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양 문제 관련해서 제 생각 정리해봄(관련 논문 첨부)
일단 제가 참고한 논문은 청주대 양희철 교수님의 「花庵九曲」의 構造 硏究입니다.
원문 읽어보실 분들은 KCI에서 찾아서 읽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화암구곡 9수와 관련한 부분을 발췌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이 작품의 주제를 보자. 이 작품의 주제는 <야인(향촌사족)의 농 가 생애도 자랑할 때가 있으리라는 기대로 야인의 농가 생애를 스스로 달램> 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이 작품의 제9수가 잘 말해준다. 왜냐하 면 제9수는 起承轉結(2)의 結이며, 동시에 이 작품의 總結이기 때문이다. 이 런 ‘총결’의 제9수에서 작가는 야인의 농가 생애도 자랑할 때가 있으리라는 기대로 야인의 농가 생애를 스스로 달래고 있다. 즉 초장과 중장인 “白水에 벼를 갈고 靑山에 섭플 친 후/西林 風雨에 쇼 머겨 도라 오니”에서는, 야인 의 농가 생애의 대표적인 농사일(벼농사, 섶치기, 소 먹이기)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종장인 “두어라 野人 生涯도 자랑 이시리라”에서는, 초장과 중장 의 대표적인 농사일에 꽃과 술을 좋아하는 일까지 포함시킨 야인의 농가 생 애도 자랑할 때가 있으리라는 기대로 야인의 농가 생애를 스스로 달래고 있 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의 주제는 <야인(향촌사족)의 농가 생애도 자랑할 때가 있으리라는 기대로 야인의 농가 생애를 스스로 달램>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양희철 교수님께서는 화암구곡 주제를 <야인의 농가 생애도 자랑할 때가 있으리라는 기대로 야인의 농가 생애를 스스로 달램>이라고 하셨습니다.
자 여기서, 저희는
1. 농가 생애를 스스로 ‘달랜다는’ 점
2. 농가 생애도 자랑할 때가 있으리라는 기대
이 두 가지에 주목을 해서 24수능 34번 4번 선지를 검토해봅시다.
<제9수>
맑은 물에 벼를 갈고 청산에 섶을 친 후
서림 풍우에 소 먹여 돌아오니
두어라 야인 생애도 자랑할 때 있으리라
<보기>
화암구곡은 포착된 자연의 양상에 따라 강호에서의 자족감, 출사하지 못한 선비로서 생활 공간인 향촌에 머물 수밖에 없는 데 따른 회포, 취향이 반영된 자연물로 구성한 개성적 공간에서의 긍지를 드러냈다.
34번 4번 선지 (나): (나)는 ‘청산’에서의 삶에서 느끼는 자랑스러움을 ‘야인 생애‘로 표현하여 겸양의 태도를 드러내는군.
<보기>에서의 “출사하지 못한 선비로서 생활 공간인 향촌에 머물 수밖에 없는 데 따른 회포”가 해당 논문의 해석과 일치하다고 판단됩니다.
논문: 농가 생애를 스스로 달랜다= 현재의 농가 생애가 자랑스럽지 않음을 내포함
보기: 선비가 출사하지 못해서 향촌에 ‘머물 수밖에 없음’, 그에 따른 회포 = 현재의 농가 생애를 자랑스러워하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 가능
그렇기에 일단 ‘청산’에서의 삶에서 느끼는 자랑스러움을 ‘야인 생애’로 표현했다는 부분은 확실히 틀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겸양’의 태도를 드러냈냐는 부분이 남았는데..
선지를 다시 한번 뜯어봅시다.
<청산에서의 삶에서 느끼는 자랑스러움을 야인 생애로 표현하여> 겸양의 태도를 드러내는군.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 겸양이 맞냐, 틀리냐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앞의 <청산에서의 삶에서 느끼는 자랑스러움을 야인 생애로 표현하여> 부분부터 맞아야 후속 판단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선지에서 묻는게 단순히 ‘겸양의 태도가 있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앞의 <청산에서의 삶에서 느끼는 자랑스러움을 야인 생애로 표현하여> 부분부터 틀렸으니 애초에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평가원은 ‘자랑스러움’을 두고 학생들이 선지를 판단했기를 의도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보기>의 “출사하지 못한 선비로서 생활 공간인 향촌에 머물 수밖에 없는 데 따른 회포” 이 부분을 참고하여, 화암구곡에서의 화자가 현재 농촌 생활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요구했던 것이죠.
