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준강사 [502633]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17-04-01 01:35:27
조회수 6,153

[이원준] 수능 국어 개편 방향은?

게시글 주소: https://i1000psi.orbi.kr/00011654529


안녕하세요. 이원준입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이 7월께 발표될 예정입니다.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을 반영해 단순히 수능의 과목과 문항 수를 개편하는 것뿐 아니라 수능의 역할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대선 후보들도 저마다 교육 정책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2021학년도 수능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능 국어의 개선에 대한 두 가지 대비되는 시각을 보여드리고 함께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1안) 수능 국어는 주관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서울대 이혜정 교수의 에 따르면, 객관식 시험은 사고력을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논변에서 아쉬운 점은 '수능 국어영역'이라는 용어와 '수능 언어영역'라는 용어가 함께 쓰인 점이네요.

2017학년도 수능 국어영역을 보면, 총 45개의 문제 중 '다음 중 적절한 것은?' 유형이 25개, '다음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유형이 19개였다. 현재 수능의 문제 유형이 학력고사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단순 객관식 문제는 애초에 한계가 뚜렷하다.
학력고사는 4지선다형이고 수능은 5지선다형이라는 점이 둘 사이의 가장 뚜렷한 차별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질은 단순 객관식이면서 암기형이라는 비판을 애써 피하려다 보니, 수능 문제는 이중 삼중 사중으로 꼬이고 비틀려 있다. (...) 이런 문제들을 가지고 창의적 사고력을 키워 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수능 언어영역은 모두 객관식 문제일뿐더러, 그마저도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꼬여 있다. (이혜정)


이혜정 교수는 수능 국어의 문제점을 객관식이라는 형식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혜정 교수의 대안은 수능 국어를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시험처럼 바꾸는 것입니다. 물론 객관식 형태로는 사고력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혜정 교수의 논증은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안에 찬성하는 분들로는 김도연 전 교육부장관과 교육평론가 이범 선생님 등이 있습니다.

IB 문제의 예 :
공부했던 최소한 두 작가의 중단편소설들을 예로 들어, 계절적 배경이 가지는 효과에 대해 비교와 대조를 통해 논하십시오.
공부했던 둘 이상의 시인들의 시에서 화자가 시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감각적 심상의 특징을 비교와 대조를 통해 논하십시오.
'독재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말에 동의합니까? 반대합니까? 논하십시오.


(2안) 수능은 사고력만 측정해야 한다.

그동안 평가원에서 개발된 사고력 시험들로는 수능 외에도 MEET와 LEET 등이 있습니다. 개발 업무의 중심에 서서 실무를 담당했었던 철학자들은 현재 수능 국어는 사고력 측정을 목표로 하지만 사고력의 측정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능 국어는 일상 언어와 관련한 언어 능력 및 사고력을 검사하는 시험이면서 고등학교 국어 교과에서 가르치는 수준의 문학적 소양의 검사까지 포함하는 시험이다. 반면 MEET/DEET의 언어추론과 LEET의 언어이해는 문학적인 텍스트를 다루더라도 그것을 일상 언어의 텍스트로 간주할 뿐 그것을 읽어내는 문학적 소양은 검사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여전히 그 시험은 언어 능력 및 추리력 비판력 등의 사고력 검사까지 포함하는 시험이다. (민찬홍, 리트 출제위원장 ㆍ 수능 검토위원장)


수능 국어와 유사한 LEET나 MEET를 예로 들어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여영서 교수의 논문 '법학적성시험(LEET)는 논리적 사고력의 측정도구인가 : LEET, LSAT, PSAT의 비교 연구(2008)"를 살펴보면, LEET, LSAT, PSAT는 모두 논리적 사고력의 측정을 위한 도구로 제시되고 있지만, LSAT와 PSAT는 기본적으로 논리적 사고력의 측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험인데 반해, LEET는 논리적 사고력의 측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LEET는 문학 작품과 어휘 및 어법에 대해 묻는 문제를 출제했기 때문입니다. LSAT뿐만 아니라 PSAT에서도 어휘나 어법을 묻는 문제 또는 문학작품에 기초한 문제들이 출제되지 않습니다. PSAT 언어논리 출제영역 전문관인 김명석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종류의 문제들이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LSAT와 PSAT에서 대입 수능의 국어 문제와 비슷한 이러한 유형의 문제들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유형의 문제들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의미가 없다는 판단은 잘못일 것이다. (...) 민찬홍 교수는 문학작품을 기초로 문제를 만드는 것이 귀납적 추론의 문제를 만드는 데 적절한 방식일 수 있다며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문학작품에 기초한 문제들은 귀납적 추론의 문제와 같은 논리적 사고력을 시험하는 문제가 아니라 LEET 예비시험 16번처럼 대입 수능시험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국어 시험 문제의 형태를 지닌다는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다. (여영서)


송하석 교수에 따르면 위와 같은 여영서 교수의 비판은 리트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2014학년도에 리트에서 어휘, 어법 문제가 사라졌고, 2015, 2016학년도에는 문학작품 지문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2017학년도에는 리트에서 문학작품 지문이 다시 부활하였습니다.)


