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비문학)] 정보는 정리하는 게 아니야.
생각의 전개 교재를 출판하고 나면, 매년 아쉬움이 남기 마련입니다.
조금 더 명확하게, 조금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서술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요.
그런 내용들을 일반적으로는 강의에서 열심히 알려 주기는 하는데,
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제 게시글로도 남겨볼까 합니다.
이렇게 자잘한 +@의 내용들을 [생각의 전개 외전] 시리즈로 가끔씩 찾아 뵐 테니, 많이들 기대해 주세요 ㅎ
[생각의 전개 외전 1] 문학 시간 단축 꿀팁 : https://orbi.kr/00063100625
[생각의 전개 외전 2] 독서 못하는 학생들 특 : https://orbi.kr/00063527814
[생각의 전개 외전 3] 소설 문제 푸는 데 너무 오래 걸려요 : https://orbi.kr/00064044605
생각의 전개 외전 네 번째 시간, 오늘의 주제는 '독서에서 세부적인 정보도 기억하는 방법'입니다.
많은 학생들은 독서 지문의 정보를 '정리'하고 '처리'하는 방법을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많은 방법들이 나와 있기도 하죠.
당장 피램에서도
For 2024 피램 생각의 전개 - 독서 1권 136p 일부
'카테고리화' 같은 방법을 통해 정보를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구요.
그런데 피램 생각의 전개 - 독서에서 이러한 내용들에 앞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납득'의 중요성이에요.
For 2024 피램 생각의 전개 - 독서 1권 33p 일부
기본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때는 그 정보를 이쁘게 '정리'하여 '처리'한다는 마음가짐보다는,
최대한 '납득'하여 당연한 말로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납득'하는 능력을 키워
수능날 최대한 많은 문장을 '납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셔야 합니다.
그래서 그 '납득'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아봅시다.
2023학년도 9월 모의평가 '유류분' 관련 지문 3문단입니다. 앞 문단에서 정의되어 있는데, '유류분'은 대충 상속인이 보장받을 수 있는 몫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또한, 이 지문에서 '무상 취득자'는 '유류분권자'에게 무상 취득한 재산의 일부를 돌려 줄 의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문단의 정보를 '정리'하는 식으로 '처리'하면, 다음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 : 유류분 부족액만 반환받을 수 있음
유류분 부족액 : 기본적으로 금액으로 계산, 그러나 재산 자체를 반환받을 수 도 있음
예외 1) 재산 자체 반환이 불가능하면 돈으로 반환
예외 2) 재산 자체 반환이 가능해도 합의하면 돈으로 반환 가능
이런 식으로 정보를 '정리'하기만 하면,
이런 선지를 판단할 때 헷갈려서 미칩니다. 우리가 '정리'해 둔 정보에는 없는 말이거든요.
'정리'해 둔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하면, '예외 2'의 상황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돈으로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정도의 생각을 하면서 이 선지를 정답으로 골라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입니다.
독서 파트에서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대부분 '선지 판단의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보를 '정리'하기만 해서는, 선지 판단 과정에서 지문을 미친듯이 왔다갔다 하기만 할 뿐 '선지 판단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단을 '납득'해봅시다.
1~2 : 이미 상속받은 게 있으면 유류분(보장받는 몫) 중 일부만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보장받는 몫에서 이미 상속받은 건 빼야죠. 이 값을 '유류분 부족액'이라고 하네요. 단어의 의미 그대로, '유류분'에 '부족'한 금'액'을 말하는 것입니다.
3~4 : '유류분 부족액'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금액(돈)으로 계산됩니다. 당연합니다. 일반적으로 상속받는다고 하면 돈을 물려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항상 돈으로 반환되는 것은 아니고, 무상 처분된 재산이 돈 이외의 재산이면 이 재산 자체가 반환 대상이 됩니다. 당연합니다. 그 재산을 그대로 돌려 줄 수 있다면, 그냥 그 재산 그대로 주면 되는 것이죠.
