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보기 읽기
논란이 될 만한 것도 아닌데, 의견을 정리해서 써봅니다.
1. <보기>를 먼저 읽고 세트를 독해하는 것이 출제자의 목적인가?
아닐 것이라 봅니다. 출제자의 목적은 당연히 발문에 맞게 세트를 감상한 후 각 문제를 풀어 나가라는 것이겠죠.
하지만 <보기>에는 출제자가 해당 세트를 구성한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문학 작품을 (가), (나) 내지는 (다)로 엮어서 세트를 구성하는 이유는 순전히 문제를 내기 위함이 아닙니다. 해당 작품들을 함께 감상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이고, 출제자는 그 이유를 <보기>에 담아 냅니다.
2. 출제자의 의도에 따라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바꾸어 읽으면 출제자의 의도에 따라서 문제풀이를 학습하는 것이 타당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 문제를 잘 풀어서 대학에 가는 것이 목적 아닌가요?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됩니다.
비슷한 예시를 두어 개 들어보겠습니다.
가. 국어 영역에서의 문제풀이 전략
'자신이 잘 풀 수 있는 영역(독서, 문학, 선택과목), 제재(인문예술, 사회, 과학, 기술)'을 먼저 골라서 푸는 것도 출제자의 의도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출제자는 1번부터 45번까지, 순차적으로 푸는 것을 의도하고 시험지를 설계하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 더 걸리거나 덜 걸리게 하는 것도 출제자의 의도 중 하나입니다.
나. 영어 영역에서의 문제풀이 전략
마찬가지로, 물론 저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만,
'영어듣기 시간에 최대한 뒤의 문제를 많이 풀어 두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죠.
출제자의 의도에 부합하나요?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효한 점수 얻기 전략'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세우는 방법론입니다.
문학 <보기>를 먼저 읽는 것이 유리하다면, 출제자의 의도에 부합하는지와 상관없이 <보기>를 먼저 읽어도 됩니다.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3. 학문을 위한 공부와, 시험을 위한 공부
정약용도 전자와 후자('과거'를 위한 공부)가 다르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하죠.
저도 수능 국어 문제를 수없이 고치고, 만들어도 봤습니다.
자비 출판하는 것도 아니고, 만든 문제 팔고 있고요.
하지만 이게 대단하게 학문적으로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은 문제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은 많이 하지만, 문학의 세계는 수능 시험지가 담고 있는 것보다 훨씬 넓습니다. 수능 국어 공부하듯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관련 글은 아래와 같이 한 번 쓴 적이 있습니다.
https://orbi.kr/00068918210/%EC%88%98%EB%8A%A5%2520%EA%B5%AD%EC%96%B4%EB%8A%94
수능 가르치면서 진정한 문학이 어쩌고저쩌고, 그런 말에 휘둘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문제 열심히 풀어서 대학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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