배출되면서 오존층 형성"

원생 누대 무렵부터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증가하고 이 산소 중 일부가 화학적 반응을 통해 오존으로 변해가며 오존층을 형성하기 '시작' 하였으니 이것은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그런데, '오존층' 이란건 무엇일까요? 자외선을 흡수하여 육상에 생명체가 살 수 있을만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존재가 아닙니까? 만약 대기 중 오존이 어느정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투과되는 자외선이 강해 육상에서 생명체가 살 수 없을 정도라면 그걸 '오존층이 형성되었다' 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따라, '오존층이 형성되었다' 라는 표현을 대기 중 오존 농도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 되어 자외선이 충분히 흡수되기 시작하는, 그래서 육상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시기는 당연히 육상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게된 실루리아기겠지요.


대표적인 예가 YBM 교과서와 전공서인 '대기과학개론' 입니다. 

YBM 교과서는 "실루리아기: 대기 중 오존층 형성으로 최초의 육상 식물인 송엽란류가 출현하였다" 라고 서술하며,

대기과학개론은 "실루리아기 말기에 산소량이 0.1P.A.L.에 달하여 오존층이 형성되고, 처음으로 식물이 상륙하였다" 라고 서술합니다. 



이때 '오존층 형성' 이라는 말은, 육상에서 생물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유의미하게 형성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와같이 '오존층이 형성되었다' 라는 문장은 굉장히 애매모호합니다. 

그런데 작년 7월 교육청 학력평가에 이런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정답은 A 입니다. 

해설에는 '오존층은 실루리아기 전에 형성되었다.' 라고 서술되어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출제자가 이러한 정황을 전혀 모르고 잘못 출제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이때의 '형성'은 오존층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야겠습니다. 


정리하면 


[오존층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는 실루리아기 전입니다. 그러나, 종종 교과서나 다른 교재에서 실루리아기에 형성되었다고 표현해도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오존층이 '형성되었다' 라는 의미는 맥락에 따라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를 이야기 할 수도 있고, 육상에 생물체가 살 수 있을 만큼 유의미하게 형성된 시기를 이야기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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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환 · 678124 · 22/01/01 22:32 · MS 2016

    각각의 '기'는 정말 여러 '세'로 나뉘어지는데 고 시대로 갈수록 시간의 세밀도가 낮아 하나의 '기'차이가 더 큰 시간의차이를 의미하는만큼 형성되었다 라는 말에 애매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많이 고민해보시고 알려주시려는것 같아 저 또한 느끼는게 많은것 같습니다. 글 모두 잘 읽었습니다 :)

  • (Insomnia) · 1015529 · 22/01/01 23:01 · MS 2020

    ㅇㅈㅇㅈ '형성된' 시기를 특정하라고 요구하는 문제 때문에 EBS 뒤져보면서 기준점 잡았던 기억이 나네요

  • broroot · 784602 · 22/01/02 09:17 · MS 2017

    따봉

  • 허수는복소평면에 · 884735 · 22/09/20 20:33 · MS 2019

    a: 최초의 육상식물이 출현하기 이전에 오존층이 형성되었다.

    실루리아기 이전에 오존층이 형성 (완료)되었다 라는 의미가 아니라
    "같은 실루리아기 안에서 육상 식물이 출현하기 이전에 오존층이 생성 완료 되었다" 의 의미로 해석하는게 맞아 보이는데요..

  • 닥마 · 994443 · 22/09/20 22:48 · MS 2020 (수정됨)

    그렇게 해석될 수 없습니다~ 왜냐면 문제의 구조 상 (다)는 지질 시대를 의미하며, '데본기, 실루리아기, 석탄기 중 하나이다.' 라는 조건 상 (다)는 '실루리아기' 그 자체가 되기 떄문입니다. 만약 정말 말씀하신 것이 문제의 의도였다면 이건 기본적인 부분조차 만족하지 못한 수준 이하의 문제가 됩니다.

  • 허수는복소평면에 · 884735 · 22/09/21 11:50 · MS 2019

    오 그렇네요

  • 라리가 · 1154104 · 22/12/27 02:07 · MS 2022

    좋은 의견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오존층의 정확한 형성 시기가 궁금해서 웹서핑을 해보다가 이 칼럼을 읽게 되었는데요, 이 칼럼 덕에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두면 될지, 더 나아가 지구과학 과목 전반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방향을 찾았습니다.

