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외줄을 타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강원도 산맥의 눈이 채 녹지도 않은 그날, 나는 제대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을 뒤로 하고 그날 저녁 아버지께 수능을 준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늦은 나이에.....위험이 얼마나 큰지 물론 알고 있으며.....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포부를 위해서는 해야겠다.....도와달라....'
미주알고주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버지께서 한참을 들으시더니 한 마디 하신다.
'알겠다. 가을에 보자.'
그리고 오늘 서울의 여름날 저녁은, 가을날의 저녁을 연상케 한다. 바람이 선선하게 분다. 이 바람이, 지난 겨울의 약속을 되돌이켜 보게 한다. 나는 얼마나 왔을지, 얼마나 더 가야할지를 헤아려 본다.
우습게도, 수험 생활의 가장 큰 적은 감정이였다. 감정이 흔들린다. 외로움인가. 채워지지 않는 사람에 대한 갈망인가. 외로운 광대가 난장에서 외줄을 탄다. 줄은 흔들리나 광대의 마음은 오롯이 한 가운데에 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매순간 줄은 좌우로 흔들린다. 줄은 계속 흔들린다. 그럴수록 광대는 더욱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한다. 광대는, 외줄을 탄다.
나는 광대다. 대한민국 60만 광대 중 한명이다. 입시라는 난장에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그저 수많은 광대 중 하나이다. '광대 끈 떨어졌다.'라는 속담이 있다. '제 구실을 다 하지 못하여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내 끈이 떨어지면 어쩌지... 수많은 걱정과 고민의 불안 속에서 펜을 잡는다. 감정이 더욱 동요한다. 줄이 더욱 흔들린다. 광대가 오롯이 했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린다. 줄이 너무 흔들려서 견디기 힘들어 자세를 유지하려 한다. 잘 되지 않는다. '떨어지면 안되는데... 떨어지면 안되는데...'
눈물이 난다. 그러다 오른쪽의 광대를 본다. 나와 같다. 왼쪽의 광대를 본다. 나와 같다.
똑같이 흔들린다. 똑같이 버티기 힘들어 한다. 똑같이 괴로워 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지금 힘들고 눈물나는 삶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도서관 앞에 앉은 내 옆 학생의 것이기도 하고 학원 내 앞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의 것이기도 하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
이 고통은, 이것은, 이또한 지나가리라.
나는, 우리는, 소중한 사람이다. 지금 나를 보듬고 위로해줄 사람은 사실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낸다. 그리고, 내가 나를 달랜다. 그렇게 남은 시간을 스스로 위로하며 보낸다. 약해지면 안된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ㅈㅅ해유 정시에서 국어비중제일낮은인설대학 어딘가요ㅇ오 수학잘하는문과임다
-
표본이 이게 말이 되는건가 1배수도 못채웠는데 오히려 빠지는중;;
-
전적대 ㅇㅈ 6
-
경북대식 환산 655.58 입니다 이걸로 문사철 최하위과라도 가능한곳...
-
고2 모고는 1,2 번갈아 뜨는데 2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수1,2 개념...
-
컴공 입결이 좀 내려간거같네
-
[고려대학교 25학번 합격] 합격자를 위한 고려대 단톡방을 소개합니다. [클루x노크] 0
고려대 25학번 합격자를 위한 고려대 클루x노크 오픈채팅방을 소개합니다. 24학번...
-
간당간당할려나
-
수능 미적 3등급 문 열었습니다.. 솔직히 작년에 기출을 대충 찍먹한 정도라...
-
2026 이동훈 기출 https://atom.ac/books/12829 2026...
-
전 사탐망인데 뭐가 더 조은건가요
-
어쩔 수 없군 2
피램은 집으로 시켜놓고 택배로 받아야겠네..
-
한 번 더할까 2
젠장...
-
일단 적어도 발목잡지는 않는다는 것만으로
-
. 0
.
-
건동홍 아예 안되네ㅠㅠ 원래 안되나.. 국망이라서그런가ㅜㅜㅜㅜㅠㅠㅜ 국어 반영비...
