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 교대점 Shean.T] 반기문 사무총장님의 발음은 좋은 건가 안 좋은 건가.
§ 안녕하세요 오르비 교대점 영어강사 션쌤입니다. 제목부터 반기문 사무총장님을 인용했으나…사실 반기문 사무총장님은 마지막에야 등장합니다 ㅋㅋㅋ. 대학교 때 모의UN 활동하던 때도 생각나 인용해보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제 글은… 좀 깁니다. 그만큼 ‘정독’하시면 ‘정말’ ‘정답’은 아닐지어도 ‘정도’로 이끄는 글이 되도록 ‘정성’을 들여 ‘정서’하였습니다. 요즘은 1월 개강인 수업을 위해 자료 작업이 한창입니다. 얼른 수업하고 싶네요 ㅎㅎ. 일정 없는 백수는 심신의 건강에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능 끝난 여러분 일정을 만드세요!! 운동도 등록하고 학원도 등록하고 친구들과 약속도 잡고. 집에만 있으면 늘어집니다… 저처럼.
§ 오늘은, 수능 영어가 아닌, 영어의 발음에 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아마, 당장만해도 이제 12월에 원서를 마무리하고 1월부터 뭔가 생산적인 걸 하자는 생각에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이 바로 헬스와 영어 말하기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영어 말하기 자체를 다루기엔 너무 방대하고, 그 중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노메 ‘발음’에 관해 몇 자 끄적여보고자 합니다.
§ 어쩔 수 없이 제 얘기부터 잠깐 해보면, 고1 당시 영어 모의고사 5등급이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삼수 끝에 ‘수능 영어’ 99%라고, 영어 ‘쫌’ 하는 것 같아서 겁 없이, 영어통번역학과에 왔습니다. 사실 겁 없이 오진 않았던 것 같아요. 분명 그 당시 진학하면서도 걱정 태산이었습니다. 분명 영어 조기교육 받은 친구들도 많고 살다온 괴물 같은 친구들도 많을텐데… 가도 괜찮은건가. 수업이나 따라갈 수 있나. 근데, 그런 거 무시하고, 우선 ‘그냥’ 갔어요. 사실 이게 이 너무나 짧은 인생에서 깨달은 이치라면 이치 중에 하나입니다. 걱정스럽고 두려워도, 일단 그냥 가면, 하면 어찌 어찌 또 다 ‘하게’ 되더라구요.
§ 어쨌든, ‘22살 다 큰 성인으로 영어 말하기를 시작해도 영어 말하기를 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기도 했기에, 참 열심히 했습니다. 영어 말하기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기숙사 원어민 영어수업, 영어 바이블스터디, 전화영어, 소리영어… 그렇게 2년 간의 노력이 먹혔던지, 대학교 3학년 때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갔었는데 (경영학교라 다 영어수업, 불어.. 못해용 ㅎ) 처음 만나는 외국인 친구들이 심심찮게 Korean American이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제 이야기의 요지는, ‘스무살 후로도, 노력하면 영어 말하기 충분히 잘할 수 있고, 영어 발음 좋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단, 노력 ‘적지 않게’ 해야 해요. 영어통번역학과라고, 영어영문학과라고, 영어교육과라고 다 영어 말하기 잘하는 거 아닙니다. 위와 같은 영어 전공 중에도 수능으로 온 국내파에서는 영어 말하기로 스트레스 받는 분들 적지 않습니다. 특히나, 말하려는 내용을 영어로 충분히 구성해서 말은 할 수 있으나, 자신의 발음 때문에 자신이 없어하는 분들도 많구요. 즉, 영어 발음은 영어를 말할 때의 ‘자신감’하고도 직결됩니다. 역으로, 자신의 전공이 영어와 상관없어도, 노력한다면 충분히 영어 말하기를 잘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반기문 사무총장님으로 돌아와서, 토스, 오픽을 필두로 영어 말하기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반기문 사무총장님이 연설하시는 동영상이 여기 저기로 퍼지고, ‘유창해보이지는 않는’ 그 영상을 예로들면서, “거봐. 발음은 안 중요해. 전달하는 내용이 중요한 거지.”라는 편협한 생각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입니다. 발음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긴 하죠. 그렇지만, 발음공부를 안 한 자신의 취약점을 저런 식으로 치부하는 건,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자기 위로입니다. 영어 독해 쓰기 등은 정말 잘하는데 말하기, 듣기가 잘 되지 않는 자신의 ‘치부’를 “난 한국인이 영어발음 굴리는 게 제일 싫더라. 한국인이 한국인처럼 발음해야지”라고 자위하는거죠.
