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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 않은 고백 [531407] · MS 2014 · 쪽지

2016-03-01 11:51:45
조회수 2,342

재종00썰<22> 쌍방과실

게시글 주소: https://i1000psi.orbi.kr/0008079292

칼같은 지적에 의해 불가피한 제목 블라인드ㅜㅜ 온라인상에서는 소신있는 사람이 아니라서..(차마 예전글들은 귀찮아서 수정안합니다)

요즘 국회에서 한창 필리버스터가 이슈라서 이와 관련하여 썰을 풀어봅니다.


A군과 B양은 재종 같은 반이다. 돌부처같던 A군은 B양의 발랄함과 상콤함에 반했고 괜스레 B양에게 말한마디 더 걸어보기 위해 노력한다. 
B양은 그런 A군을 다 받아주지만 재수 중이라 그런지 그것도 한계가 있다. 다른 남학생 친구와도 이야기하고 싶고 자기 볼일도 있고 공부도 해야하는데 자꾸 이러는건 민폐다
결국 B양은 A군에게 한 번 크게 화를 낸다. A군은 침울해하며 그다음부터는 B양에게 말을 조심하게 되고 B양은 미안했는지 A군에게 사과를 한다. 그리고 다시 A군은 B양에게 말을 건다. 그렇게 한 두차례 이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B양이 A군에게 진짜 잘못을 했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A군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돌부처같던 A군도 B양에게 진심어린 화를 냈고 서로에게 상처를 받은 둘은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기에 이른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서로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낀 나머지 화해를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B양은 이번의 경우 어느 수준의 조건을 부여한다. 그동안 지나치게 말을 거는게 짜증났을 뿐, 너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고. 앞으로도 이러면 또 싸울 게 분명하고 그러면 서로 입시 준비에 방해가 되니 어느 정도로만 친하게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A군은 처음에는 응한다. 하지만 갈수록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B양에게 인사를 건네도 B양은 냉정히 지나가고 어쩌다 같이 이야기를 하더라도 뭔가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는 독백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결정적으로 B양이 다른 여학생들과 A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던 것. 그 이야기의 내용은 '쟤가 나를 좋아하는 거 같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진짜 짜증나 죽겠다. 니들도 쟤 행동 유심히 지켜봐라 좀 이상한 애인거같다', '앞으로는 쟤랑 이야기 절대 하기 싫다', '너희가 도와서 쟤가 나한테 말 걸 엄두를 못내게 만들면 안되겠냐. 그냥 계속 여자한테 말건다고 시비를 걸어라'(어째 테러방지법이랑 내용이 비슷한 듯?) 등의 내용이었다. 
A군은 크게 상처를 받았다. A군은 B양에게 다가가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B양도 자기가 충분히 잘못했음을 알기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자신의 입장에는 변동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질 A군이 아니다. 그 때부터 그들의 필리버스터는 시작되었다. 
B양이 남학생과 이야기를 할 때도, 잠시 쉬고 있을 때도 불러내어 계속 항의를 했다. B양도 너무 듣기 싫었으나 명백한 잘못이기에 그저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계속 그 과정은 반복되었고 결국 둘은 수능 이틀 전 극적 화해를 이루었다. 
극적 화해를 이룬만큼 성적도 극적이었다. 둘다 평소 시험보다 확연히 못봐 원하는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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