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행정법에 대한 소고(小考)
행정법은 생각보다는 굉장히 어려운 과목입니다.
법과대는 물론, 로스쿨 기준의 커리큘럼상으로도 행정법은 비교적 후반부에 다루어집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일반적인 학부와 로스쿨의 커리큘럼 기준으로는 민법이나 형법, 헌법,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등을 다 공부한 후에야 행정법을 공부하게 됩니다.
따라서 행정법은 민법, 형법 등의 과목들에 대한 배경지식을 너무나도 당연한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행정법을 공부하시는 분들의 거의 절대다수는 공무원 시험을 응시하는 분들이고,
이들 중 가장 많은 비율은 차지하는것은 9급 응시생들이고,
이들의 대부분은 법학은 커녕 수능 정치와법 수준의 법학개론조차 모르는 케이스가 거의 대부분인데
하필이면 그 첫인사를 행정법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시중에 있는 행정법 수험서를 아무리 열심히 꼼꼼하게 정독한다 하더라도,
(모 행시 재경직 1차 한번에 뚫은 오르비언 정도의 가히 천재적인 레벨이 아닌이상에야. 그리고 이런 분들은 애초부터 9급은 커녕 7급으로도 들어오지 않겠죠),
그 책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사시,변시 뚫은 현직 법조인 분들께서도 많이들 공감하시는 내용이기도 하구요.
또 행정법은 처음부터 맨 뒤의 내용과 결부된 내용들(예 : 소송요건, 입증책임 등)이 등장하는 특이한 과목입니다.
수학처럼 개념을 설정하고 그 개념들을 토대로 복잡한 개념으로 차근차근 옮아가는 것이 아니라,
책의 한참 뒤에 가서야 그 정의를 처음 배우는 개념들이 배경지식으로 섞여 있는 문장들이 책의 맨 앞에서부터 서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법 자체만을 놓고 보았을 때도, 행정법을 끝까지 한 번 다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앞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자기가 느끼기에 정확하고 꼼꼼하게 이해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더라도, 아직 n회독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정말 매우 높습니다.
또 행정법은 매우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개별법들의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정작용들과 관련된 판례들을 다루면서도, 그 전문적인 내용들의 세부적인 사항이 학자들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사실 학자들도 잘 모릅니다.
학자들의 관심사는 그 행정작용들의 배후에 있는 일반화된 원리입니다.
따라서, 모르는 단어와 모르는 제도들이 튀어 나올 때 당황하는 것은, 행정법 공부에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정법 교과서에는 매우 많은 전문적인 제도와 구체적 행정작용들이 등장하는데, 그것들은 학계와 판례가 일반화해 놓은 원리들이 적용되는 국면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시에 불과합니다.
행정법은 각종 생판 듣도보도 못한 개별법의 판례들을 던져주며 결론을 외웠는지 외우지 못했는지를 물어보기 때문에,
마치 개별 판례들에 등장하는 전문적인 제도와 구체적 행정작용들에 대해 물어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은 오해입니다. ‘이 판례의 배후에 우리가 일반화 해놓은 어떤 법리가 있냐?’, ‘
이 판례는 어떤 맥락에서 판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냐?’
이것이 출제위원으로 들어가는 학자들이 물어보고 싶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갑종근로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 세무 행정의 관례가 되어있다 하더라도, 그 근거였던 시행규칙이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지 못하다면, 그로 인하여 그 무효인 규정의 내용이 행정관습법으로서 정당화 될 수는 없는가?
라는 지문이 있습니다.
이 지문을 보면서 ‘갑종 근로소득세.....아.. 배운적 없는데.. 교수가 또 미x돌았네’ 이러면 안 됩니다ㅋ
이 판례는 행정법 수험서에 법률유보의 원칙 부분에 나옵니다. 관습법은 침익적 작용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맥락에서 대법원도 그렇게 보고 있음을 드러내는 예시 판례입니다.
따라서
① 이 판례의 내용을 아주 정확하게, 일전에 각인시켜놓은 적이 있어야 하고,
② 관습법은 침익적 작용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일반론이 떠올라야 합니다.
③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갑종근로소득세(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행정법 시험중 가장어려운 국회직도 80이하로 내려가본적은 없지만, 아무튼 저도 이게 뭐하는 법인지는 자세히 모릅니다)라는 과세작용은 별도의 규정이 없이, 행정관습법에만 근거해서 부과될 수는 없습니다.
④ 따라서 이 선지의 결론은 '할 수 없다'가 되는 것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7급,9급 공무원 시험 수준에서는 법리적으로 완전하게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각종 절차법(ex.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국제법,공직선거법 등의 개별법처럼 학설이나 지엽 위주로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닌, 누가 얼마나 더 많은 판례를 섭렵하고 있느냐?에서 갈리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편입니다.