리트의 두 번째 변화는 보다 주목할 만하다. 두 번째 변화의 핵심은 언어이해에서 어법, 어휘 문제가 사라진 것과 문학 지문이 사라진 것이다. (...) 어법에 맞게 문장을 정확하게 쓸 줄 아는 능력과 어휘에 대한 정확한 용법을 알고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한 능력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지식에 속하는 문제이지 사고능력은 아니다. (송하석)


물론, 여영서 교수는 리트의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지 대입 수능 국어의 개선 방향에 대해 직접 의견을 제시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여영서 교수라면 수능 국어에 대해서도 리트와 마찬가지로 사고력 측정만을 목표로 개선하자고 말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시험 문제의 출제 원칙은 하나의 문제로 하나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시험은 가능한 한 하나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수능 국어는 국어보다는 철학에 가까워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수능 시험에서 철학 교육의 효용성이 주목받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LSAT 응시자 중 학부에서 철학 교육을 받은 응시생들이 다른 전공 교육을 받은 응시생보다 월등한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여영서 교수가 논문에서 제시한 좋은 사고력 문제는 다음과 같은 유형의 문제입니다.

문31. 다음 글에서 나타나는 역설적 상황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없는 것은? 

(2005년 PSAT 언어논리)

우리는 정신이 행동의 원인이라고 믿어 왔다. 예컨대 손을 올리고자 하는 나의 의지는 손을 올리는 나의 행동의 원인이 된다고 믿는다. 반면 최근 일부 인지 과학자들은 행동의 인과적 발생에 정신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믿는다. 인간의 행동은 그 원인이 되는 물리적 사건들 ― 뇌 속의 뉴런의 변화 뉴런으로부터 전달된 전기화학적, 에너지에 의한 중추신경계의 변화, 다시 근육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통하여 완벽하게 설명된다는 것이다.

① 정신적 현상은 물리적 현상의 일종임을 설명한다.
② 정신적 현상은 물리적 현상에 수반된다고 설명한다.
③ 어떤 행동이라도 아무런 원인 없이 발생할 수 없음을 설명한다.
④ 정신적 현상은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상 실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⑤ 정신적 현상은 실제로 아무런 인과적 힘을 갖지 않음을 인정하고, 왜 사람들이 정신이 인과적 힘을 갖는다고 잘못 생각하는지를 설명한다.


해설) 기본적으로 적대적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선택 또는 포섭입니다. 그런데 다른 선지와 달리 정답지는 어느 한 쪽 의견을 선택하거나 포섭한 것이라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의 정답지는 입니다. (드래그하면 정답이 보입니다)

(1안)과 (2안)은 모두 수능 국어 시험이 창의적, 비판적 사고력을 측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수단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는데 (1안)은 문학을 포함한 주관식 형태이고 (2안)은 문학을 배제한 객관식 형태입니다. 그리고 현재 수능은 문학을 포함한 객관식 형태입니다. 물론, (2안)처럼 바뀌게 된다고 해서 고교 교육에서 문학 교육의 역할이나 의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대흠 시인의 시 을 읽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감수성은 시험이 아닌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진정한 문학 교육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1안)과 (2안) 외에도 다양한 개선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만일 (1안)과 (2안) 중에서 여론 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가정한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MC.THE.MAX · 684755 · 17/04/01 01:36 · MS 2016

    원준쌤 새벽에 좋은글 감사합니다..
    만우절인줄 알았어요

  • 이원준강사 · 502633 · 17/04/01 01:38 · MS 2014

    아...만우절이네요! ㅎㅎ 오늘 하루 조심해야겠네요.

  • 99년 응애 · 606239 · 17/04/01 01:37 · MS 2015

    저도 만우절 글인줄 ㅋㅋ 갓원준쌤

  • 이원준강사 · 502633 · 17/04/01 01:39 · MS 2014

    만우절에 너무 진지한 글을 올렸네요. ㅎㅎ
    저도 지금 잘테니 다들 일찍 주무세요~! 굿밤.
    댓글은 내일 수업이 있으니 저녁에 확인하고 답글 달게요.

  • 99년 응애 · 606239 · 17/04/01 01:40 · MS 2015

    갸-악 원준쌤이 직접 답글도 남겨주시다니!!
    \⊙_⊙/

  • ✨외대축구부✨ · 692459 · 17/04/01 01:38 · MS 2016

    논술같은것도 워낙 말이 많은 제도이고, 원준쌤도 아시듯 우리나라가 워낙 비합리적인 사건사고가 많이 터지는지라 (성대 학종 조작 등등) 1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문학같은 경우에는 기본 소양이랑 관련있는 부분인데 그걸 현수능에서 수험생에게 물어보는게 저 역시 이해가 안되는 부분중 하나였습니다.