§ 발음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내용이 ‘소리’를 통해 전달되는데 발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발음이 중요하긴 한데 ‘무슨’ 발음이 중요하냐의 문제입니다. 발음은 중요합니다. ‘유창한’ 발음이 아니라 ‘정확한’ 발음이.
§ 영어를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강세(stress)’를 꼽겠습니다(연음은 너무 유명하므로 다 아시리라). 각 영어 단어는 어떠한 모음에 강세를 줘야 하는지 정확하게 나와있기 때문이죠.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가 가끔하는 놀이, ‘탕!수육, 탕수!육, 탕수육!’을 우리는 놀이로 하지만 영어에서는 실제로 저 세 단어 중에 하나가 정확한 발음으로 존재한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percent를 퍼쎈!트로 강세를 줘야 하는데 통역 수업에서 펄!센트 정도로 했다가 교수님께 지적당한 기억이 나네요. satire도 원어민 쌤께 지적받은 기억이 있구요. percent처럼 뒤에 강세가 오면 좋겠지만, 새타~!이얼이 아니라 쌔!!타이얼입니다. 한 단어에 강세가 하나란 법도 없겠죠. prosecution의 경우 프라~!쎄큐!션 정도로 발음해야 합니다.
§ 딱 정해진 규칙이 있는 건 아니고, 아무래도 같은 음절의 단어는 보통 비슷한 양상을 띱니다. 또한 저 사람이 영어 말하기를 참 잘하냐 아니냐의 기준으로도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같은 단어라도 명사냐 동사냐에 따라 강세가 달라진다는 거죠. increase라는 단어가 ‘증가하다’로 쓰이면 ‘인크리~!즈’, ‘증가’라는 명사로 쓰이면 ‘인!크리즈’. export라는 단어가 ‘수출’로 쓰이면 ‘엑!스포트’, ‘수출하다’라는 동사로 쓰이면 ‘익스포~트.’ 아마 학교, 학원 쌤들을 통해 아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이걸 실제로 말할 때 자연스레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 이제 뭘 해야 하는지 나옵니다. 사전에서 단어를 찾을 때 그 단어의 발음을, 특히 ‘강세’를 신경써서 외워주세요. 그리고 그 강세에 맞게 그 단어를 중얼중얼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이게 몇 년 쌓이고 나면, 분명 빛을 발할 겁니다. 반복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어쨌든 거의 영어의 모든 단어의 발음을 정확하게 체크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겠죠.
§ 마찬가지로 영어 문장을 말할 때에도, 한 단어에서 강하게 발음되는 ‘모음’이 있듯이, 강하게 발음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flow가 생겨 리듬감있게 들리는 거구요. 쉬운 문장 하나를 예로 들자면, “How could you do that?”이라는 문장에서, 보통은 do 단어에 가장 발음이 쎄고 그 다음은 how, 나머지는 약하게 발음합니다. “하!우 쿠쥬 두!! 댓?” 이렇게 말이죠. 또한 of를 필두로 한 전치사가 ‘약하게’ 발음되는 요소의 대표주자입니다. 그래서 딕테이션할 때 전치사를 많이 놓치는 거구요. 이외에도 r과 l의 구분, th를 발음할 때 확실히 혀가 앞으로 나오는지 등등 ‘정확한’ 발음을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생기는 그 짜증나는, 예외들도 따로 챙겨두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height(키, 신장)의 경우는 ‘헤이트’가 아니라 ‘하이트.’ 하지만 freight(화물)은 ‘프레이트.’ ‘bury(묻다)’는 ‘뷰리’가 아니라 ‘베리.’ 아마 다 아실 것 같은, ‘honesty’는 ‘허니스티’가 아니라 ‘어니스티.’