오히려 지엽적인 내용은 7급 공무원 수준이 훨씬 심하며, 각론이 아닌 총론 한정이지만 오히려 '행시'만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9급 시험 문제이지만, 변호사 출신 현직 강사들조차 처음봤다고 말할 정도로 절대 맞출 수 없는 초초초슈퍼 지엽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예. 2024년 국가직 9급 과징금)
다만, 7급이든 9급이든 어쨌든 객관식 시험인 이상 소거법이라는 테크닉으로 정답을 골라내는건,
지엽이 아닌 리딩판례라 하더라도 법리와 관련 쟁점을 아주 자세하게 이해해야만 겨우 과락을 면할 수 있는 행시 주관식 문제에 비하면 매우 수월한 편이죠. 어쨌든, 수험생 입장에서는 그냥 점수만 잘 받으면 그만이니깐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Ebs연계 질문 0
국어에서 문학에 연계나오면 지문 안보고 푼다는데 시만 그렇고 소설은 읽는건가요 아님...
-
정법vs동사 1
두개중에 뭐가 나을까요? 사문은 무조건하는게좋을거같아서
-
멀하면 조은가요 9평은 39점따리 허수지만 사설 풀다보면 우당탕탕 직관으로 50점도...
-
좀 쉬다 돌아오면 4-5개 풀림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요 그냥 벅벅해야 하는건가
-
하루에 과탐 한과목만 조질까 생각중인데 별로?
-
[속보]정부 “응급실 환자 작년 추석보다 20%이상↓…중환자 중심 작동” 1
[속보]정부 “응급실 환자 작년 추석보다 20%이상↓…중환자 중심 작동”
-
상세정보에 암것도 안뜨는데 원래 이러나요??
-
천만덕 가쥬아
-
사실 단과 인강 주어진것도 다 못풀어서 인게 1순위 이유이긴한데.. 음지에 발 넣는것도 어려워요~
-
수능 지금부터 공부하는데 노베이스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5
9모 국어 59점 6 영어 57점 5 수능 목표 국어 4 영어3 국어는 뭐가되었든...
-
옆자리 여자애가 인상 구기면서 흘겨보더라 그래서 내가 역으로 표정 찡그리면서 그...
-
크아아악 0
과제はぎしろ
-
[서울대학교 캠퍼스 멘토링] - 서울대 재학생과 함께하는 투어와 멘토링((9월만 특별 운영기간)) 0
안녕하세요! 저희는 서울대학교 21학번에 재학중인 학생들입니다! 학창 시절, 바쁜...
-
파이널 공부 0
다들 그냥 1일 1실모, 최근 기출 돌리는 거 맞지요?? 작년엔 너무 노베여서...
-
수능때 1은 힘들라나요 ㅠ
-
딱 대
-
주 6.5일 하면 죽으려나
-
음잘알들만 답변 부탁 흐흐 수학 풀때 조질꺼임 흐흐
-
코시린겨울바람냄새
-
So what's the matter with you? 4
Sing me something new ~
-
인강 도움 많이 되시나요? 누굴 들어야할지 모르겠네요..국어랑 영어는 수학처럼...
-
ㅠㅠ 2컷 어느정돈지..
-
총정리과제 저녁에 하실건가요??? 항상 국어는 아침에 해서 아침에 하는게 훨...
-
내 필체 그대로 출력해주는거 신기함 아쉬운건 적분은 아직 지원 안하는거랑 lne^3...
-
12,13에서 모르는 문제 많은건 당연한거 맞죠?
-
속도 벡터에 대한 이야기나 칼럼들이 많이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벡터를 활용하고 있는...
-
겨울 언제와.. 9
겨울이 사계절중 제일 좋음..일단 겨울옷이 예쁘고 연말의 아련함과 새학기의 설렘을...
-
목넘이 마을의 개
-
놀라운 사실 0
벌써 9월 중순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9모 친 지 벌써 2주나 지났네
-
...
-
그 시스템 개념완성교재에 강의 안들어도 그 교재안에 교과서 내용은 전부 다...
-
너 개구리야? 9
-
기상시간 패턴 0
언제부터 맞춰나가는게 좋을까요???
-
과학 한과목이라도 하면 과학에 가산점 준다고 해서 과학 1개랑 사탐 1개 하려는데...
-
산책하다 와야지 9
-
제목그대로 수학 수학 높3낮2 정도인데요.. 브릿지 브릿지알파 서바 하고있고...
-
\uc65c\ub0d0\uba74\u0020\uc774\uc81c\ubd80\ud13...
-
수능 영어 안 보는 수험생 비율, 역대 최고… 수학도 8년 만에 최고치 5
오는 11월 14일 시행되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영어 영역에...
-
뜨뜻하고 좋네요 11
아무래도 하와이나 괌 같은 곳에서 살아야할까봐요 추운건 너무 싫어요
-
지방 촌구석에서 워라밸 추구하며 주4일 근무하다가 꼴리면 다 때려치고 여행갔다가...
-
ㅅ..ㅂ
-
24수능 듣기 2틀.. 85점입니다.올해 영어 2이상만 뜨면 되는데 파이널 강의...
-
수능후에 보는 논술은 붙은것중 결정 가능한걸로 아는데 수능전 논술은 붙으면 수시마냥 무조건 가나요?
-
공부 따로 안하고 23수능 92 24수능 82 토익 890인데(470+420rc)...
-
기출,쎈b 같이 푸는 중인데 은근 막히는게 있네요 1/3정도.. 수학이 얼마나...
-
참 어려운 것이에요..ㅜㅜ
-
2시 버스가 45분에 와서 2시까지 정류장에서 대기타고 있긴건에 대하여......
세계사 정보 잘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