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마 [99444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2-07-08 21:38:34
조회수 8,522

[지구과학1] 7월 학평 11번 문제에 대한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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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는 문제입니다.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도 출제자의 의도가 과연 무엇일지를 

장시간 고민하게 만든 문제인데요.


(가), (나)의 현재 혹은 팔레오기 구분이야 늘상 우리가 배우는 대서양 심층 순환 단면을 떠올리면 충분히 맞출 수 있지만


문제는 ㄱ. 보기 때문입니다.


일단, 자료 해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선지인지의 여부를 떠나서 제가 판단한 출제자의 의도는 자료 해석으로 낸 것이 아닌, 그냥 팔레오기가 현재보다 기온이 높은 걸 알고 있는지, 혹은 추론할 수 있는지입니다.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첫번째, 가장 단순한 이유인데요. 해설지에 그렇게 쓰여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료에서 어떤 정보를 얻어내어 풀길 의도했다면, 해설지에 그 논리가 설명이 되어 있어야 하지만 해설지는 '그냥 팔레오기가 현재보다 평균 기온이 높음' 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자료 해석 유형의 문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뒷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그 자료가 논란의 여지없이 깔끔하게 묻는 바에 대한 결론이 나오는 자료여야합니다. 


허나, 심층 수괴가 형성되는 위도대나 남극 중층수를 비교하면 (가) 시기가 침강이 약한 듯 보이지만, 남극 저층수를 비교하면 오히려 (가) 시기가 침강이 더 강한 듯 보이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있는 이러한 자료를 두고 자료 해석 유형의 문제를 출제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선지의 의도는 자료와 별개로 팔레오기의 평균 기온을 알고 있거나 혹은 추론하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선지가 추론 가능한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생대의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현저하게 높다는 사실을 교육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며, 팔레오기는 중생대와 현재의 사이, 그 중에서도 중생대 직후에 해당하는 시기이므로 당연히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는 교육과정에서 "제 4기"에는 여러번의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된다고 학습하기 때문에 제 4기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이런 '평균의 논리'가 위험할 수 있지만, 팔레오기는 이런 이변이 일어난 시기가 아니므로, 평균의 논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출제자의 의도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ㄱ. 선지가 (가)에 해당하는 시기와 (나)에 해당하는 시기의 '평균 기온'을 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렇다면 팔레오기의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높았는지 어쨌는지를 떠나서 

문제의 (가)와 (나)는 도대체 어떤 상황인걸까요? 


해당 그림의 출처는 다음 문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유명한 문헌이 아니라서인지 찾는데 시간이 굉장히 걸렸습니다.


http://www.landscapesandcycles.net/antarctic-refrigeration-effect.html


(아래  그림은 시간순의 역순이니 유의 바랍니다.)




이 논문을 읽어보면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1. 팔레오기 이전에는 남극 저층수나 북대서양 심층수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위 논문 그림의 맨 아래 그림이 남극 저층수가 형성되기 이전의 대서양 단면입니다. 

WSDW는 남극 저층수나 북대서양 심층수 이전에 다른 이유로 존재하던 수괴입니다.



2. 팔레오기에 접어들며 대륙 분포가 바뀌며 남극 순환류가 생겼고, 이 남극 순환류가 남극으로의 열수송을 막게됩니다.


남극 순환류는 남극 대륙으로의 열 수송을 방해하여 남극 대륙의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해당 개념은 교과서에 직접 설명되어 있진 않지만, 이전 교육과정 EBS 연계 교재에서 출제된 바 있습니다.


여튼, 중생대 직후에는 원래 전 지구가 매우 온난했고 남극이나 북극에도 빙하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팔레오기에 남극 순환류가 형성됨에 따라 남극 대륙의 기온이 무척 낮아졌고 이로 인해 남극 대륙 주변의 해수가 냉각되고 결빙되며 밀도가 커져 가라앉은 것이 오늘날의 남극 저층수가 됩니다. 


그리고 그때의 모습이 (가) 그림의 상황입니다.

놀랍게도, (가) 그림에서 오늘날 북대서양 심층수 자리에 있는 그 수괴는 북대서양 심층수가 아닙니다!



3. 남극 저층수는 바다 밑바닥을 지배하며 심층 해수를 전반적으로 냉각시키고, 냉각된 심층 해수는 용승으로 인해 다양한 위도에서 표층으로 퍼올려지며 전지구적으로 기온을 낮추는데 기여합니다.


(가)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당시에는 남극 저층수가 북반구 고위도 까지 넓게 퍼졌고 심층 해수를 냉각시키는데 기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냉각된 해수는 용승으로 인해 표층으로 퍼올려집니다. 용승한 심층 해수는 그 주변 기온을 낮추는데 기여합니다.


이는 남극 대륙의 냉각 효과로 인해 차가워진 바닷물이 그 '냉기'를 전 지구적으로 분배하게 되었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느냐면 팔레오기에 기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낮아지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심층 순환 분포 변화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팔레오기의 기온과 심층 순환을 아무 근거없이 무지성으로 연결지은 것은 아니었네요.



4. 위와 같은 이유로 전 지구적으로 기온은 낮아졌고 그러다보면 비로소 북극해 인근도 빙하가 형성될 수 있을 정도로 냉각됩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북극해 인근에서도 이제 심층 수괴가 형성될 수 있게 되겠죠?

그리하여 형성된 것이 바로 북대서양 심층수입니다.

북대서양 심층수의 흐름이 새로 생겨남으로 인해 남극 저층수는 밀려나서 그 영역이 축소됩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분포, 즉 오늘날과 같은 분포를 이루게 되지요.


그리고 현재와 같은 분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심층의 해수들은 지속적으로 냉각되었고, 그로 인해 표층수의 영역이 좁아졌다고 합니다.

(표층의 따뜻한 물과 심층의 차가운 물의 경계인 수온 약층이 얕아졌다고 표현합니다.)


따라서, 표층수의 넓이를 통해 자료 해석으로 문제를 해결하셨다면 결과적으로는 옳은 자료 해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출제자의 의도가 그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교육과정 외로 시험에 직접 나올 내용은 아니지만 (가)와 (나) 그림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싶은 학생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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