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수기] 현역 55477->재수 13321
안녕하세요?
루콩입니다!
오늘은 저의 재수 후기를 써보려 합니다.
성적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고
특히 오르비에선 하위권이겠다 싶어
부끄럽긴 하지만 ^^;..!!
성적 향상은 유의미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혹시 오르비에 예전의 저같은 분이 계실까 싶어
도움이 되고 싶어 써봅니다.
각자마다 맞는 방법이나 마인드가 다를 수 있으므로 감안해주세요!
-
0. 현역 및 재수 성적 비교
2022 수능 : 55477
(화작, 기하, 생1, 지1)
2023 수능 : 13321
(화작, 확통, 생윤, 사문)
1. 재수를 택하게 된 이유
중학교 때, 고1 때는 나름 벼락치기(?)로 열심히 공부했다.
물론 지방에 있는 일반학교였기 때문에,
학구열이 치열한 곳은 전혀 아니었다.
고1, 고2 1학기 때는 내신 2점 중반대를 받았다.
그런데 고2 2학기부터 개인적인 이유로
정신적으로 방황을 했다.
그러면서 공부도 수업을 들을 의지도 없어져
학업을 아예 놨고,
내신은 모두 6등급 정도를,
모고는 5~7등급 정도를 받았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대학을 잘 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 좋은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가고 싶었다.
그래서 공부를 안 하면서도
이건 내가 대학을 포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대학을 가는 시간을 미루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공부를 안 할 거야.
하지만 난 내년에 재수를 해서 대학에 갈 거야'라는
막연한 계획을 품고 있었다.
내가 공부를 놓았던 이유는
학교와 연관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고3 끝나고 졸업하면서 힘들었던 원인이 제거되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재수를 시작하려고 했다.
-
2. 재수 비용을 벌다
하지만,
마음놓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을 날린 것은
바로 나자신이었다.
그래서 부모님께 재수비용까지 손 벌리고 싶지 않았다.
그닥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공부를 안 한 것에 대해
부모님께 용서를 구하고 싶지도 않았다.
공부를 안 한 것도 내 선택과 책임이고
공부를 다시 하는 것도 내 선택과 책임이므로,
내가 책임을 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알바를 구했다.
주6일은 아침 11시부터 저녁 10시까지 11시간씩 레스토랑에서,
주1일은호텔이나나 편의점에서 9시간 정도씩 알바를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친구들과 만나면서 먹고 놀고도 했다.
어려서 체력이 좋았는지
10시에 알바가 끝나고도 친구들이랑 놀러가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출근하곤 했다.^^;
돈을 쓸 시간도, 일도 그닥 없긴 했으나
온전히 모두 저축한 것은 아니라
3개월 동안 한 700 정도를 모으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초기 예산은 대략 700만원.
기숙학원은 애초에 선택지에 넣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학창시절 벼락치기의 달인.
강제성이 주어지지 않으면
공부를 백날천날 미루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독재학원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마침 1~2년 전쯤,
우리 지방에 유일한 재수학원이 생겨났다.
그 학원을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알바를 2월 28일에 마무리하고,
미리 예약을 해두어
3월 1일에 바로 학원에 들어갔다.
한 달에 학원비 + 식비 + 차량비 해서
학원에 내는 돈만
대략 100만원 정도가 들었다.
단과 강의를 선택해 들을 수 있었지만,
비용도 그렇고 딱히 나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선택하지 않았다.
여기에 인강비 + 교재비까지 드니
꽤 많은 돈이 추가로 들었다.
부모님께서 한 400~500 정도를 지원해주신 것 같다.
(내가 완전히 책임진 것은 아니기에
죄송스럽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3. 공부 시간? 패턴?
우리 학원은
월~금 8시~22시
토요일 8시~18시,
일요일 휴일
의 패턴으로
운영이 되었다.
나는 그냥
학원 운영 시간에 공부했다.
물론 목표는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저녁에 집가서 공부하고,
토요일에 집와서 공부하고,
일요일에도 공부하고.....
이렇게
오직 공부로 찬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사실 학원 다니는 시간에도
딴짓하고 졸고 혼나기도 하고....
나 스스로 내가 그리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 날이 거의 없다.
누군가는
'오늘 밤 잠들기 전 후회없다, 나 열심히 했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하라는데
그런 생각이 든 날이 사실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 집중하진 못했던 것 같다.
(adhd 의심돼서 병원까지 다녀왔다^^;)
4. 내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요인
애초에 나는 상위권이 아니다.
수학 영어는 3등급을 받기도 했고.