댓글로 의견 많이들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다년간 직접 경험해본건데 사설 국어랑 수능 국어는 정말 연관성이 조금도 없습니다....
-
작수 확통 84점이었고, 9평 직전에 미적으로 갈아타서 백분위 78(낮3)입니다....
-
오늘의 노래추천 3
나온지 벌써 10년이 됐네,,, 암튼 노래는 좋아요
-
강대 x, 설맞이, 히든카이스 시즌4, 이해원모 모두 72, 76 정도 나오면...
-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설이랑 엮인 개념이 왤케 많았냐ㅋㅋ
-
수능 끝나면 7
탈색,헬스,미연시겜,밀린 애니 보기,여소 받기,후피잡 소설보기,어벤져스 정주행...
-
좀 쉬운 편인가요 ??
-
가급적 혼자 있는 곳에서 하기를 추천함. 빌런들 소리나오면 따라하는거임. 한숨쉬면...
-
나만 공부 안하고 오르비했네...
-
여대에 페미 많다 28
라는 이유로 안 가는 애들 진짜 이유를 모르겟음 본인 여고 다니면서 한번도 페미...
-
혹시 아시는분계신가요?
-
진짜 머리가 왤케 빨리빨리 안 돌아가지 ???
-
문학, 문법, 탐구가 진짜 마지막 1주동안 가장 올리기 좋은 과목임. 특히 지구....
-
플래너 하프이어로 2개 샀는데 원래 제본소가서 하나로 합치려고 했거든요 근데 택배...
-
MUMUL 3
가보자고
-
나 아는 사람 잊음을 논함 닮은 삼촌이 다시 보게 되는 병인데 다시 생각하면 그...
-
정법 개념 질문 2
1. 평생교육 및 의무교육은 복지국가/문화국가 둘다 해당하나요? 2. 종교, 예술,...
-
임정환, 김종익, 이지영 VS 현자의 돌 2023학년도 06모 9번 ㄹ선지였나…...
-
수학 2등급 수학 2등급 9망수잘 으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
https://youtu.be/Iap1rbB5wIk?si=IBnYtjEK3oa9TYB3 인생의모토
-
모든 질문을 받습니다 23
수능 공부를 제외한 모든 주제에 대해 질문을 받습니다
-
최근에 주간지 + 수특 수완 n회독 + 무지성 실모 실모 실모를 쳤더니 남은 실모가...
-
수학 백분위 93? 영어 2 사문 47 안정 생명 백분위 97? 이정도 뜨는데...
-
이미지 1
너가 내거 써주셈
-
뺘샤
-
거봐, 3
너도 북어지
-
수능도 얼마 안 남고, 저도 슬슬 추위에 등골이 서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
오늘 똥만 5번 싸러감 25
미친과민성대장증후군새기 실모풀다 흐름 끊기는거 너무 화나네
-
경제 한번 정리해야겟죠? 하 ㅠㅠ
-
약대 뱃지 개이쁘다 15
지금까지 약뱃 있는지 모르고 살았네 ㅋㅋㅋㅋ 내년 수능 보고 뱃받튀할까 저거랑 동대...
-
“사교육을 받은 사람이 유리해지지 않도록 출제“
-
어그로 성공 성적표 이렇게 ㅇㅈ하는 거 맞나요... 수학이 좀 떨어졌지만 국어가...
-
메가 국어 0
예비고3입니다.. 지금까지 국어 인강 전혀 안들어봤아요 모고는 1~2뜨는데 비문학이...
-
나는 질문해줌 50
프사나 닉넴보고 어울리는 질문함 ㄱㄱ
-
한시즌 풀어보려하는데 무슨시즌이 가장 괜찮나요?