5. 다만 그 재산 자체를 반환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 무상 취득자는 돈으로 반환해야 합니다. 당연합니다. 어쨌든 유류분권자에게 무언가를 돌려 주어야 하는 상황인데, 재산 자체를 줄 수 없다면 돈으로라도 줘야죠.
6. 재산 반환이 가능해도, 돈으로 반환하는 것을 '합의'하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합니다. 2019학년도 6월 모의평가 '사법' 관련 지문에 나왔던 '계약 자유의 원칙'이 떠오릅니다. 비록 재산 반환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해도, 서로 돈으로 주고받는 게 편하겠다고 생각해서 돈으로 반환하기로 '합의'(계약)하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이들의 '자유'니까요. 역시 당연합니다.
참고) 2019학년도 6월 모의평가 [22~26] 2문단
이렇게 최대한 '당연한 말'로 '납득'하며 읽으면,
이 선지는 '합의가 없으면 원칙대로 재산으로 반환해야지.'
라는 생각을 통해 맞는 선지로 골라낼 수 있습니다.
굳이 정보를 '정리'하지 않고 그냥 상식적인 내용으로 '납득'했더니
선지 판단의 시간이 크게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For 2024 피램 생각의 전개 - 독서 2권 해설지 161p~162p 일부
피램 생각의 전개에서도, 이러한 행동 양식을 강조하여 해설을 작성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독서에서의 행동 양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보가 미친듯이 쏟아지는 과학 지문에는 적용 못하는 거 아니냐구요?
2017학년도 수능 '반추 동물' 관련 지문입니다. 너무 유명한 지문이라, 1문단만 보고서 이 지문의 핵심이
'반추 동물이 비섬유소와 섬유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죠?
나아가 노란 형광펜 문장을 바탕으로, '포도당'이 곧 '에너지원'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피브로박터 숙시노젠'과 같은 미생물이 섬유소를 분해하는 과정은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합니다. 이는 '납득'이 불가능한, 그냥 과학적 사실 그 자체이니까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노란 형광펜 부분에 주목하며 정보를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포도당'으로 분해한다거나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것은 이 지문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때의 '포도당'이나 '에너지원'은 우리가 궁금한 '반추 동물'의 것이 아닌 미생물의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추 동물의 에너지원은 도대체 무엇인지 계속 궁금해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미생물의 대사 과정에서 여러 대사산물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형광펜 부분들의 정보를 '정리'하는 식으로 '처리'하면,
아세트산 : 반추 동물 세포로 직접 흡수되어 에너지 생성 / 체지방 합성
숙신산 : 프로피온산을 대사산물로 생성하는 다른 미생물의 에너지원
프로피온산 : 반추 동물이 간에서 포도당을 합성하는 대사 과정의 재료
이렇게 정리가 됩니다.
나아가 다음 문단에 나오는 '젖산' 역시
젖산 : 반추 동물의 세포로 직접 흡수되어 반추 동물에게 필요한 에너지 생성 / 아세트산 또는 프로피온산을 대사산물로 배출하는 다른 미생물의 에너지원
이렇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면 이런 문제를 풀 때, 또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정리'한 정보에서 답을 찾으려고 해야 합니다.
역시 선지 판단의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모습인 것이죠.
이때, '아세트산', '숙신산', '프로피온산', '젖산'을 다음과 같이 '납득'하면 어떨까요?
'이 지문은 결국 반추 동물의 에너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인데, 이 대사산물들이 당연하게도 에너지원이구나.'
'아세트산'은 대놓고 반추 동물의 에너지를 생성한다고 했고,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체지방을 합성하기도 합니다. '숙신산'은 '프로피온산'을 대사산물로 배출하는 다른 미생물의 에너지원인데, '프로피온산'은 반추 동물이 간에서 '포도당'을 합성하는 주 재료로 사용됩니다. '포도당'은 곧 '에너지원'이었기에, '숙신산'과 '프로피온산'도 반추 동물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습니다. '숙신산'은 간접적으로, '프로피온산'은 직접적으로 말이죠. 나아가 '젖산'은 나머지 대사산물들의 특성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정보를 '정리'하지 않고 '에너지원'이라는 화제를 중심으로 '납득'하면
이 문제의 1번, 2번, 4번, 5번 선지는 그냥 맞는 말이 됩니다. 모두 '대사산물은 에너지원이다.'를 재진술한 선지들이니까요.