§ 조금 슬픈 사실은, 확실히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금방 금방 잘 따라합니다. 가수나 배우들을 보면 영어 발음들이 꽤나 그럴싸하다는 걸 알 수 있죠. 자신들의 성량과 잘 돌아가는 혀를 이용해 금방 흉내내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남자보다는 음역대가 넓은 여자가 좀 더 유리한 편입니다.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한국에서만 살아온 남자들의 경우는, 이렇게 리듬 있는 flow가 있는 영어 발음을 따라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웅얼웅얼’하는 소리만 나고. 번역이 아니라 통역을 주된 일로 하시는 분 중에 남자보다 여자가 월등히 많다는 사실도, 여러 이유도 있지만, 이러한 사실도 큰몫을 하는 거죠.
§ 다시 반기문 사무총장님으로 돌아와서, 반기문 사무총장님은 정말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십니다. 성량과 여러 요인들에 의해 소위 유창하게 들리지 않을지 몰라도, 단어 하나하나 강세가 정확하고, 문장에서 각 단어의 소리 강약이 정확하기 때문에, 이러한 발음을 바로 한국인답게 ‘정확한 영어 발음’을 구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잘못 이해해서, ‘정확한’ 발음 연습은 하지않은 채, ‘마구잡이’로 발음하면서 “발음이 뭐가 중요하냐. 한국인은 한국인대로 발음하는 거지.”,혹은, “살다 온 적 없는데 어쩔 수 없는 거 아냐?”라고 잘못된 시각을 가져선 안되겠죠. 그 언어를 존중한다면 그 언어의 ‘정확한’ 발음도 존중해보세요.
§ 영어 말하기 그거 꼭 해야 합니까? 아뇨. 당연히 안 해도 되죠.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을 겁니다. 다만, 소통과 기회의 너비를 세상으로 넓히고자 하신다면, 하셔야 합니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님이 한 고등학생의 긴 질문글에 답변한 유명한 편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 일부를 인용합니다. 저는 저 말에 굉장히 공감하는 편입니다. 그 편지글 전문, ㄴㅇㅂ에 ‘정태영 사장 고등학생’ 정도로 치면 바로 나옵니다. 정말 좋은 글이고 특히나 수능 끝난 친구들에게 딱 타이밍이 맞는 글입니다. 안 읽어본 분은 한 번 읽어보세요.
“영어하고 한자에 신경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김군 시대에는 영어를 아주 잘 해야 합니다.저의 세대만 해도 소통이 목적이었지만 김군의 세대에서는 유창해야 어울릴 수 있습니다. 영어가 부자유로움은 문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시기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 영어 공부, 이제 수능에서 벗어난 진짜 영어 공부,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유창한 발음이 아니라고 기죽지 말고, 정확한 발음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ㄱㄴㄷ 나와도 거의 다 수2 관련이고 수1 ㄱㄴㄷ는 저번에 10월 모고 삼각형 빼면...
-
ㄱㄴㄷ 선지 ㅈ같게 바꿔놓은거 괘씸하면 개추 ㅋㅋ
-
어?
-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문제:양적관계-1
-
척박한 화1의 세계에서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작년에 만든 문제 올려봅니다. 풀이는...
왜 이런 글을 올려서... 강의할 때 영어 발음할때마다 식은땀 나지 않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 쓰나미가 ㅎㅎㅎㅎㅎ
좋아요~ 꾸욱 꾸욱 꾸 늘랐는데 한 번만 올라가네요.
균형잡힌 시각의 좋은 글, 잘 읽고 생각할 거리도 얻어서 갑니다.