-
13-15kg차이가 크긴하네요 아
-
해보신분 답좀
-
작년 수능 전에 옯에서 썼던 수능대박기원 글 보니깐 0
감회가 새롭네... 30일 정도 썼는데
-
ㅆㅂ자기시러
-
국어 - 의외로 물 수학 - 핵불 영어 - 약물~약불 이라고 하네요..
-
88~ 95 왔다갔다 하는데 1 굳히고 싶기도 하고 1일1실모하면 실모 남아서...
-
어라...?
-
생윤공부법 찾음 2
커뮤돌아다니면서 생윤 질문 답변해주면됨 상부상조 럭키비키잖아
-
무서운놈들
-
북반구 여름일때 30N에서 남중고도는 60 + 경사각이고 적도에서 남중고도는 90...
-
수능성적하고 비교하면 어땠나요... 너무 불안해서 한 번만 더 여쭤봅니다 더프보단...
-
퇴갤 6
잘 달렸다
-
질받해줘
저도 같은 생각... 문학 모호하다고 하는건 선지가 묻는 판단지점을 못잡아서 그렇지 실제로 선지자체가 모호한적은 없는것 같음
그쳐 다들 겸양에만 집중하던데 애초에 청산에서 자랑스러움을 느낀 적이 없는데. 나중에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거지 느낀적이 없음
이 입장과 다른 분들은 모두 틀린겁니다. 이게 정답입니다
<보기>를 보면 화자는 관직에 나가는걸 실패하여(출사하지 못한 선비로서) 시골,자연에 머물 ‘수 밖에‘ 없는 데 따른 회포 지닌다고 나와있습니다.
먼저 청산이라는 공간은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것이니까요.
(님이 10수하고 대학 못갔는데 돈도 이제 없어서 부모님이랑 시골에 사는데 자연 좋다~해도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것처럼요)
만약 보기가 없는 문제라면 자랑스러움이,청산에 대한 만족감이 맞는 것이겠지만 <보기> 문제는 보기를 통해 풀어야합니다.
기출 문제를 통해 봤을 때 겸양은 겸손과 같다고 봐야합니다. 양보라는 말이 있던데, 겸손하게 되면 양보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겸양은 겸손, 양보와 똑같다고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 뭐 겸손은 맞는데 양보가 없어서 틀렸다~말도 안되는 말입니다.)
앞에서 말했듯 화자는 지금 어쩔 수 없이 향촌에 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야인 생애라고 표현한 것이 겸양의,겸손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 예를 들자면 님이 고려대를 붙었는데 “아이, 그냥 그럭저럭 갔어요~”하면 겸양이지만, 진짜 대학을 못갔는데 ”대학 못갔어요~“하면 겸양,겸손이 아니듯이…)
위의 입장과 다른 의견은 모두 틀렸습니다.
정황상 화자 처지 자체가 개판인데, '겸양'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수능은 결국 시험이고, 내용은 없고, 빈 껍데기인 겸양적 표현을 썼으니 겸양이라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오답이다? 이의신청을 하겠죠.
그 사람의 현실 수준이 낮은 것과 자신을 낮추는 표현을 쓸 수 없다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한다면 평가원 측에서 반박이 힘들겠죠...
반면에
겸양적 표현을 써도 겸양 할 상황이 아니니까 아니라고 했다가 오답이 나오면, 저 논리로 평가원이 반박하겠죠. 표현을 썼고, 처지와 표현은 별개다.라고 하면 님은 반박이 어렵습니다.
<보기>를 잘 보세요. 겸양이 말이 안되잖아요.
그리고 어찌되었든 평가원이 님처럼 논문 가져와서
정답에 이의를 제기할까봐.. 선택지 자체에서도 모순이 나게 만들었잖아요.
자랑스러움 = 겸양 이 맞습니까? 선택지 자체가 모순인데 저게 옳은 선지라고 한다면 문제를 잘못낸거죠.
자랑스러움과 겸양이 일치하는 말이 아닌데 겸양이니 아니니 하면서 힘들게 싸울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선택지를 끝까지 읽어야죠. 자랑스러움과 겸양을 각각 판단하기 전에 전체 문장이 말이 안됩니다.
저는 평가원의 의도가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자랑스러움이니 겸양이니는 주관이 들어가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