-
올해 환산이 높아야 붙겠죠? 아무래도 표점차이가 많이나니까
-
코가너무커요
-
락스 한 잔 타와라
-
ㅁㅌㅊ?
-
고2 모고는 가끔 1개 틀리는 정도고 고3 모고는 이번 수능 풀었는데 95점이었고...
-
라인 좀 2
대학 라인좀 재수 각오하고 소신 지원 라인도 추천 좀 업뎃 충원 고려대 동대...
-
ㄹㅇ 왜샀지..
-
"식 개수와 미지수 개수"에 대한 간단한 고찰 (수2) 0
식 개수와 미지수 개수에 대한 매칭만 제대로 하는 태도만 지니면, 25학년도...
-
시립대 가산표점점수 성적에 3% 부여가 7%인가요? 5
원래 7%인줄 알았는데 이거 2026 계획서인데 3%라고 써있어서
-
아침까지만 해도 6칸? 의대 개쌉가능ㅇㅇ 상태엿는데 지금은 다군에 치대 하나 쓰까... 상태임뇨
-
스나 7
그 과에서 점수가 130점정도 차이나는 과 스나 가능함?
-
ㅇㄷ
-
충남 전남 3
충남대 공대 랑 전남대 기계공 중에 어디가야 할까요
-
나는 삼수를 하게됐구나..
-
ㅅㅂ여기 어디야
-
중대 경영 논술 합격 14
이름 안지워서 재업..ㅜ 이대 의류산업 논술 빠져요~
-
이거 ㄹㅇ 가능성 없으려나요 3명 다 빠져야 겨우 가는데
-
희망회로 on 0
ㅈㅂㅈㅂㅈㅂㅈㅂ
-
'AI교과서는 교육자료' 규정 법안, 법사위 통과…이주호 "현장 혼란" 1
내년 새 학기부터 학교에 도입되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의 지위를...
-
기출 소설 이었는데 서울에서 막노동하는 중국인 아저씨가 알고보니까 대대로 장수...
-
어떻게든 입결 조금이라도 올릴려고 ㅈㄹ을하네 제발 변표 내
-
이사람 헬린이 맞음? 10
결국 아주대, 과기대 중에서 아주대가 선호도 앞선다는 객관적자료는 없고 본인에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공식 기자회견의 주인공은 일본이었다. 트럼프...
-
서바이벌 컨텐츠 현장에서 풀 수 있나요? 전국 리부트 말고
-
덕코내놧 6
주세요...
-
뱃지를 달아야하구나 노프사 노뱃지는 울엇서 ㅠ
-
가독성 좋은게 없으려나요? 좀 학생들 정리해주고 싶어서
-
예비=정신병 0
한양대 없었으면 이미 정신병왔음;;;; 최초합이 있어야되긴하는구나......ㄹㅇ 걍...
-
군대 가면.. 5
Bdd (군면제) : 혁규형 요즘 총 게임 많이 하던데 열심히 잘해서 잘 다녀왔으면...
-
ㅇㄸ????????? 생명 때문에 음...하여튼 하나만 사탐으로 갈아타려는데...
-
아직 ㄱㅊ은 거 같은데 컷 보면
-
외대 변표 나왔음 21
물변표 ㄹㅈㄷ임뇨....
쓰고나니 소름돋네요. 나중에 보면 이불킥할듯 ㅋㅋ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수험생들이 흔들릴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니는 학원에서도 실제로 몇명씩 빠지기도 하고.
힘내서 공부합시다!!
수험생문학ㅋㅋ
화이팅! 님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 입니다.
다행히 저한테는 외로움의 극치가 자살로 연결되지는 않네요 ^^; 멘탈이 힘들땐 코인노래방을 갑니다. 야생화 3번 부르면 외로움이 종교적인 자기애로 승화됩니다. 레알입니다.
박효신 짱짱맨 야셍화 짱짱쏭
전 노래방가면 항상 친구들과 안무까지 해서 너랑 나, 좋은 날, NONONO, 그런남자 부릅니다.
가슴이 뻥 뚫리고 끝나면 현자타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