그래서 과목별 공부법 같은 걸 올리기엔 부끄럽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인강 선생님들이 다 알려줄 것이다.
그래도 이전 성적이랑 비교하면
분명히 유의미한 성적 향상을 이끌어냈다.
누군가는 이과였다가 문과로 간 게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싶겠지만
나는 학창 시절 내내 문과였던 사람이고
현역 수능만 이과로 선택을 했다.
나는 그냥 '공부를 안 한 사람'이었다.
아마 문과로 수능을 봤어도 5~7등급을 받았을 거다.
중요한 건
공부를 아예 안 했던 567등급 노베이스가
어떻게 1년만에 성적을 123등급을 받을 수 있었는가?
이다.
처음에는 공부를 무작정 오랜 시간,
집중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공부법을 찾아다니고,
교재와 인강을 찾고...
갖은 노력을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 꿀팁들도
나에게 알게 모르게 녹아들어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내가 느낀
수능 점수 올리는 법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수능 알기'
'나 알기'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은..
우리는 우리가 지금 책상에 앉아 이러고 있는
궁극적인 목적을 생각해봐야 한다.
" 내가
올해 있을 11월 00일 수능에서
성적을 잘 받는 것이다."
국영수탐구 지식을 빠삭하게 아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많이 하고 집중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둘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수단으로서 중요한 거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내가 어디로, 왜 가고 있는지
그 방향과 목적지를 생각해야 한다.
나는 딱 그날,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여기 있는 거라고.
그래서
내가
올해 11월 00일 수능 현장에서
성적을 올리려면
(= 문제를 더 많이 맞히려면,
맞는 문제의 개수를 늘리려면)
뭘 해야 하지??????
이 질문을!!!! 계속 해야 한다.
나는 학원에서 가장 도움을 받은 두 가지가
'강제성',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시행되는 '실모'였다.
실모 퀄리티에 대한 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퀄리티고 뭐고,
그 문제와 답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건 다 수능을 위한!!! 것이다.
'내가 시험에서 무엇이 부족한가?'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 시행되는 전국 모의고사나,
학원에서 보는 실모를 보고 나면,
내가 틀리거나 맞았어도 헷갈렸던 문제,
실제 수능장에서 자신있게 맞히지 못했을 문제를 다~ 체크했다.
그리고 문제마다
내가 틀리거나 헷갈린 이유와,
내가 이걸 맞히기 위해 했어야 할 일들을 다 달았다.
예를 들어,
이 문제를 틀린 이유
: 000 개념 부족, 0단원 문제 풀이 부족
이걸 맞히기 위해 했어야 할 일
: 000 개념 확실히 채우기, 000 문제 풀이 양 늘리기
이런 식이다.
이걸 뭐 예쁘게 오답노트로 정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당장 이 문제가 수능에 나왔다고 가정하고,
이걸 맞혀서 3점을 더 맞으려면 뭘 했어야 하나!!!
이걸 파악하는 게 중요한 거다!!
개념서부터 시작이 아니라,
커리큘럼을 무작정 따라가는 게 아니라,
시험지 기준으로 내게 부족한 것과 필요한 것을 파악한 뒤,
그 뒤 공부계획을 세우는 거다.
그리고 그 공부 계획을 따라간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모의고사를 보고
피드백하는 이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고 왜 틀렸는지 모르겠는가???
아는 방법이 있다.
체크한 문제의 풀이과정을 본다.
내가 막힌 부분을 체크한다.
그 막힌 부분을 알려 했으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생각한다.
ex) 수학문제의 풀이를 읽는다.
한 줄 한 줄 읽다가 이해가 가지 않는 줄이 있다.
그 줄을 체크한다.
이 줄을을 내가 수능장에서 바로 생각해내지 못한 이유는 뭐가 부족해서일까?
아, 이 개념이 부족해서였구나.
혹은 이 풀이가 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구나.
00이면 ㅁㅁ으로 넘어가는 사고과정이 자동적이어야 하는데 내가 그게 없었구나.
이렇게 알게 된다.
5. 마인드컨트롤
수능에서 실력 쌓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마인드컨트롤이라고들 한다.
나는 사실 수능 다가와서도 긴장을 별로 안 했다.
수능 준비 중,
즉 힘들다는 여름이나 9월에도
슬럼프라든가 부정적인 감정도 별로 없었다.
멘탈이 그리 쎈 사람은 아니며
오히려 유리멘탈이라 불리는데도 그랬다.
그렇다고 수능을 잘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난 대학에 잘 가고 싶다는 욕망을 크게 크게 지닌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글을 자주 썼다.