    (제가 뭘 하자는게 아니라 그냥 제 의견을 쓴거니까요 한 번 읽어봐주세요 ㅎㅎ)

    지구과학 교과서와 완자/수특/하이탑 어디를 찾아봐도 오존층이 실루리아기에 생겼다는 말은 안 나옵니다. 다만 직접 찾으신 것과 같이 두루뭉술하게 그저 오존층이 먼저 형성됐고 그 덕에 실루리아기에 이르러 육상에 생명체가 진출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써 있습니다 오존층 형성과 육상생물이 출현 사이의 순서만 짚을 뿐, 그 어디에도 정확한 형성 시기는 논하지 않는거죠.
    그 이유는 무더기의 역설과 같을 것입니다. 정확한 때로 특정지을 수 없을 뿐더러 큰 의미가 없다고 교과서 집필진 분들이 판단하셨겠지요. 작성자 님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실루리아기에 형성됐다고 단정지으셨습니다. 그 뒤, 자신에 판단과 맞지 않는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가 오류임을 지적한 것이죠. 아마 이 칼럼을 읽지 않았다면 저도 완전히 똑같은 판단을 내렸을거에요.

    몇 가지 측면에서 위와 같은 행위의 과오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라리가 · 1154104 · 22/12/27 02:08 · MS 2022

    Q1. 내린 근거가 교과서에 근거한 판단인가? A: No. 교과서에는 '오존층 형성=육상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형성된 것'이란 말이 안 나옴. 그저 순서만 짚을 뿐. 시험은 반드시 교과서에 근거해야함.

    Q2. 뭐 근데 꼭 교과서에 근거해야만 맞는 말인 건 아니지. 근거 자체가 교과서와 무관하게 타당한가?
    A: 애매함. 육상 생명체가 살 수 있을 만큼의 오존이 쌓이자마자 바로 생명체가 육상에서 살기 시작한 건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오르도비스기 후기부터 오존은 생명체가 살만큼 쌓였고, 생명체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다가 살만하다는 걸 확인하고 실루리아기에 육상에 정착하게 된 걸수도 있죠. '스멀스멀'이라는 표현이 중요한데, 한 순간에 딱 바뀌는게 아니라 모든 과정은 연속적인거니까요. 오존층형성도, 육상생명체의 출현도.
    일부 전문 자료들을 찾아보니 오존층 형성을 5억~4억 년 전으로 보더군요. 실루리아기 전이라 판단할 수 있는거죠.


    <결론>
    교과서에 충실하게 공부한 사람이라면 올려주신 7월 교육청 문제의 답은 의심의 여지 없이 ㄱ이다!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자. 결국 출제자도 교과서를 보며 문제를 만든다!

  • 라리가 · 1154104 · 22/12/27 02:16 · MS 2022 (수정됨)

    스멀스멀이라 한 부분의 내용은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진짜로 걔네가 뭐 확인을 하고 살만하네~라 생각하진 않았겠죠. 다만 이 경우, 생명체가 정착하기 위해 환경이 먼저 갖춰져 있어야 하고, 환경이 갖춰진 뒤에 생명체가 올라올 수 있게 된거지 환경이 갖춰지자마자 큰 시간 차이 없이 바로 생명체가 살기 시작한 게 아닐 수 있다 이거죠.

    오르도비스기에 생명체가 살 수 있을 만큼의 오존이 쌓였고, 그 결과 실루리아기에 애들이 올라왔다~ 라고도 해석될 수 있다 이거죠. 꼭 그 조건이 갖춰진 시기와 같은 시기에 생명체가 출현해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이렇게 애매...할 때는 기준은 무조건 교과서.

  • 닥마 · 994443 · 22/12/27 16:20 · MS 2020 (수정됨)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다만, 저는 오존층이 실루리아기에 형성됐다고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ㅎㅎ; '형성'이라는 말 자체가 애매함을 가진다는게 핵심이었고(비유로 사용하신 무더기의 역설과 관련이 있지요), 일부 교과서와 전공서에서 형성의 의미를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아닌 어느정도 유의미하게 만들어졌다는 의미로 쓰고 있음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전공서인 대기과학개론은 "실루리아기에 오존층이 형성됐다"라는 표현을 분명하게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문 자료'라고 하셨는데, 대기과학개론 정도면 굉장히 전문 자료에 해당하며 또 5억~4억 년 전 사이면 실루리아기가 포함된답니다. ) 물론 출제자의 의도는 "적어도 육상 생물이 출현하기 이전에는 오존층이 형성됐겠지" 라는 것이고, 제가 학생들을 가르칠때에도 그런 의도로 출제된 문제라고 가르치지만 , 지구과학 전공자 입장에서 해당 문제는 명백히 잘못 만든 문제로 보인다는 의견을 올린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