칼럼은 이렇게 쓰는 거군요. 부끄럽습니다.
앗... 영광스러운 댓글 감사합니다 선생님.
부끄럽네요 ㅎㅎ;; 선생님의 여운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발음의 중요성 백번 동감합니다.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화스피킹이나 발음강의같은거라도 구체적으로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동감 감사해요 ㅎㅎ 역시 웹상이라 가장 근본적인 얘기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많이 따라하기." 내가 직접 연기자가 되어 계속해서 그네들의 리듬을, 호흡을 따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화가 많은 적당한 난이도의 영화를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가 가장 좋겠지요) 정하고, 주인공 한 명 정해서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주인공의 대사를 전부~~ 거의 싱크 100%에 가까울 때까지 반복해서 따라합니다. 주인공 한 명 끝났으면 상대역도 처음부터 끝까지 쭉 해보고요. 그렇게 한 영화의 메인 캐릭터 전부의 대사를 똑같이 치면서 영화 하나 마스터하면, 어느새 확 늘어있는 영어 구어표현과 발음이 느껴질 겁니다. 영화가 어렵다 싶으면 처음엔 연설이 좋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스티브잡스 연설을 수백번 보면서 그렇게 했구요. 단, 애초에 따라할 때 잘못된 발음으로 따라하고 있으면 안 되므로, 기본적으로 구분해야하는 발음들 즉 p,f / b, v / l, r이나 유의해야할 발음들 즉 sh / ph / th 등은 미리 어떻게 구분하여 발음하는지 아셔야 합니다. 이건 요즘 '소리영어'라는 이름으로 발음 클리닉 형태의 학원도 많으니 가서 배우셔도 되고, 사실 의지가 되다면 유튜브에서 좀만 찾아보시면 원어민들이 친절하게 올려놓은 자료가 엄청나게 많으니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ㅎㅎ.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영어학과에 진학하려는 예비 대학생으로서 큰 도움 얻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ㅎㅎ 연대 영어영문 꼭 붙으셔서 원없이 영어공부하길 바라요!!
선생님 저 닉은 연대 논술 썼을 때 판거고요 ...ㅋㅋㅋ 저 정시로 한국외대 영어학과 1지망으로 지원합니다!~~
근데 사실 제가 지방 일반고 출신이고 영어라고는 수능 영어 공부밖에 한 적이 없어서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앞섭니다.. 그래서 이번 방학 때 영어 공부좀 해 놓고 들어가려고요 ㅎㅎ 혹시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지 선생님께 조언 부탁드려도 될까요??
ㅋㅋㅋㅋ 아 이런 미안해요... ㅎㅎ 저도 똑같았어요. 지방 일반고 출신. 수능영어만 함. 들어와서 고생 많이 했어요 ㅋㅋ 네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요~
한국사람들은 너무 발음에 강박관념이 있는듯.. 난 영화에서 일본인 인도인등등이 백인발음 구사하면 오히려 캐릭터 사라지고 어색하던데. 물론 강세는 맞춰서 발음하면 좋음
네 맞아요 미국식의 '유창한' 발음에 강박관념이 있죠 ㅎㅎ 정확하고 깔끔하게 발음한다면 한국적인 발음도 참 이쁘고 알아듣기 좋은데 말이에요 ㅎㅎ
본격 영어공부 하고싶게 만드는글ㅠㅠ.. 좋아요 누르고갑니당!!!!!!!!
치느님을 부르는 닉넴이었던 것 같은데 귀요미 닉넴으로 바뀌었네요..? ㅋㅋㅋㅋ 영어 공부 당장 합시당 ㅎ
션님 글 왜 이렇게 잘쓰심? 두괄식 강조 딱 웹상에서 잘 맞는 듯ㅎㅎ
전 항상 그믐달님이 웹상에 맞는 구조 말투로 잘쓰신다고 생각했어요 ㅋㅋ 감사합니당 파이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