일기를 자주 썼다.
써야지 하고 쓴 게 아니라
글을 써야만 내 복잡한 사고를 정리할 수 있었다.
나를 괴롭힌 생각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정리한
도움이 된 마인드들을 정리해보겠다.
공부하기가 싫다!!! 여기서 나가고 싶다!!!
앉아있기 싫다!!!
-> 공부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된다.
공부 안 하고도, 대학 안 가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그리고 그렇게도 잘 사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학원 뛰쳐나가도 된다.
환불받고 집가서 놀아도 된다.
그래도 별 일 안 일어나고 난 잘 산다.
어..
근데 이 질문하니까 알겠다.
난 안 그러고 싶다.
아, 이 공부는 내가 하기로 선택한 거구나.
난 사실 공부를 하고 싶구나.
대학에 잘 가고 싶어서 내 선택으로 스스로 여기 있는 거구나.
안 하고 싶음 안 해도 되는데,
난 하고 싶은 거구나.
(이 생각을 하면,
내가 여기 있는 게 내 선택인 것과,
선택을 한 이유를 상기시킬 수 있었고
내가 진짜로 공부를 하기 싫은 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학을 왜 가야 하지???
이거 해서 뭐하는데???
-> 이건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다.
애초에 이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정의하고 나서
수능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포기하기 쉽거든.
솔직히 내가 대학에 가려고 한 이유는
대학 타이틀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 대학으로 판단하는 여러 시선들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었다.
나는 이상한 완벽주의가 있었어서
이것저것 다 가지고 싶은 사람이었다.
대학 타이틀은 어렸을 때부터 꼭 지니고 싶었다.
또 서울에 가면,
그리고 대학에 가면 좋은 기회가 많고,
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다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는데,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것들을 다 나 스스로 직접 경험해보고 느껴보고 싶었다.
굳이 안 가고 바로 돈 벌거나 하고 싶은 목표도 없었다.
그게 있었다면 난 아마 재수를 결심하지 않았을 거다.
수능 망하면 어떡하지?
-> 수능 망해도 내 인생 안 망한다.
큰일처럼 느껴지는 것도 잠깐이지
세상 잘 돌아간다.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 안 나와도 성공한 사람 많다.
망해도 별 상관없다.
망해봤자 대학 좀 낮게 가는 거지 뭐.
대학에 가고 싶은 이유가 뭔데?
다른 사람한테 좋은 시선 받고 싶어서?
대학은 하나의 판단 기준일 뿐,
다른 판단 기준으로 나를 보여주면 된다.
서울에 가고 싶어서?
서울에서 일하거나 살면 된다.
교육 받고 싶어서?
솔직히 대학 교육.. 뭐가 그리 좋겠나.
그냥 널린 유익한 책들이나 강의들 듣는 것으로 대체 가능.
사람들 만나고 싶어서?
다른 방법으로 그런 집단에 들어가면 된다.
대학만이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뭐 이렇게
대학을 못 가서 이루지 못하는 목적들을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이룰 수 있다.
대학 못 가는 게 그리 큰 일이 아니다.
성적이 안 오르는 것 같다.
뭐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 이건 시험 보고 피드백하는 과정만 거쳐도
이런 고민 잘 안 하게 된다.
수능을 잘 보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으며
수능을 잘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이 들지 않는다.
이런 고민이 든다면
방향과 방법에 대해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는 때이다.
남들과의 비교...?
-> 현역으로 대학 간 학생들과 비교하며
고통받는 n수생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난 진짜 이걸로 고민한 적이 1도 없다.
친구들의 근황을 봐도 부러운 적이 없었다.
내가 재수하는 게 부끄러운 적도 없었다.
왜냐면 난 나의 길이 있으니까.
내 목표가, 목적이 뚜렷하게 있고 그 길로 걸어가는 길이니까.
그래서 재수하는 내가 당당하고 좋았다.
내가 원하는 나로 가는 길이니까
내가 멋있고 좋았다.
부러울 수는 있지만
그러면서 자신을 깎아내리게 된다면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나에 대해 잘 생각해봐야 한다.
6. 끝맺음말
제게 도움이 됐던 것들,
그리고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전달해보았습니다.
제가 전하고 싶은 말들을 썼지만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만의 기준이자 방식이므로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 부분만 자신의 것으로 취하세요.
모든 걸 억지로 취하려고 하면 탈나더라고요!!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댓글주세요!!
모든 수험생들, 재수생들 응원합니다!! :)
이상 루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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