    따라서 둘다 충분히 좋은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 2번안이 제일 이상적인 방안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 이원준강사 · 502633 · 17/04/01 01:39 · MS 2014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 타오르는 자유 · 729170 · 17/04/01 01:39 · MS 2017

    민찬홍 교수님 의견은 저도 동의하지만 점수로 줄을 세우는 현실에서 바칼로레아 방식을 도입하기엔 안맞는 부분이 너무 많을 것 같아요... 대입자체를 다 바칼로레아식으로 고친다하면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혼란을 겪게 될 것 같고...전 2안에 동의합니다.

  • 이원준강사 · 502633 · 17/04/01 01:39 · MS 2014

    아니, 이렇게 안 자는 사람이 많다니.. 답변 달리는 속도에 깜짝 놀랐습니다.

  • ✨외대축구부✨ · 692459 · 17/04/01 01:40 · MS 2016

    원준쌤 글이라면 자다가도 온다는...

  • 타오르는 자유 · 729170 · 17/04/01 02:17 · MS 2017

    원준쌤 팔로우해서 알람울리면 바로옵니당><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17/04/01 01:39 · MS 2016

    감사합니다!
    왠지주관식은ㆍㆍᆢ답의 형태에만집착하는게아닌가싶네요

  • 이원준강사 · 502633 · 17/04/01 01:40 · MS 2014

    아니, 글만 쓰고 자려고 했는데 댓글 달고 나면 새로운 댓글이 올라와 있네요.

  • 정시기다리는 · 702831 · 17/04/01 01:41 · MS 2016

    ㅋㅋㄱㅋ안녕히주무세요ㅎ

  • 시베리안 냥 · 526597 · 17/04/01 01:39 · MS 2014

    아 피셋 같은거 너무 싫어요
    학력고사 같은게 좋아요

  • 이원준강사 · 502633 · 17/04/01 01:40 · MS 2014

    예, 취향을 존중합니다. 근데 학력고사를 어떻게 아시죠? 나이가...

  • AstronomerGC · 574810 · 17/04/01 01:41 · MS 2015

    사교육과 높은 교육열 등, 우리나라 특성상 1안을 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이 증진될지 의문이네요.

  • 이원준강사 · 502633 · 17/04/01 01:42 · MS 2014

    다들 글을 정말 빨리 읽으시네요. 놀랐습니다.

  • 깨부시기 · 737728 · 17/04/01 01:49 · MS 2017

    갓원준 !.!
    이항대립 도움 많이 받고있습니다 !.!!

  • 이원준강사 · 502633 · 17/04/01 18:46 · MS 2014

    ㅎㅎ 감사합니다!

  • HㅏNㅏ · 730288 · 17/04/01 09:05 · MS 2017

    저걸 겪을려면 몇수를 해야 하는 것인가

  • 설인문수석희망 · 573584 · 17/04/01 11:58 · MS 2015

    좋은 글입니당!

  • 이원준강사 · 502633 · 17/04/01 18:47 · MS 2014

    감사합니다~!

  • 연경 · 691877 · 17/04/01 23:37 · MS 2016

    선생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글과는 연관이 없지만 강의 관련하여 여쭙고자 하는 점이 있어 댓글 달아봅니다.
    1+3원칙 입문강좌를 1월에 들었고, 최근에 좀 더 완벽한 체화를 위해 현장ver2를 다시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에 들었던 강의 내용과는 약간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C=>E와 D->C를 자주쓰시던데 혹시 어떠한 이유가 있으신건가요? 물론 강의 중에 말씀하신대로 이항대립구조도는 매번 그리실때마다 다를 수 있다고 하셨지만 대립도를 그리는 방식이 확 달라진것을 느껴 여쭤봅니다.
    사실 1월 강좌보다 최근에 올라오는 것이 훨~씬 좋아서(4범주만으로 이항대립도를 그리는 것이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는데 인과, 수단목적,근거주장 관계를 통해 글을 바라보니 글이 더 수월하게 읽히더라구요!) 긍정적인 의미로 여쭤보는겁니다ㅎㅎ
    답변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이원준강사 · 502633 · 17/04/02 14:05 · MS 2014

    최근 강의가 더 좋다니 기쁩니다. 강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서 형식화를 보다 강화하였습니다. 인과관계를 강조하는 것을 통해 수능에 내재된 사고력 시험적인 요소를 더 잘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항대립의 업그레이드라고 볼 수 있겠네요.

  • 소염소 · 609700 · 17/04/21 11:56 · MS 2017

    선생님 저도 쌤의 답글 받고싶어요 ㅎㅎ
    쌤의 개념입문 강좌를 접한 뒤 진짜 진리가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진짜 다른과목(과탐)에도 적용될 뿐 아니라 길가다가 적힌 글들을 보면서도 원인 결과 수단 목적이 있는게 보여서 너무 신기했어요!!ㅠㅜㅠ
    또 항상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샘이 너무 존경스러워요(하트하트)
    멋진 점수 받아서 쌤이 수능국어의 진리라는 걸 널리널리 퍼트릴거에요 !!!
    선생님 항상 존경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강의 기대할게요 !!!!
    (글과 상관없어서 죄송합니당)