정답인 3번 선지는 이 지문의 또다른 핵심 축이었던 '산성도에 따른 대사산물 분비'에 대해 묻고 있었습니다. 평가원은 '수능'에서 자잘한 정보를 얼마나 잘 '정리'했는지가 아닌, 지문의 핵심을 꿰뚫고 '납득'하며 읽을 수 있는지를 물어봤던 것이죠. 평가원이 해당 문항의 정답을 3번으로 제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최대한 많은 정보들을 '납득'하면서 읽는 태도를 갖춰 주시면,
세부적인 정보라고만 생각했던 많은 정보들을 '기억'하여 빠른 선지 판단에 활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조금은 버겁고 힘들지만, 또 동시에 가장 재밌게 독서 파트를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인
'납득하며 읽기',
오늘부터 연습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 외에도 훨씬 많은 태도와 생각들이 있습니다.
이런 걸 배우고 싶거나,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P.I.R.A.M 국어 생각의 전개 : https://atom.ac/books/10621
P.I.R.A.M 국어 7개년 기출문제집 : https://atom.ac/books/11077
피램 스페셜 페이지 : https://special.orbi.kr/piram2024/
혹은
피램 파이널 현장강의 : https://orbi.kr/00063966642
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ㅎㅎ
ps. 아직 생각의 전개 공부하기에 늦지 않았습니다. 이게 책팔이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원래 생각의 전개가 처음 기출 보는 사람에게는 기출 분석의 틀을, 그동안 다른 방법으로 기출을 공부했던 사람에게는 공부한 내용이 정리되면서 새롭게 기출이 보이는 경지에 오르게 하는 틀을 제시하는 교재라서 그렇습니다. 다른 책이나 강의로 공부하셨더라도, 파이널 마지막 기출 정리에 가장 효과적인 교재임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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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법에서 이거 안 나온 지 개오래된 거 같은데 3
우리나라의 정부 형태의 대통령제적 요소, 의원내각제적 요소 실모에서도 거의 본 적이...
FAQ
Q : 지금 시점에서 이런 공부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나요?
A : 일단 아직 늦지 않았고, 늦었다고 해도 이거 말고 다른 공부 할 거 없습니다. 문학과 달리 독서 파트는 '실전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게 없거든요. 그냥 우직하게 실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유일한 대처법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 이 공부라도 꾸준히 하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공부량이 어느 정도 쌓였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었던 학생들은 이런 식으로 조금만 공부하면 단기간에 깨달음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쌓인 공부량 속에서 알게 모르게 글 읽는 능력이 많이 키워졌을 것인데, '납득'하며 읽는 연습이 이러한 능력에 날개를 달아줄 거예요.
쌤 만나고 ㄹㅇ 국어 공부가 바뀐듯여 감사해요 ㅜㅜ
동욱쌤이랑 똑같이 말하시네
첫문단 화제의 틀 잡고, 결국은 같은 말, 최대한 납득하면서 이해
김민재가 국어 1타?
"당연하다"
제가 피램을 해설 읽어보며 다시 풀어보려는데, 다 풀어서 그러는데 혹시 교재 순서대로 기출 정리해놓은게 있나요...?
네 피램의 국어공작소 카페 오시면 복습자료 있습니다
피램님 피램 생각전개 독서 문학이 각각 40일치로 되어있는걸로 아는데
혹시 하루에 2일치씩 20일로 독서문학 4권 끝내는게 가능할까요?
네네 기출 처음 보는 게 아니라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혹시 피램 독서 문학에 전개년 7개년 기출이 다들어가있나요?
아니며 빠진것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빠진 것도 있는데, 나중에 자료 형태로 나머지 지문도 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